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월 3주
클로이
지독하게 빠져든다...
단란했던 예전과 달리 무너져만 가는 가족관계에 힘들어하던 캐서린(줄리안 무어)은 교수인 남편 데이빗(리암 니슨)이 어린 학생들과 외도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이에 그녀는 그 동안 지켜 봐왔던 매혹적인 여인 클로이(아만다 사이프리드)에게 남편을 유혹하도록 부탁해 그를 시험하기로 한다. 클로이에게서 남편과의 관계를 듣던 캐서린은 자신이 질투하고 있음을 느끼지만, 그 감정이 누구에게로 향한 것인지 혼란스러워진다. 그리고 이내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클로이가 쳐 놓은 위험한 거미줄에 걸려들었음을 알게 되는데… 지독하게 매혹적인 클로이의 유혹, 그녀의 치명적인 비밀이 공개된다!
기다리고 있던 영화인데, 이제 다음주쯤이면 볼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를 기다린 이유중 가장 커다란 이유는 아만다 사이프리드 때문이었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서 아방한 백치미를 보여주었던 이 고양이 닮은 여인네는 어쩌면 이리도 아릿따운지, 그간 내가 좋아할 법한 영화에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내 머릿속에 기억된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이미지와 딱 어울리는 배역을 맡았다 싶은 영화가 바로 이 <클로이>여서 개봉을 열렬히 기다리고만 있었다.
이 영화를 기다린 이유 중 두번째 이유는 오랜만에 보는 치정 드라마라는 점이다. 나만 못본건지는 모르겠지만, 1990년대까지는 일류든 삼류든, 나름 차고넘치던 요런 장르의 영화가, 21세기 이후로 보기 힘들어졌다. 나름 어린 시절(?)에 보았던 다소 칙칙하고, 다소 에로틱한 포장의 치정물들을 꽤 좋아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자취를 감추고 말았으니 한때는 "에? 또 치정 스릴러야?"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립기마저 하다. (21세기 이후 들어서는 희한하게도 기계 문명을 느끼게 하는 영화들이 훨씬 훨씬 더 많아진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사는 건 그때와 그닥 다르지 않은데....아직도 2010 원더키디 같은 세상은 2010년이 된 지금도 결코 닮지 않은, 머나먼 공상과학일 뿐인데 말이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떠올려 보았다. 한시절을 수놓았던 치정스릴러 or 팜므파탈 스릴러를 다룬 영화들을...
이 언니들을 거부했다가는 제대로 인생에 후들겨 맞게 되어있다!
*고등학교 시절에, 엄마와 치정 스릴러물 비디오를 빌려보는게 인생의 낙이었는데(;;;) 그때는 지금은 제목을 기억할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삼류 영화들도 존재했고, 엄마와 함께 보다가 둘다 얼굴이 화끈 거리는 경험을 하기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아래 영화들은 제목이 기억나는 영화들, 이른 바 꽤 유명한 영화들이었고, 어느 정도 적정수준 안에서는 잘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위험한 정사
한때, 치정물 전문배우같았던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 글랜 클로즈 아줌마의 무시무시한 연기(+무시무시한 얼굴)을 볼수 있는 영화이다.
전형적인 치정물로, 한순간의 바람같은 불륜이 얼마나 무서운 일을 초래할수 있는가 보여주는 영화로 아직까지 이 영화를 안본 유부남들은 바람핀 후 잘못걸리면 인생이 어떻게 망가지는지에 대한 지침서로 살펴 보아야 할 것이야!! (제대로 무섭고 뒤끝있고 구질구질한 노처녀의 한을 느껴보시라!!!)
이 영화를 보고나면, 글랜 클로즈의 모습이 뚜렷하게 각인되어서 위험한 정사=글랜 클로즈 라는 공식이 세워지고 마는데, 그만큼 명연기인데다가 그만큼 무섭기도 하다.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살아나는 장면은, 그 비슷한 류의 영화들 중에서도 으뜸으로 공포스럽다.) 글랜 클로즈만 부곽시켜서 얘기를 써놓긴 했지만, 그만큼 글랜 클로즈가 아니면 나올수 없는 영화라는 뜻이고, 영화 자체가 꽤 잘만든 스릴러이기도 했다. 생각난 김에 다시 보고싶기도 하네.
아성녀 아이비
이 영화를 결코 좋은 영화라고는 할 수 없으나, 무슨 이유때문인지 꽤 오래 남는 영화이다. 아마 요런 18금의 영화를 고딩때 보았던 기억이 나름 짜릿했기 때문일까.-_-; (물론 영화는 그때도 그닥 야하지 않았고, 지금보면 더 야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배우로도 제작자로도 건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드류베리모어가 10대 시절 찍었던 영화. 망할놈의 팜므파탈의 전형을 보여주는 영화로, 내용 자체의 진부함은 둘째치고, 그때 보았어도 어딘가 촌스러웠던 영화이긴 했는데, 유독 이때 이런 영화들이 꽤 많았던 것같다. 스릴러를 가장한 어중띈 에로 영화같은 느낌?
위험한 독신녀
이때는 뭔가 에로틱한 느낌을 제목에 붙여넣는 것이 인기였는지, "위험한" 이라던가, "정사"라던가, "야성녀"라던가, "본능"이라던가, 이런 단어를 낯부끄럽지 않게 제목에 사용하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 <위험한 독신녀>는 얼핏 동성애물로도 바라볼 수 있었던 느낌도 있어서 다소 에로틱한 느낌도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영화가 야하지는 않다.) 이 영화에서는 여자 대 여자로써 만날수 있는 최악의 팜므파탈, 제니퍼 제이슨 리를 만날수 있다. 가만보면 제대로 짜증나는 여자가 내 인생을 잠식해온다고 생각해보라. 후덜덜...
여자주인공이 혼자 살기 쓸쓸해 룸메이트를 구하게 되는데, 새로 만난 룸메이트가 초절정 싸이코였으므로, 이 여자 인생은 그 날로 엄청나게 꼬여버리게 된다. 처음에는 다정했던 친구가, 서서히 자기를 카피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남자친구까지 빼앗으려 하고, 자신의 모든 인생을 뒤바꿔버릴것처럼 탐욕스럽게 변하게 된다.
이 영화의 두 히로인 브리짓 폰다, 제니퍼 제이슨 리의 연기도 좋았지만, 여성스럽고 섬세하면서 흥미진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연출과 얘기의 힘도 좋았다. 여자라면, 누구에게나 공포로 다가올 이야기. 지금봐도 그닥 촌스럽지 않은 기분으로 볼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브리짓 폰다를 한창 좋아했었더랬다. 후훗...
요람을 흔드는 손
이 영화는 한 가정을 파탄내기 위해 나타난 보모 팜므파탈이 등장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가 나왔을 당시 나 역시 무척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중학생쯤 되었던 것 같다) 당당히 비디오를 빌리지도 못하고, 한여름밤 TV에서 납량특집으로 보았던 것 같다.
꽤 스릴넘치고, 꽤 흥미진진한 스릴러. 지금 다시 본다고 해도 재밌지 않을까 싶다.
요즘 스릴러들에는 항상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데, (스릴러 마저 거대화 되어가는 것 같다.) 그에 비해 훨씬 더 쪼잔하지만, 훨씬 더 인간적인 옛날 스릴러식의 복수들이 훨씬 더 재밌는 것은 나뿐만일까. 이 영화가 주는 모든 스릴은 어떤 정치적 음모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한맺힌 한 여자가 일상으로 서서히 차고 들어와 가정을 파탄내는 과정에서 오는데도 무척 심장 떨리는데 말이다.
원초적 본능
한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그 유명한 <원초적 본능>은 전형적인 섹시 팜므파탈이 등장하는 스릴러 영화이다. 옛날에 우리나라에 개봉하고 비디오로 출시될 당시만 해도 많은 부분을 삭제하고 들어왔기 때문에 시간이 훨씬 지난 다음에서야 무삭제판이 출시되었다.(그리고 요런 영화들이 에로틱 스릴러의 가면을 쓰고는 있으나 실상은 다소 시시했던 반면, 무삭제 원초적 본능은 실제로 야했다!!! 뭐 이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역시 왠지 치정물 전문배우였던듯한 마이클 더글라스가 주연했고, 이때까지만 해도 살짝 발연기를 선보이신 샤론스톤의 육감적인 연기도 확인할수 있다. (이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지, 종종 도저히 봐줄수 없는 지경의 배우들을 캐스팅 하기도 한다. 샤론스톤은 거기까지는 아니었고....)
옛날 옛적, 비디오가게 아줌마와 싸바싸바해서 빌려 보았을 때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성인이 된 후 무삭제판을 다시 보면서 폴 버호벤이 이 영화를 얼마나 잘 찍었는지 느끼게 되었다. 이빠진 스토리는 그렇다치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자극적이고, 천박하지 않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찍을수 있는지 터득하게 된 것은 아닐까 싶더라. 물론 그것은 에드리언 라인을 따라갈수 없는 수준이기는 하지만서도....
디아볼릭
또 샤론스톤이다. 이때까지는 이런 영화들에 꽤 많이 출연하셨더랬지...
사실 그닥 잘 만들어진 스릴러라고는 보기 힘들지만, 이 영화를 찍을 당시 이미 중년이셨던 이자벨 아자니 여신님의 미모와 당시로써는 다소 파격적인 반전으로 기억되는 영화이다.
아내와 정부를 따로 둔 한 남자가 정부와 함께 아내를 죽이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스릴러인데, 짜임새는 조금 부족했지만, 발상의 전환을 가져오는 측면에서 반전은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에서 이자벨 아자니는 진리였다.
폭로
또 등장하는 마이클 더글라스....이 아저씨는 대체 왜 이런 영화에 많이 출연했을까?(대부분이 여자에 혹했다가 결말에는 혼구녕나는 남자가 되어버리는 역.)
치정물은 아니지만, 이 영화 이전에는 꽤 청순한 역활로 자주 등장했던 데미무어가 악녀 등장했던 영화라 나름 기억에 남는다. 최초의 여성->남성으로의 성폭행이 법정까지 간 사건을 다루고 있는 영화라 소재도 특이했고 말이다.
사족이지만, 강간 당하는 남자로 등장하기에는 마이클 더글라스가 너무 능글맞았다!!!! 이아저씨 싫다 싫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즐기는 것 같았어!!!!!
*쓰다보니 더이상 생각나지 않아서;;; 또 용두사미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