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이 이상한 건지,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릴때부터 음악이든 소설이든 영화든, 울적한 것을 좋아했다.
물론 아주 극도로 반대로 철저하게 유머로만 점철된 것들도 좋아하긴 하지만 말이다.
바빠서 정신없이 맞이해버린 1월 1일.
매년 연말이면 나 나름대로 좋았던 것들을 정리해보곤 하는데, 올해는 좀 늦었던 것 같다.
(사실 이제와서 정리해보려고 하니까 갑자기 생각이 안난다...ㅠ ㅠ어흥어흐흥...)
올해, 내가 즐겨들었던 노래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앨범도 사고 암흑의 손도 거치는 청중이다.
어쩔수 없는 것이,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듣고자 하면 우리나라에 발매되거나 수입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가끔은 일본이나 외국에 나가는 친구들이 선물을 사다준다고 하면 부탁해서 사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굉장히 매니악한 취향은 아니라고 나는 늘 믿어왔다.
다만, 우리나라 음반시장이 좁을 뿐이라고, 나는 아직도 그렇게 믿는다. 

올해, 내 작은 골방작업실에서 울려퍼지던 노래들은 이런거다.

Lenka-Lenka(2008)
올해, 어쩌면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았던 팝앨범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래도 CF에 많이 삽입되었기 때문에...)
나는 아주 뒤늦게 들어보게 되었는데, 샤방샤방 너무 예쁜 목소리에, 귀에 착착 붙는 쉬운 멜로디,
그냥 배경음악으로 걸어놓고 편안히 뭔가 집중하고 싶을 때 들으면 딱 좋은 앨범이었다.
(나는 예쁜 목소리에 약하다. 그리고 바람세는 것 같은 목소리에도 역시 약하다.)
올해 어떤 마감을 하던중에 한참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정신놓고 마냥 행복한 기분으로 편안히 듣기에 정말 정말 좋았다. 

M83 - Before The Dawn Heals Us(2005)
이 앨범은 올해의 베스트라기보다는 내게 Alltime favorite이 되어버린 앨범이다.
처음 발매되었던 2005년부터 현재까지 심심하면 CD를 꺼내어 넋놓고 듣고 있는 궁극의 아름다운 우주사운드.
장소가 어디든, M83노래를 듣고 있다보면 정신이 현실을 빠져나가 거대한 우주속을 부유하고 있는 것 같은-꿈처럼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데,
그래서 이름도 M83이 아닌가.
Safe같은 노래들은 아무리 들어도 끔찍할만치 황량하고 아름답고,
Farewell/ Goodbye같은 노래들은 몇번을 들어도 "별헤는 밤"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반짝 하고 켜지는 느낌이다. 너무 광활해서 슬픈 느낌이다. 이 앨범은...
아마 이 앨범은 내년에도 심심할 때마다 듣게 될 것 같다. 

루네-압셍트(2009)
가요를 많이 듣는 편이 아니어서 그렇지, 인디음악은 꾸준히 듣는 편인데도, 왠지 요즘은 인디음악 듣는 것이 버겹다.
인디음악씬마저 비슷비슷한 음악이 넘쳐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에.
비슷한 목소리에, 비슷한 멜로디, 적당한 달콤함이나 적당한 루저정신.
똑같은 것이 반복되는 것을 싫어하는 나로써는, 살짝 지겨워질랑말랑 하려는 찰나 듣게된 앨범.
루네의 너무너무 매력적인 목소리는 이모진 힙(imogen heap)이 떠오르기도 하고, 한영애 아줌마가 떠오르기도 한다.
고혹적이고 몽환적인, 그리고 압셍트보다 약간 덜 독한 그런 목소리와 노래들.
올해 들었던 인디음반중에서는 내게는 최고였다.  

MIG-Yamatna(2006)
역시 2006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들었던 앨범.
몇년전 인터넷을 휘젓던 중에, MIG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었는데(지금은 닫혔더라;;음반 그만내려나?;;)
배경음악으로 깔리던 Yamatna라는 노래에 흠뻑 빠져버렸다.
아마도 인도계인듯한 보컬, 너무나 매력적이고 기이한 목소리에 한번 빠지고,
보통 영어권 노래에서는 나올수 없는 멜로디가 나와버리는 기이한 변주에 또 한번 빠졌다.
Yamatna도 좋지만, 음산한 시크의 절정을 이루는 Smoke Of Lies같은 노래들도 좋고,
이 앨범이 아니라 다른 앨범들도 참 좋았던 것 같은데.....
음반 그만내려나...소식이 없네... 

Olafur Arnalds - Variations of Static(2009)
어제도 말했듯이 정말 좋아했던 올해의 앨범.
현재 너무 너무 행복한 사람도 갑자기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며, 세상에서 제일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앨범.
오늘에서야 CD를 사서 두근거리며 오디오로 들어보았는데, 아...여전히 너무너무너무 감동적이다.
구슬픈 피아노소리위로 차가운 보이스웨어의 목소리가 읊어대는 가사들이 뭔지 아직도 몰랐는데, 가사지에 이렇게 써있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를 아직도 기억하니? 우리는 공원에서 놀고 있었지.
그리고 너는 내가 죽을 때 무슨 일이 생길까 하고 물었지.
나는 대답했어. 모든 것을 잊을 거라고...모든 것을.
너는 다시 한번 물었지. "너 자신도?"
난 대답했어. "그래, 나 자신도."
넌 죽고싶지 않았잖아. 결코 잊지않아.
부드러운 포옹과 함께 사라져버린 우리가 함께했던 흔적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어떻게...' 

아...가사까지 괜히 속상해진다.ㅠ ㅠ 정말 이럴거야?ㅠ ㅠ

mum - sing along to songs you dont know(2009)
지금까지 들어온 바로는, Mum의 앨범은 두가지로 나뉜다.
몽환의 절정을 달리거나, 초 귀엽거나.
올해 나온 sing along to songs you dont know는 후자쪽의 앨범으로 초초초초초 귀엽고 따뜻한 앨범인데, 말랑말랑한 "작은 생물"이 떠오르는 목소리라던가, 소박한 멜로디와 진짜 너무 귀여운 가사까지
너무 귀엽고 깜찍하고, 괜히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앨범.
겨울에 들으면 지대로 따뜻하다. 

 

The Bird And The Bee - Ray Guns Are Not Just The Future (2009)
아주 예전에 첫 EP를 들었을 때는 이렇게 오래 듣게될 밴드인지 알지 못했다.
그럭저럭 괜찮기는 했었는데, 그 정도의 음악은 아주 많았으니까...
그런데 1집부터 아..이거다! 싶더니, 새로 나온 앨범까지도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주고 있는 새와 벌.
산뜻하고, 예쁘고, 많이 들어도 쉽사리 질리지 않는 달콤함. 

   

 

sophie hunger-Monday's Ghost(2008)
옛날 앨범들을 좋아한다. 그 특유의 눅룩함이랄지, 아련한 애수랄지...
포크음악들을 듣고 있으면 그런 기분을 느낄수 있어서 좋은데, 그것도 너무 비슷비슷하다보면 질리긴 마찬가지인 것같다.
올해 초에 들은 앨범이었는데, 언젠가 TV보다가 올림푸스 펜 광고에 소피 헝거의 노래가 걸려서 깜짝 놀랐다.
공허한 목소리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아티스트.
영어, 독일어, 스위스어까지 한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독특한 억양이 주는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small color - in light (2009)
일본 음악을 많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 많이 듣는 것은 아니지만, 간간히 듣다보면 훅 꽂히는 앨범들이 있다.
간간히, 일본 음악중에 햇빛을 담은 것 같은 음악을 들을때가 있는데,
small color의 앨범이 그랬다.
반짝반짝하는 햇빛, 수평선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봄날의 나른한 낮잠.
꼭 그런 느낌이었던 앨범. 

 

nitin sawhney - london undersound(2008)
그야말로 완소앨범!!!
니틴 소니 앨범은 종종 수입도 되고 그래서 이 앨범도 당연히 수입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다.
니틴 소니의 이전 앨범들도 좋아하긴 했지만 이 앨범에서 니틴소니의 음악적 역량은 만개했다고 본다.
이국적이고 어딘가 아련해지는 사운드.
이 앨범에서는 시크한 면모까지 보여주고, 여전히 종종 등장하는 인도스러운(?) 음악들도 매력만점. 

 

sebastien schuller - evenfall(2009)
1집을 너무 너무 좋아해서, 2집을 너무너무 기다렸는데, 생각보다는 약간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워낙 좋아하는 아티스트이다보니, 올해초에 많이 들었던 앨범이다.
Open Organ같은 노래는 어딘가 내 어린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노래였는데, 딱히 뭐가 닮았는지는 모르겠다.
어린시절, 해질녘 무렵 동생과 풀밭에서 잠자리를 잡던 기억이 들을때마다 매번 떠오른다.
 

 

그외에 엘리지안 필즈의 신보라던가, 아카이브의 신보라던가, 에어 신보라던가, 그외 한두곡씩 꽂혔던 노래들도 많으나,
쓰다보니 갑자기 귀찮아진 관계로 이만 쓸까 한다...-_-;(용두사미;;)
왜 이렇게 귀찮은 일을 벌렸을까...싶은데, 이러면서 나는 내일 또 할거다.
내일은 책 버전으로!

올해는 대충 이런 음악들을 듣고 흘러간 것 같은데, 내년에는 또 어떤 음악들이 나를 뒤흔들어놓을지 궁금해진다.
매시브 어택이라 골드프랩 새앨범이 나온다니까 완전 기대하고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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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1-0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처럼 퍼가기 기능 있으면 좋은데, 별찜하면 어디서 찾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니깐요.
새해부터 보관함 빵빵하게 채우고 가요~ 이 중에서 mum 앨범이 가장 궁금해요- ^^

다락방 2010-01-01 19:28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서재 맨 위에 [나의서재] 옆에 [서재브리핑]을 누르시면 왼편에 글쓰기 바로밑에 '별찜한글' 있어요. 그걸 누르시면 그동안 내가 별찜한 글이 쫙 뜬답니다.

Apple 2010-01-02 01:06   좋아요 0 | URL
음...혹시 영화 <수면의 과학>에서 나왔던 If you rescue me라는 노래 아세요?
그 노래 느낌을 떠올리면 딱 맞을 앨범이예요.^^ 소박하고 귀엽고 예뻐용...흐흐..

하이드 2010-01-04 16:06   좋아요 0 | URL
그걸 이제 알았다니; 털썩 ; orz
근데, 제꺼 보니깐, 제 글밖에 별찜 안 해놓은거 있죠.^^;;

소박하고 귀엽고 예쁜 노래 좋아요~~ 찾아봐야겠어요.

다락방 2010-01-01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pple님. 전 이중에 제가 아는 앨범이 하나도 없네요. 죄다 자켓도 처음봐요. 이럴수가. 흑 orz

다락방 2010-01-01 20:37   좋아요 0 | URL
저 들어보지도 않고 이중에 앨범 하나 그냥 오늘 질러 버렸어요. 저는 충동적인 동물.

Apple 2010-01-02 01:0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충동의 제왕이시군요...^^;;ㅎㅎㅎ 아무쪼록 만족하시길 바라며...ㅠ ㅠ우흐흑...
근데 뭐 사셨나요?^^

다락방 2010-01-02 01:40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도 페이퍼에 충동질 하셔서 그만... ㅋㅋ 뭘까요? 맞춰보세요 ㅎㅎ

Apple 2010-01-02 03:23   좋아요 0 | URL
올라퍼 아르날즈 사셨군요..히히히히히히
연초부터 기분 망치고 싶으세요?ㅎㅎㅎㅎㅎㅎ
아무쪼록 마음에 드시길...^^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