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남들이 다 자는 시간에 난 두세번 벌떡 벌떡 일어나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쑈를 해야만 했다.
목요일 저녁부터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강력한 에드빌을 섭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두통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었다. 당연히 컨디션 바닥을 치고
기다렸다는 듯이 갑작스럽게 일은 바뻐지고... 간만에 야근 연속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금요일은 집에도 안들어가고 술을 드신 실땅님의 토끼눈을 목격하면서 일을 하다
도저히 안되겠는지 그냥 일찍 들어가자고 암묵적인 합의에 도달, 집에 들어가 간단하게
있는 음식으로 저녁을 때우고 공연이라고 늦게 들어오신 마님 보고 나도 모르게 그냥
안경을 낀 상태로 잠이 들어 버렸다.
속이 거북함을 느끼면서 눈을 떴고 여전히 두통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
갑자가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시큼한 위액을 느끼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거울을 보니 허옇게 질린 얼굴이 하나 을씨년스럽게 마주보고
있다. 마님은 꼼짝도 안하면서 입으로만 무슨 일이야?를 연발한다.
억지로 잠을 청했으나, 새벽 4시에 난 또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2차로 화장실에 달려갔고 뱉어낼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소화하라고 분비되는 위액을
뱉어내 버린다. 마님은 여전히 입으로만 괜찮아.?를 연발한다.
새벽의 푸닥거리로 인해 나의 기상시간은 9시반이 되었고 당연히 지각...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도 마님은 집에 일찍 들어오라고 요구를 하며, 어머니는 오늘 있는
친가의 결혼식장 가는 길을 지도를 펴놓고 길안내를 하라고 닥달을 한다. 덩달아 아버지는
종이를 꺼내들고 내앞에 흔들면서 약도를 그리라고 압력을 넣는다.
이런 날은 가족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요즘 우리집에서 나라는 인간의 위치는 남편으로써 아빠로써 아들로써의 의무만이 존재할 뿐
권리는 전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