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신사에서 작은동산 그림책 시리즈라고 하여 이번에 새로 출간한 두권의 그림책.
한권은 저번에 서점에 갔다가 손에 걸려서 우리집에 와있었건만...
훌러덩족의 사명감에 불타서 저는 덜커덕 신청을 하고 말았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쪼매 후회하고 있습니다.
리뷰라는 것은...결코 의무감에 할수 없는 그런 일인데..자기 신명에 겨워서 해야만이 나도 즐겁고 보는 이도 즐거운 그런 리뷰가 될 것인데..
이리 부담감이 가는 일인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어쨌든..
리뷰를 하긴 해야 하는데
워낙 대단하신 분들이 같이 신청을 하셔서 이미 짜~~하고 확실하게 리뷰를 해놓으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
제게는 자꾸만 아쉬움이 들고 있답니다.
일단 [내 마음의 보석상자]부터 말씀드리렵니다.
그림책을 보면 일단 원제부터 살펴보는 것이 제 버릇입니다.
혹시나 우리말로 옮기면서 제목을 달리 했다면 왜? 라고 생각해보기도 하면서요.
원제보다 더 기가 막히게 멋진 우리말 제목도 정말 많습니다.
[코를 킁킁]이라는 그림책은 제가 여러번 이야기한 적 있는 - 기억하시는 분들께는 정말 지겹디 지겨운...^^;;; - 원제와는 또다른 맛을 풍기는 그런 제목으로 변신했지요.
이 책 [내 마음의 보석상자]는 원제가 [The Memory Box]입니다.
그런데 알라딘지기님, 실수하셨더군요 ^^
'My Memory Box '라고 해놓으셨더만요.
원제를 그대로 직역하면 '추억상자'로 할 수 있겠지요, 본문에 나와 있듯이.
그러나 우리 정서상....수식어 붙이고 '내 마음...'등과 같은 단어를 넣는 편이 더 팍팍 와닿을 수 있어서 제목변신! 을 시도하신 것 까지는 이해하렵니다.
'내 마음의 보석상자'라고 하는 것이 가요제목이기도 해서 좀 신파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뭐..그래도....
제가 이건 정말 아니다! 라고 생각한 것은 제목의 변신이 아니라 표지그림 때문이었습니다.
원래의 책의 표지를 가져왔습니다.
책의 표지, 특히나 그림책의 책의 표지그림은 그것이 내용과 연결되어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부분입니다.
어떤 그림책의 경우, 표지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하거든요.
표지에 어떤 그림을 실을 것인가를 놓고 그림을 그린 작가와 편집자의 고심이 있기도 하며 나름대로의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선택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나온 같은 그림책의 표지를 보세요.
제목과 걸맞는 분위기를 띄기 위해 일부러 할아버지와 손자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부분을 선택하여 바꾸었나 봅니다.
하지만 내용상으로 보아 저 그림은 적절한 선택이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저 그림의 내용은 할아버지가 잠시 옛생각에 빠져서 현재를 잊은 채 옻나무 덩굴 쪽으로 걸어가고 손자인 잭은 당황하여 '할아버지는 몸만 나와 산책을 하지 정신은 다른 곳을 거닐고 있다'고 느끼는 바로 그 부분입니다.
할아버지의 시선과 잭의 시선을 비교해보셔도 이 둘이 지금 서로 다른 곳을 바라다 보고 있음을 쉽게 알수 있습니다.
반면 원래의 표지를 다시 한번 봐주세요.
저 그림은 잭이 처음으로 할아버지와 낚시를 하러 간 그 장면입니다.
저 배 위에서 할아버지는 말씀하십니다.
"오늘 낚시는 추억상자에 보관할 만한 거리가 되겠구나"라구요.
추억상자라는 말을 처음 듣게 된 장소이면서 동시에 그곳에 보관될 소중한 기억이 있는 장면이고
또한 할아버지와 잭이 추억상자에 담을 추억들을 더듬을 때 낚시를 할 때 특히 생각이 잘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렇듯 할아버지와의 추억상자를 만들면서 아주 중요한 매개체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할아버지와의 낚시입니다.
그래서 이 장면을 표지로 선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만약 이 책을 제가 순수하게 리뷰하려고 했으면 이런 이야기들을 전부 다 주절주절 썼겠지만....ㅠㅠ
의도를 가지고 리뷰를 쓰려니 이런 이야기들을 차마 못하지 싶네요.
두번째 책인 [피난열차]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제가 'Peacebound Trains"입니다.
정확한 뜻은 없고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 그 쯤을 의역한 것이기도 하고 영어에는 피난 열차라는 말이 없기도 해서 저리 제목을 붙인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에게 "피난열차"라는 말은 아주 익숙한 단어이고 정말로 그 피난열차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정말이지..이 얼마나 멋대가리 없고 적나라한 제목입니까?
'내 마음의 보물상자'에서 보여주었던 제목변신의 묘미를 이때 좀 보여주었으면 좋았으련만...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답니다.
또 작가 이름을 헤미 발거시라고 썼는데 이 작가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서 중간에 이민갔다는 소개로 미루어 짐작컨대 아마도 헤미가 아니라 '혜미'이지 않았을까...싶어요. 그러니 이왕이면 혜미라고 해주었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뭐..그런 생각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