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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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식의 자아발견 성공기중의 하나 11분.
이번에는 섹스를 통해 자아를 발견하겠단다.

주인공 마리아는 창녀이다.
휴가갔다가 타고난 미모로 나이트클럽 댄서로 스카웃받은 마리아는
스타가 되어 돌아오리라는 거대한 포부를 가지고 스위스로 떠나는데,
애초에 계약했던 것과 다르게 클럽댄서로서의 생활은
돈도, 명성도 얻기 힘든 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집으로 돌아갈 차편 살돈을 모으지도 못했는데,
클럽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여러 군데 일자리를 구하려 했지만 이방인을 받아줄곳은 아무도 없었고,
결국 발은 들여놓은 것이 창녀의 세계였다.

참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거대한 포부를 가지고 남의 나라에 가서 결국은 버려지고,
할수 있는 일은 몸파는 것밖에 없다니.
하지만 소설은 이런 비극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오히려 무덤덤한 느낌이었다.

마리아가 창녀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섹스를 통해 가지게 되는 생각들...
뭐랄까. 나는 이책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복잡해야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단지" 돈벌라고 딱 1년만 창녀가 되기로 한 마리아가
창녀의 역사에 대해서, 사람들의 섹스관념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것이
참으로 비현실적이지 않나.
파울로 코엘료의 자아성찰과 자아발견, 자아 발전에 대한 집착은 언제쯤 사라질까.
처음에는 재밌었는데, 나중에는 섹스가 주제인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의 다른책)"일뿐이지 않느냐는생각이 들었다.

또한 사실인지 어떤지는 확인할수 없지만,
이책에 나오는 스위스 창녀클럽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와
TV나 영화에서 수도없이 봤던 우리나라 창녀촌의 모습과 너무 달라서,
어쩐지 씁쓸한 기분마저 들었다.

재미없지는 않았다.
재밌었다.
그러나 이사람은 항상 모든것은 자기중심적으로 해결해나가려 하고,
자아를 발견하고 발전시켜야만 성공한 것처럼 그리는데,
나는 동감할수 없다.

세상사람들은 너무나 바쁘다.
그처럼 동화속에서나 존재할 보물을 찾아 모험을 강행하는 행동은 할수 없다.
그의 그런 생각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동화처럼 느껴져서,
마냥 초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뭐...나쁘진 않지.
하지만 나는 동감할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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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데 - 고양이 추리소설
아키프 피린치 지음, 이지영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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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데의 주인공은 고양이이고, 이책에서는 전적으로 고양이의 시선으로 얘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상 책에 "고양이"라는 말은 한번도 안나온다.
주인공 프란시스(이 얼마나 귀족적인 이름이야!!)는 다른 고양이들을
"동족"이라고 부르거나 "펠리데"라고 부른다.
새집(...이라기엔 낡은 집이지만)으로 이사간 인간 구스타브와 그의 동거묘 프란시스.
새집으로 가자마자 프란시스는 기묘한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미칠듯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살인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살인사건, 사이비 종교, 동물실험, 돌연변이....등등이 얼기설기 관련되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데...

요즘 시간이 없어서 내가 책을 워낙 속독해버려서
중간에 중요한 부분을 빼먹었는지 어떤 지는 모르겠지만,
추리소설이라고 부르기에는 약간 개연성이 없어보인다.
특히 대부분의 추리가 프란시스의 꿈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약간 설득력이 없지 않은지..
논리적이고 신랄한 추리끝에 결국은 예감과 직감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약간 말이 안되는듯한 느낌도 들었고..

하지만 이 책의 매력적인 면은 고양이, 즉 펠리데들의 시니컬하고 냉소적인 유머들이다.
(보면서 웃기도 했고 약간 찔끔하기도 했고..)
그들은 인간을 "깡통따개"에 불과한 저속한 동물들로 취급하고 있지만,
그들 펠리데들이 인간의 애완동물이며 동반자라는 사실은 잊지 않는다.
그렇게 저급하고 속물이며 무능한 인간을 그래도 사랑해 "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고양이가 사실은 인간과 대화를 할수 있지만,
그것은 금기이기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나와있는데,
동물들과 대화를 할수 있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인간은 잔인하고 단순하다.
그렇기 때문에 좀더 섬세한 동물을 헤치는 경우도 많다.
가혹한 동물실험으로 온 정신이 망가져버린 클라우단투스...
인간들에게 복수를 해주고 고양이의 세상을 만들어보려던 논리적이고 완벽한 그는
죽어가며 이런 말을 한다.

"온 세상이 너무 캄캄해. 너무 캄캄해, 프란시스.
불빛이안보여.그저 어둠뿐이야.
그리고 언제나 누군가가 그 어둠을 지고가지. 언제나. 언제나.언제나.
나는 사악한 자가 되어버렸어.
하지만 한때는 나도 선한 자였지..."

닫혀져야할 자 클라우단투스는 그동안의 자신의 논리와 설득력을 버리고,
감정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한때는 호기심에 차있던 순수한 고양이는, 인간의 손에 의해 짓밟히고 인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복수와 슬픔으로 가득한 어둠이고, 그는 사실 이런 어둠에서 해방되는 날을 바랬던 것이다.
인간이란 얼마나 잔인한 동물인가.
자기들 잘살라고 다른 종을 이용한다.
그들에게는 감정도 없는 것처럼..

가끔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중에는 그들에게 옷을 입히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것이 별로 좋지 않게 보인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자부심이 있듯이 개나 고양이에게도 그들다운 자부심이 있다.
인간이 인간적일때 아름다운 것처럼 동물은 동물일때가 아름답다.
그들에게 인간의 옷을 강요하고, 답답한 갑옷속에 가두고,
예쁘다고 칭찬해봤자, 그들이 만족스러울까.
동물은 인간들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놓은 "인형"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인간과 같은 "동물"인데 말이다.

괜히 쓸데없는 잡설만 해대버렸지만
하여간 매우 재밌었던 책...
2권은 언제 나올지 궁금하다.
1권 마지막에 프란시스의 주인 구스타브가 친구아치와 함께 살게 되는 것같던데,
아치의 강아지 얘기도 잠시 나온거 보니 왠지 2권에서는 강아지도 나올 것같다.
흥미진진! 빨리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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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죽음
짐 크레이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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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 부부가 결혼전, 자신들이 처음 사랑에 빠지고 섹스를 했던 바리톤 해변을 찾는다.
그리고 거기서 느닷없는 죽음을 당하게 되고,
이 죽음을 통해 시간을 역순해서
과거의 그들이 처음 만났던 시점,
그들이 이 해변가로 오기 직전까지의 시점,
멀리서 살고 있는 딸이 실종된 그들을 찾아오기까지의 시점,
그리고 가장 나중의 이 중년 부부가 죽어 썩어가는 시점까지,
총 4가지 시점으로 어지럽게 시간을 역순해서 얘기를 풀어가고 있다.
좀 중구난방 흩어져있는 사건처럼 엮어놓은 스타일이지만,
읽기에 불편함은 조금도 없다.
작가는 워낙 잘 읽히는 간결한 문체를 가지고 있고,
네가지 시점을 하나로 연결시키는데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나는 시간역순 방식을 굉장히 사랑한다.)

내가 이소설을 읽기전, 가장 끌리게 되었던 부분은,
소설 마지막에 감상평같은게 써있는걸 보고나서였다.
분명히 거기에는 이 중년부부가 해변에 갔을때부터,
죽음의 징조는 깔려있었다고,
그렇게 나왔고, 워낙 추리적인 걸 좋아하는지라 그런면에 끌렸는데,
글쎄..내가 읽기에는 죽음의 징조는 보이지않았는걸..(-_-;)
그저 어느날 강도에게 한번에 당해버린 소설속의 주인공들치고는 어느정도 평범한 죽음이라는 생각까지 드는걸..(-_-;)

그런 점에서 실망한것빼고는 대부분,
이책은 잼있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이사람의 문체인데,
간결하고도 강렬한 느낌이랄까?
문체가 굉장히 잔인하다.
사실을 조금도 미화시키지 않고, 아니, 오히려 더 역겹게 풀어놓았고,
좀 무서운 문체이기도 하나, 분명히 매력적인 문체였다.
조지프와 셀리스 두 부부가 썩어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해놓은 부분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것같이 마치 냄새까지 날것처럼 생생하다.
(나는 감상적인 문체를 싫어하는 편이다.)
이 사람의 소설에서 한인간의 죽음이란,
그저 자연현상중 하나일뿐이고,
사랑이라는 것도 부질없어서,
인간과 인간은 동물적인 육욕과 인간적인 정에 의해서 사랑하게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읽을수 있게된다.
이사람의 글에서 열렬히 불타오르는 하룻밤 사랑은
부질없고 허무한것이다.
딸은 부모가 죽은것을 발견하게 되고, 물론 슬퍼하기도 하지만,
곧 현실적인 즐거움도 떠올리게 된다.
이런 어쩌면 잔인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인간이란 이런것.
부모의 죽음이 무작정 슬프고 가슴아프기만한 것이 아니라 "만감이 교차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것이다.
주위사람이 죽었을때는 당연히 이성적일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릴것이고,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면,
그냥 안타까운 일이될것이다.
어찌보면 사람은 죽음이라는것에 대해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죽음을 묘사해놓은 이소설은
잔인하리만치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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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가지 죽는 방법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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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르는 800만 가지 방법이 있다.
그 중에는 자기 손으로 목숨을 끊는 방법도 있다.
지하철 자살이 썩 좋은 방법이 아님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지하철에 몸을 던진다.
뉴욕에는 끝없이 긴 다리들과 고층 빌딩의 창들이 있다.
또 면도날과 빨랫줄과 약을 파는 가게들이 하루 24시간 문을 연다.

내 방 서랍에는 32구경 권총이 있다.
호텔 방 창문에서 뛰어내리기만 해도 간단히 죽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번도 그런 종류의 일을 시도해 본 적은 없다.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으로 보인 적도 없다.
겁이 너무 많거나 불굴의 의지를 가졌거나 둘 중 하나겠지.
그것도 아니라면 나의 지독한 절망이 생각만큼 절실하진 않았던 모양이다.
여하튼 계속해서 살아가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로렌스 블록 <800만 가지 죽는 방법>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맥빠지고 쓸쓸해지는 책.
도시에서의 삶이라는 것이 다 이런 것일까.
지독히도 폐부를 찌르고 들어오는 독한 담배연기같은 느낌이다.
수많은 삶이 살아가면서 동시에 죽어가고 동시에 그 죽음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도시에 온통 유독 가스가 가득할것만 같은 세기말적인 도시.
도시 전체가 더럽고 오래된 지하철처럼 느껴지는 도시 뉴욕에서의
800만가지 사는 방법과 800만가지 죽는 방법.
책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부분은 주인공 매트 스커더가 무언가를 먹는 부분과
신문에서 보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죽음 소식인데,
먹는 것이 다분히 일상적이듯, 누군가가 죽는 것 또한 일상적으로 느껴졌다.


오래전 꼬마 여자아이를 실수로 총으로 쏴버리고 경찰직을 그만둔 주인공 매트 스커더.
이혼한 아내는 멀리 살고 가끔 돈을 송금해주는 것뿐, 별다른 접촉은 없는데다가,
특별한 거처도 없이 호텔에서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가고,
유별나게 친한 사람이라던가 그의 일상에 파고들어오는 사람도 없고,
과거의 사건과 지독한 고독을 잊기 위해서인지 술에 쩔어살다가 알콜중독자가 된,
만약 당장 죽더라도 큰 미련은 없을것 같은 남자.
그에게 젊은 창녀가 하나 찾아온다.
창녀는 그에게 포주에게서 자기를 빼내 달라며 돈을 주고 부탁을 하는데,
포주와의 협상이 원만하게 해결된 후에, 창녀는 끔찍한 모습으로 피살된다.
이 사건을 쫓으며, 어딘지 너무 정상적이고 매너좋아서 무섭다던 포주와 만나게 되고,
죽은 창녀의 사생활을 되짚고 넘어가며 수사를 펼친다.


알콜중독자에, 아주 가끔은 금주를 참지 못하고 술을 마시는 바람에
병원에 실려가 죽음을 목전앞에 두기도 하고,
늘 술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 지독히도 커피를 마셔대는 어딘지 허술해 보이는 탐정 매트스커더는
의외로 꽤 예리한 인물이었는데,
아마도 그의 모습이 거의 루저에 가까운 동시에 누군가의 죽음의 전말을 밝힐수 있는 히어로였기 때문인지,
주인공 자체가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충격적인 반전이라던가, 칼날 끝처럼 예리하고 정확한 추리따위를 바란다면
분명 그저그런 소설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냉소넘치는 소설이 참 마음에 들었다.
교양넘치는 포주, 알콜중독자 탐정, 뉴욕을 혐오하는 경찰, 직업관이 투철한 창녀들.
아이러니하지만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은 어쩐지 모두가 인생역전같은 별다른 큰 희망없이 살아가지만,
자기 삶에 만족할 줄 알고 나름대로 자기 삶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 동시에
모두 쓸쓸해보였다.

사람들은 얼마나 삶과 죽음을 인정할줄 알까.
아니, 자기 자신조차 인정하기 힘든 세상이다.
주인공 매트 스커더가 처음으로 자기가 알콜중독자임을 시인하며 울었던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기자신을 인정하는 것은 그토록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컴플렉스, 문제점, 슬픔, 아픔, 그리고 삶으로 돌아오려는 욕구.
모든 것을 인정해버린 매트 스커더의 모습은 슬퍼보이면서 뿌듯했달까.

세상에는 많은 죽음이 있는 동시에 그보다 많은 삶이 있다.
언젠가 태어나 죽음으로 돌아가야하는 인생.
누구도 기억못하는 죽음일지라도, 인생의 매 순간이 시간낭비일뿐이라도,
모든 인생은 쓸쓸하면서 동시에 사랑스러운게 아닐까.

책을 보는 내내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나 "택시 드라이버"같은 영화를 떠올렸다.
지독히도 냉정한 도시와 냉소적인 주인공들 덕택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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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의 지문 - 전2권 세트 - 법의학 스릴러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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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권짜리 책이지만, 어렵지 않고 두권 다 300페이지도 안되며 글자도 큰 편이라 읽기 힘든 책은 아닌데,
왜 이렇게 어렵게 읽었던지.
남들은 하룻밤새에 밤을 세워서 읽는다는 책인데,
아마도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오랫동안 뜸들이면서 읽었던 것 같다.
워낙 유명하고 인기많대서 그냥 뭔가 하나 읽어보고 싶어서 먼저 선택했던
페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 중의 하나 "사형수의 지문".

읽어본 사람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CSI 과학수사대 필이 마구 풍기는 소설인데,
이런 류의 영화나 드라마는 그런대로 보지만, 이런 류의 소설은 별로 취향이 아닌가보다.
연쇄살인사건이 나오는 책들에는 늘 비릿한 피 냄새를 풍길듯이 시종일관 찝찝하고 우울하게 진행되지만,
어쩐지 이 책의 분위기는 병원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약물의 냄새가 강했고,
그런 만큼, 소설 전체적으로 도시적이고 차갑고 냉랭한 분위기가 감돈다.
모든 서술체는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보고서로 보일정도로 딱딱하고 간단하며,
지나치게 감정이 삭제되어 있어서 오히려 끌리지 않았고,
주인공이 좀 모자라거나 비정상적일수록 좋아해서인지,
돈 많은 워커홀릭이며 법의학의 전문가인데다가 지적이고 도시적인 주인공 케이 스카페타 역시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소설 서두에 잔혹한 살인마였던 워델의 사형이 나온후
그후에 이어지는 살인들에서 이미 죽은 사형수인 워델의 지문이 나오는데,
그 후에 밝혀지는 얘기들은 꽤나 정교하지만 너무 무감동이었다고나 할까.
예측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아, 그래?"하고 넘길수 있을정도로 무덤덤히 보게되는 소설이었다.
어쩐지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냄새가 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비호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취향에 따라서 열광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취향에 맞지 않았던 추리소설이었다.
오히려 영화를 봤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만약 이 책을 영화로 만든다면, "양들의 침묵"이나, "본콜렉터"스타일의 추리물이라고 하기보단
범죄수사물이라고 봐야할 영화들과 같은 맥락의 영화가 나올듯 싶다.
마음에 들면 페트리샤 콘웰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내 취향은 아닌듯 싶구먼.


전직 법의관이었던 작가의 개인적인 지식이라던가, 꼼꼼한 수사방법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미모의 소설가라던데, 책에 실린 사진을 보니, 실제로 보면 미모의 소설가로 느껴질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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