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 1시가 다되어서 퇴근을 했고 집에 도착해 대충 세척을
하고 습관처럼 TV리모콘을 잡았다. 어짜피 이시간대에 재미있는 영화는 할리가
없고 그냥저냥 살색이 좀 많이 나오는 B급영화들이 대부분인지라 별기대를 안했었다.
주7일의 연속적인 근무로 인해 시간개념이 제로치까지 떨어져 버린 시점에서
지금이 일요일과 걸쳐진 월요일 새벽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채널은 공중파를 행했다.
이날만큼은 공중파에서도 영화를 틀어주기 때문에....
그래서 만난 영화가 "Story of us"였다..

영화를 보는 동안 분명 과거에 본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어떠한 기억도 재생되지
않는 것이였다. 호감가는 배우인 브루스 윌리스와 좋아하는 배우인 미셀 파이퍼가
나왔는데도 말이다. 내용은 오전에 쓴 페이퍼와 같은 스토리대로 나아갔고 결국
격정적이면서 의미심장한 마지막 대사를 하고 그 가정은 이혼의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를 다시 찾아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비슷한 구조의 다른 영화가 생각 났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다시 봐도 유쾌하고 즐거운 영화였던 해리...는 나름대로 영화장르를 분류해서 봤던
영화중에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분야에서는 최고의 위치에 놓아도 전혀 불만이 없었던
영화였었다. 그런데 새벽에 공중파에서 본 영화는 지나치리만큼 이 영화의 전개방식을
고집스럽게 따라가는 모양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럴 수 밖에...감독이 같은 사람이였으니..)
1989년에 만들어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그리고 1999년에 만들어진 스토리 오브 어스..
분명난 해리..는 즐겁게 봤었고 그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를 대부분 기억을 하고 있었
지만 1999년에 만들어진 스토리 오브 어스 의 경우 전혀 기억이 안났다는 사실에 잡생각이
떠올랐고.. 7년이 지난 후 파김치가 된 후 새벽에 접하게 된 이 영화에 지나칠 정도로 몰입을
했다는 것 자체도 납득이 가질 않았다.
상황이 변하면 느낌도 달라지는 법....
하긴..아마도 내가 이 영화를 접했었을 1999년도는 난 유부남도 아니였을 뿐더러 결혼보다는
연애만 좋아했었던 때였으니까 아마도 이 영화는 나에게 심드렁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혼 6년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이 영화는 지나치리만큼 많은 숙제를 안겨줘버렸다.
철 안든 어른같은 벤(브루스윌리스)과 지나친 완벽주의자 케이티(미셀파이퍼)의 이야기와
그들이 내뱉는 대사 하나하나가 맘속에 콕콕 박히는 것이 졸려 죽겠다는 신경들을 죄다 곤두
서게 만들어 버렸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주변에 머물고 있는 친구라는 위치로써
다른 부부들의 상황과 대사까지 전부다 뜨끔까지는 아니더라도 싸하게 머리속에서 맴맴 돌게
만들어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유부남이 되고 애아빠가 되었기에 느꼈을 법한... 그런 울렁증....말로는 표현을 못하겠다.
뱀꼬리 1:
이혼을 결심한 케이티가 친구들과 레스토랑에서 수다를 떠는 장면이 있다. 친구 중 하나가 재미
있는 말을 한다.
"잠자리(섹스)는 사랑하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해도 키스는 그것과는 다르거든....
키스는 마치 뭐랄까 너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란 그런 감정이 들잖아..."
뱀꼬리 2:
서로에게 매력을 느꼈을 상대의 행동과 습관 버릇이...15년이 지난 후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것이 아이러니 하다고나 할까?
뱀꼬리 3:
진우맘님...저 유부남에 아저씨랍니다...^^ ..참고로 수컷은 아니므로 예전처럼 편하게 댓글
달으셔도 아무 상관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