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죽음
짐 크레이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중년 부부가 결혼전, 자신들이 처음 사랑에 빠지고 섹스를 했던 바리톤 해변을 찾는다.
그리고 거기서 느닷없는 죽음을 당하게 되고,
이 죽음을 통해 시간을 역순해서
과거의 그들이 처음 만났던 시점,
그들이 이 해변가로 오기 직전까지의 시점,
멀리서 살고 있는 딸이 실종된 그들을 찾아오기까지의 시점,
그리고 가장 나중의 이 중년 부부가 죽어 썩어가는 시점까지,
총 4가지 시점으로 어지럽게 시간을 역순해서 얘기를 풀어가고 있다.
좀 중구난방 흩어져있는 사건처럼 엮어놓은 스타일이지만,
읽기에 불편함은 조금도 없다.
작가는 워낙 잘 읽히는 간결한 문체를 가지고 있고,
네가지 시점을 하나로 연결시키는데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나는 시간역순 방식을 굉장히 사랑한다.)

내가 이소설을 읽기전, 가장 끌리게 되었던 부분은,
소설 마지막에 감상평같은게 써있는걸 보고나서였다.
분명히 거기에는 이 중년부부가 해변에 갔을때부터,
죽음의 징조는 깔려있었다고,
그렇게 나왔고, 워낙 추리적인 걸 좋아하는지라 그런면에 끌렸는데,
글쎄..내가 읽기에는 죽음의 징조는 보이지않았는걸..(-_-;)
그저 어느날 강도에게 한번에 당해버린 소설속의 주인공들치고는 어느정도 평범한 죽음이라는 생각까지 드는걸..(-_-;)

그런 점에서 실망한것빼고는 대부분,
이책은 잼있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이사람의 문체인데,
간결하고도 강렬한 느낌이랄까?
문체가 굉장히 잔인하다.
사실을 조금도 미화시키지 않고, 아니, 오히려 더 역겹게 풀어놓았고,
좀 무서운 문체이기도 하나, 분명히 매력적인 문체였다.
조지프와 셀리스 두 부부가 썩어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해놓은 부분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것같이 마치 냄새까지 날것처럼 생생하다.
(나는 감상적인 문체를 싫어하는 편이다.)
이 사람의 소설에서 한인간의 죽음이란,
그저 자연현상중 하나일뿐이고,
사랑이라는 것도 부질없어서,
인간과 인간은 동물적인 육욕과 인간적인 정에 의해서 사랑하게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읽을수 있게된다.
이사람의 글에서 열렬히 불타오르는 하룻밤 사랑은
부질없고 허무한것이다.
딸은 부모가 죽은것을 발견하게 되고, 물론 슬퍼하기도 하지만,
곧 현실적인 즐거움도 떠올리게 된다.
이런 어쩌면 잔인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인간이란 이런것.
부모의 죽음이 무작정 슬프고 가슴아프기만한 것이 아니라 "만감이 교차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것이다.
주위사람이 죽었을때는 당연히 이성적일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릴것이고,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면,
그냥 안타까운 일이될것이다.
어찌보면 사람은 죽음이라는것에 대해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죽음을 묘사해놓은 이소설은
잔인하리만치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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