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사랑
텐도 아라타 지음, 박태규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람이 사람에게 줄수 있는 딱 적당한 사랑의 정량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은, 언제나 모자르거나 차고 넘쳐서 문제가 된다.

텐도 아라타의 단편집 "넘치는 사랑"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넘치거나 모자라는 사랑으로 상처와 고독을 끌어안고 가는 사람들이다.

 

일상은 얼마나 깨어지기 쉬운 것이었던가.

어느 날은 얼음처럼 냉랭한 취급을 받아도 괜찮다가,

또 어느날은 무심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산산히 부숴져버리는 것이 알수 없는 마음.

저마다 마음속의 병을 간직한채 살아가는 유약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평범하고 나약한 나의, 또는 내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탓을 하고 살때가 얼마나 많은가.

어떤 사람은 자기자신을 돌아보지 않은 채 타인을 질책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자기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그런 죄의식에 마음은 다친다.

이런 내가 무엇을 할수 있을까-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 자체가 타인에게 민폐가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를 상처입히는 것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고독에서 벗어나게하는 것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래서 사랑이 넘치는 관계들은 오래도록 서로 상처입히고 상처받으면서 살아가게 된다.

 

살아가는 것이 두렵다는 것.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 두렵다는 것.

모든 것은 언젠가 깨어진다는 것.

뜻하지 않게 내가 주어버린 상처와 뜻하지 않게 내가 받아버린 상처.

무척 마음 아픈 일이지만, 누구나 살아가면서 그런 마음의 생채기와 실망을 안고 살아간다.

텐도 아라타가 그런 아픈 마음에 해주는 충고는 "너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살아가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사랑받는 것도

누구나에게나 두렵고 마음 아픈 당연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런 녹슬어버린 마음들도 서로 부둥켜 안고 슬플 때는 소리내어 울고,

아플 때는 서로가 보듬어주는 것이 진짜 사랑.

앞으로 우리들은 또 서로에게 뜻하지 않게 상처를 주겠지만,

서로가 있어도 또다시 위로 받을수 있다는 것.

넘치는 사랑에서, 텐도 아라타가 마음이 많이 다쳐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무리 강한 척 해도 나약할수 밖에 없는 사람의 마음의 당연함을 믿고

혼자 아파하지 말고 의지하라는 것이다.

 

깊이 공감하면서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쉽게 의지할수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사랑이 넘치는 것도, 너의 사랑이 넘치는 것도,

언젠가는 또다른 아픔으로 변해버릴 것을 알게되고 점점 더 두려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기다리겠지.

내 마음을 완전히 내어주고 아무리 상처받아도 괜찮을 사랑을.

누구나 기다리면서 내 앞의 저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겠지 하고 단념하겠지.

마음을 꺼내놓고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래서 살아가는 것은 고독의 연속이 될수 밖에 없나보다.

 

아,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아무것도 아닌 부분에서 울컥 하면서....

쟁여놓고 천천히 읽으려던 텐도 아라타의 소설도 이걸로 아쉽게도 끝.

기리노 나츠오와 함께 일본 작가들중에서 흔치않게 마음에 드는 작가인데,

다른 작가들보다 작품수가 많이 적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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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9-07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원의 아이.는 읽으셨나요? 제 소중한 친구.하나가 '그 책을 읽고 나서 내 인생이 바뀌었어.'라고 말하는 바람에, 궁금하고 동시에 손대기 겂나는 책이에요. 그의 책은 '무언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게 있나보지요?

Apple 2006-09-07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영원의 아이도 도서관에서 구해서 읽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고독의 노랫소리와 이책이 정감이 간다는....
뭔가 통하는게 느껴진달까....
요란하지 않아도, 그의 소설은 감동적이예요. 특히 지쳤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는...

쥬베이 2007-11-16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리노 나쓰오와 더불어 마음에 드는 작가^^
시즈님 서평 잘 봤어요~ 시즈님 글이 책보다 더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