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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바이러스
더글러스 러시코프 지음, 방재희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어떤 소재에 관한 책은 마치 유행을 쫓듯 그 내용이 시대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미디어'인데, 그런 맥락에서 10년도 훨씬 전인 1994년에 출간된 이 책은 여러가지로 21C의 미디어의 현실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다. 14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은 정보사회에서 미디어가 발전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그저 고서(?)로만 남아있어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 몸 속에 바이러스가 들러붙듯 일단 붙으면 이데올로기 안건의 형태로 데이터의 흐름에 흘러 넣고, 우리의 사업 및 교육 방식, 상호 작용 방식, 그리고 현실을 이해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바이러스'에 대한 개념의 정립과, 각종 미디어의 발전 및 미디어 바이러스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저자는 충분히 사례를 통해 설명해주고 있다. <뉴욕 타임스>,<타임>,<보스턴 글로브> 등의 저명한 저널에 칼럼을 기고할 정도로 미디어에 대한 통찰력을 겸비한 저자로서 '미디어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었기에, 매우 흥미롭게 여러 사례에 적용해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문제는 이 책의 내용이 '너무나 미국적'이라는 것이다. 온갖 프로그램에 관련된 설명에서 프로그램에 관한 장황한 설명을 하여도 직접 보지 않은 이상 설명만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지식을 아는 것은 미국에 살지 않는 독자로서 분명 한계에 직면하게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왜 한국에 번역이 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었다. 또한 그 부분은 차치하고라도 번역이 미흡한 이유때문인지 책의 내용이 너무 난해하다. 끝까지 읽기가 힘들 정도로 말이다.
책의 구성은 주류 미디어와 언더 그라운드 미디어로 구분하여 각각의 미디어에 관해 소개하고 있다. 90년대 초의 당시 주류미디어로서의 포럼 프로그램, 대통령 선거운동, 어린이 텔레비전과 10대를 겨냥한 MTV에 대해 소개해주고 있는데, 더 이상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로 여기지 않는 현실에서의 능동적인 수용자로서의 포럼프로그램 참여는 당시에는 매우 획기적이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한국의 미디어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또한 92년 미국 대선에서의 댄 퀘일과 머피브라운 사건등 미디어와 관련한 사례에 대해서도 미디어 바이러스가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살펴보았다. 요컨대 미디어 바이러스의 지나간 사례에 대한 통찰력은 그저 한 때의 미디어 혁명으로 불리었던 것을 확대하여 적용해보는 것으로 이는 충분히 당시에는 주목을 받았을지 모르지만 당시의 미디어 기술보다 훨씬 많이 발달되어 있는 현실에서 이 책은 그저 아주 오래전에 출간된 매거진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하게 되었다.
마셜 맥루언의 이론이 더 이상 지금의 현실에 적용될 수 없는 옛이론으로 전락하게 되었다는 저자의 지적이 아이러니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