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니 게임 - Funny 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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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습니다.

이미 봤던 영화의 이미 찍었던 감독의 똑같은 영화....인데도 볼 생각이 들었던 것은 전작의 리메이크를 어떻게 했을런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냥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싶은 기분이 들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또는, 세월이 지나 내가 똑같은 영화의 리메이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궁금하기도 했고....
같은 감독이 같은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다른 감독이 리메이크한 것보다는 끌리는 걸.
원작 <퍼니 게임>을 봤던 게 꽤 오래전의 일만 같아서 완벽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리메이크 작 역시 거의 똑같았던 것 같다. 아니 똑같았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감상은 다르다. 영화를 찍는 방식 또한 달랐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감상이 다른 이유가 내가 한번 봤던 영화라 결말을 모두 알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영화를 바라보게 만드는 감독의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일까?

영화의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별장으로 휴가를 떠난 한 가족에게 두 청년이 나타나 계란을 빌려달라고 하더니, 뭔가 짜증스러운 사건들을 연출하고, 급기야 화가 난 가족의 아버지가 뺨을 때리자 그때부터 두 청년은 무뢰한으로 돌변해 가족들을 위협한다. 12시간안에 가족들이 모두 죽는다면 두 청년이 이기는 거고, 12시간 안에 살아남는다면 가족들이 이기는 게임이 바로 그들이 재밌는 놀이라고 주장하는 "퍼니 게임". 단, 12시간 후에도 살아남은 가족들이 있을 경우에 그들이 살려보낸다는 보장은 없다.

오래전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를 떠올려보자.
아무 이유가 없는 무차별 살인.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트라우마 따위 전혀 보이지 않는 건강하고 멀끔한 두 젊은이의 광기와 폭력. (오히려 이들은 부잣집 도련님 정도로 보인다. 살인마에게 어울리지 않지만, 깍듯한 예의범절, 처음부터 끝까지 깔끔하기만 한 하얀색 옷과 비싼 것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 의대생이라는 점, 난해한 가치들에 대해 그들이 나누는 대화 등등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아이나 동물은 왠만해서 죽이지 않는 헐리우드식 스릴러의 공식에서도 한참 멀어져있고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죽는 것이 아이와 동물이다.) 재앙같은 상황에 내버려졌을때의 무기력한 가장의 모습하며, 생존자는 결국 존재하지 않는다는 암담한 결말하며, 별로 보고싶지도 않으나 끝도 없이 이어지는 괴로운 롱테이크씬하며, 여타 비슷한 류의 헐리우드 스릴러 영화에서는 결코 하지 않는 행동을 일삼는 삐뚤어진 스릴러.
이런 미친 상황을 화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자체의 무기력감과 익숙하지 않은 장면들이 전해주는 낯설은 불쾌감때문에 처음에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다 보고 무척 불쾌했고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자, 그렇다면 새 버전의 감상은 어땠을까.
나는 놀랍도록 초연했고, 놀랍도록 방관자적이었다. 그저 남일처럼, 그냥 영화 그 자체인 것처럼 이 영화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동안 내 인성이 바뀌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동안 담력이 더 쎄진 것일까.
나는 오히려 그러한 내 감상이 감독의 의도된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굳이 살인씬을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 내가 이 영화를 방관자적 입장에서 보게 만들었던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이것은 그저 "남의 일"이었던 것이다.
눈앞에서 누군가 살해당해 죽어나간다면, 누구나 분노하고 슬퍼하며 두려움에 치를 떨며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리겠지만,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은 채 이야기만 전해듣는다면, 누구나 적당한 동정심과 적당한 공포를 표현한 후 잊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이다.
그리고 새로운 버전의 <퍼니게임>이 전해주는 방관자적인 무감각은 더더욱 질나쁜 무기력함이 되어버리고 만 느낌이다.
내가 할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의 무기력함이 아닌,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지켜보자, 난 움직이기 귀찮으니까-라는 느낌의 무기력.
희한하게도 또 본 영화인데도 무척 재밌게 보았는데, 내가 악취미인 것인지 감독이 악취미인지 모르겠다.

이 미친 영화를 무엇에 대한 영화롤 보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권력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두 살인마 젊은이들의 과거와 살인동기에 대해 관객이 알아낼수 있는 것은 극히 한정적이지만,
그들이 아주 사소한 분노로 이런 게임을 벌이는 것, 뻔뻔스럽게 자신들이 영화의 주인공임을 잊은채 카메라를 처다보며 관객에게 말을 걸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리와인드시켜 자기들이 원하고자 하는 결말을 이끌어내는 것- 이 모든 것이 이 나른하며 권태로운 두 살인마 젊은이가 권력을 행사하고 싶은 욕망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게임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마음대로 처음으로 돌려버리는 아이들처럼.
"내 것"이기 때문에 거리낄 것 없이 내 맘대로 인형의 머리털을 뽑고 목을 비틀어 떼어버리는 아이들처럼.
현실에서도 이런 권력행사의 방법은 주로 폭력으로 귀결되고, 아마도 이 폭력적이고 무차별한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권력"이라는 내면의 폭력이 아닐까 싶다.


p.s 나오미 와츠는 이 영화를 기대하게 만들었던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였는데, 결코 실망스럽지 않은 그녀였다.
마이클 피트는 전혀 내 취향이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는 무척 매력적이더라.
이제 제법 유명해져서 블록버스터급에도 출연할만 하다만은, 항상 기묘한 영화들만 선택하는 마이클 피트의 안목은 조금 기이할 지언정 탁월하기는 한 것 같다. 하긴, 적어도 얘는 지루하지는 않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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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18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나오미 와츠가 뭐랄까, 놀라워요. [이스턴 프라미스]에도 그녀가 나오길래 놀랐는데 말이죠, 이 영화에도 나오더군요. 저는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그런 면에서 기대가 큽니다. 어제 다른 영화 보러 갔다가 이 영화 예고 봤는데, 예고만 봐도 무섭더군요. 그래서 꼭 볼 예정이에요. 불끈.

Apple 2009-10-19 03:46   좋아요 0 | URL
사실상 잔인한 장면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해서^^; 무섭다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기분이 좀 찝찝할수는 있겠네요. 헤헤
나오미 와츠 저도 정말 좋아해요!!!
 
그랜 토리노 - Gran Tor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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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후의 삶이 어떨지는 생각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아니 그보다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가 올바른 표현이겠지.
간혹 반려자가 떠난 이후의 삶을 사는 노인을 주인공으로 다룬 영화들을 볼 때면, 사람의 노년이 아름다울수만은 없으며, 그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나름의 한을 가지고 남은 평생을 그 기억들에서 허우적대며 살아야할지도 모른다는 쓸쓸한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래서 많은 영화들에서 화자를 노인으로 잡고 그들이 떠올리는 기억속으로 들어가는 구도를 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인의 기억. 그것은 한평생이고, 또 사라지지않고 쌓여가는 과거이며 한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일테니.

그랜 토리노의 이 깐깐한 노인 코왈스키는 폴란드계 미국인으로 한국전 참전에서 있었던 자신의 살인행위에 대한 죄책감을 이끌고 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의식이 지나친 나머지 죽으면서 남긴 참회하라는 아내의 말은 들어먹지 않는 고집쟁이이기도 하다.
꼬장꼬장. 온갖 편견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노인네. 인종차별주의자에다가 융통성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꼰대.
젊은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모습의 노인의 모습을 다 갖춘 이 노인네가 변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내 것을 건드리는 것이 싫어 그랬을 뿐이다. 자기집 마당까지 침범하며 싸움질하는 이민계 갱들을 혼내주려다보니, 몽족 소년을 구하게 되었고, 기대한 적도 아니 사실 그래주기를 전혀 바라지 않는데도 이웃집 몽족 식구들은 그에게 생명의 은인이라며 음식이며 꽃을 가져다 준다.
그리고 바라지도 않았는데, 그의 차를 훔치려다가 들키고 말았던 소년을 심부름꾼으로 부리라고 시키게 된다.

아내가 죽은 이 집에서 평온하게 살기를 원했건만, 저마다 자신의 가정을 꾸린 아들들은 그를 노인정에 보내려고 하고, 어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전혀 무지한 날라리 손녀딸하며, 시도때도 없이 길에서 사람을 위협하는 흑인, 동양인 깡패들 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 것만 투성이.
보기싫은 것을 바꿔보려다가 그가 바뀌기 시작한다.
백인이 아닌 인종은 멸시하다시피 했는데 동양인들의 친근한 관심이 기분나쁘지 않았고, 그들의 답례 의식에 익숙해져가게 되었고, 계집애처럼 우물쭈물한 소년을보니 남자로 만들어주고 싶어졌다.
그렇게 노인은 이웃집 동양인 가족에게 정을 느끼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바꾸기 힘든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면 아마 노인일 것이다.
평생 그렇게 살아온 이상, 하루아침에 무언가 크게 바뀌길 바라는 것은 무리이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평생 그들이 간직했던 성격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다가 죽으며, 아마 나 역시 나이들어 그렇게 될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결국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은 "마음"이구나 싶었다.
아껴주고 싶고 보호해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노인이 되어서도 인간은 변한다.
All you need is love. 결국은 사랑이었구나.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자신도 변화하며,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는 것, 평범한 사람이 거대한 선을 행하게 만드는 것.
모두 사랑에서 비롯되었구나.
그 작은 사랑이 한 인간의, 한 가족의 삶을 구원했다고 말하면 너무 거창한 것일까.
그는 지독한 보수주의자에, 아무도 어여삐 여겨주지 않는 아집쟁이에, 어쩔수 없는 차별주의자였지만,
적어도 "악"을 외면하지 않는 선한 인간이었다.

가끔 "왜 이걸 극장에서 안봤지?"하고 후회되는 영화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 역시 다 보고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박하면서도 거대한 감동이 있는 영화였다. 이렇게 당연한 얘기를 당연하게 풀어내면서도 깊이감을 느낄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거장의 힘일 것이다.
나이가 한살씩 들어갈수록,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점점 너그러워지고, 인간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드러운 남자가 되는 것. 그것이 정말 강한 남자이고 매력적인 남성성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는 것일지.
그의 나이는 이제 황혼기도 넘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그가 들려주는 이 당연하고도 지혜로운 이야기들을 계속 듣고 싶다. 남들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여, 만수무강하소서!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리라.
누군가 그랬다. 예술은 젊을 때는 할 수 있어도 나이가 들면 감각이 떨어져서 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예술에는 감각 그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있기 때문에 예술인 것이 아닐까.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노장 감독들의 영화에서 범접할 수 없는 깊이감을 느낄수 있는 것은, 굳이 풀어내지 않아도 그들의 삶의 지혜와 황혼기에 접어들때까지 했던 삶의 수많은 고뇌들이 담겨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아마 이 영화를 젊은 감독이 찍었더라면, 이 정도로 가슴 찡하지는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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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임 - F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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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표현해야하나.

꽤 기다렸다가 보게된 <페임>은 한편으로는 멋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도를 알수 없는 영화였다.
원작 영화를 보지 않아서, 원작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다큐멘터리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뮤지컬 영화도 아닌  어중간한 느낌.
결코 이 영화에 나오는 음악이나, 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춤이나 예술성을 낮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점에서는 굉장히 멋있게 보았고, 화려한 편집 덕택에 그들의 춤과 음악과 열정이 정말 쌔끈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
이건 <헤어 스프레이>같은 영화도 아니었고, <물랑 루즈>같은 영화도 아니었으며, <그리스>같은 영화도 아니었다.
이를테면, <브에노스 아이레스 탱고 카페>를 뮤지컬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었달까.
정확히 어떠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뉴욕의 예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주인공이 한두명이 아닌지라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라는 느낌보다는 "그들의 열정을 쫓아가 살펴보자"하는 느낌이 더 많이 들었다. 다큐멘터리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그 점 때문이었다.
영화에 드라마가 없다.
물론 모든 영화에 드라마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가 "뮤지컬"영화이기 때문에 드라마가 없는 점이 한편으로는 독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낯설고 어중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 외에 포스터에 나오는 여자는 대사 몇마디 없이 춤추는 장면 몇 장면 나오다가 자퇴하고 떠나버리고 (왜 비중이 큰것처럼 포스터에까지 등장했는지 의문이다. 낚시질당한 것 같다.) , 얼굴만 예쁜 연기자 지망생 주인공은 이 치열한 예술학교에서 막상 "예술"하는 모습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연애질하고 부끄러워 몸만 베베꼬는 모습만 나오며, 그러나 역시 흑인간지는 부인할수 없고, 전체적으로 청춘의 열정을 그리는 듯 하면서도 수박겉핡기 식으로 슬쩍 슬쩍 넘어가더라.
분명 등장인물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생각된다.

기대했으나,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아주 실망적인 것은 아니었는데, 누군가에게 꼭 보라고 말하기는 뭣하다.
멋있지만, 재밌지는 않은 영화. 딱 이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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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곁에 - Closer to He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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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점에서 하나씩 부족하다. 울리기는 하다만, 결코 가슴 절절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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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레인 - Vert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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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만 좀더 보완했더라면 괜찮은 영화가 되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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