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오세요!!'

저음도 아니요 고음도 아닌 적당한 억양의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들어갈까 말까...아 이미 수속을 밟았으니 들어가는 것이 상책이겠지...아무래도...
병원에 와서 수속을 거치는 내내 왜 왔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그는 이대로 지금의
상태를 방치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의 불안한 심정에 모질게 마음을 잡고 이곳을
방문한 것이다.

어느날 부턴가 그가 하는 일은 삐뚤빼뚤 그 자체를 나타내는 일반대명사가 되버렸다..
왜 이런일이 그에게 생겨났는지...그건 오직 조물주만이 알겠지만..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바른
길을 가고자 노력했고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한 그에게 지금 내외적으로 발생한 이 사건은
결국 신경정신과의 문을 두드리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가 하는 일은 건축설계..
경우에 따라서는 적당한 거짓말로 건축주를 주물러야 하며. 때로는 고압적인 언어로 협렵업체를
쥐어짜야 하는 그의 업무상 스트레스가 많은 건 사실이긴 하지만, 그런 일적인 요소로 이런 삐뚤
빼뚤한 반사신경이 나왔을리는 만무했다. 일로 쌓인 스트레스는 계속 일로 풀었으며, 직장생활
10여년 가까히 별 문제없이 살아온 그였으니까.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가 올해 1월달부터 시작한 서재생활때문에 아마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 그는 나름대로 자기자신이 제법 잘난 줄 알고 사는 소위 지나치지 않을 정
도의 자뻑과였으나 그가 시작한 서재생활로 인해 그는 큰 좌절감을 겪고 있는 중이다..

`쳇...세상엔 나보다 더 잘난 사람도 많을 뿐더라...나보다 심한 자뻑도 많군....흥..!!'

서재생활 반년이 지날 즈음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면을 그리는 그는 분명 직선을 그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리고 나서 살펴본 그의 도면은 마치 클럽
에서 아무도 안쳐다보는 어느 여인네가 추는 독기어린 썰렁한 웨이브를 연상시키듯 볼쌍 사나웠었다.
그 외,출근길 퇴근길 사람들이 유난히 쳐다보는 것이 내심 수상하기도 했지만, 수려한 용모탓이려니
하는 그 근거를 알수없는 자뻑으로 인해 그의 증상은 비교적 늦게 노출되버린 것이였다.
어느날인가 집으로 퇴근을 하는 날 집 앞에서 마추친 마님의 지적으로 그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이 마당쇠..왜 지그재그 갈짓자로 걷고 난리야..?? 엉..'

마님의 이 한마디로 모자란 점심시간을 쪼개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딱히 이렇다할 해결책을 못내
논 의사들을 원망하면서 그는 최후,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신경외과의 진찰을 생각하고 오늘 이렇게
그 신경외과 의사의 상담을 앞두고 있는 것이였다.

결심을 굳히고 문을 열고 들어간 그 자리에는 나이는 들었으리라 생각되지만 동안으로 여겨지는 의사가
일인용 쇼파에 앉아서 열심히 키보드를 두둘기고 있는 것이 목격되었다. 입고 있는 가운의 옷깃 때문에
명찰은 마~ 로 시작하는 첫글자만 보일 뿐이였다.

`조금만 더 쓰면 이번주에도 5000원은 문제 없겠군 호호호호'

들어온 환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모니터를 보면서 키보드를 두들기는 그 마~모시기 의사는 문뜩
문앞에서 불안감에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연신 지그재그 다이아몬드 스텝을 제자리에서 밟고 있는 그를
목격하게 되었다.

`오호호 어떻게 오셨나요...??

엥...수속을 거쳤다면 의사에게도 들어갔어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이 병원의 취약한 시스템을
원망하면서 자신의 증상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그 마~ 모시기 의사는 알듯 말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증상을 설명하는 그의 말을 끊어 버리면서 한마디 한다.

`걱정마~~ 그건 주사기 한방이면 끝난다고 오호호.. 조교 그걸 준비해줘요....!!'

어랍쇼..간호사를 부르는게 아니고 조교..뭔가가 잘못되가고 있다고 생각한 그는 황급히 자리를 피할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문앞에 거대한 주사기와 고무튜브를 손에 들고 있는 유난히 새것으로 보이는 안경을
착용한 조교에게 봉쇄되어 있는 상황이였다.
그 거대한 주사기에는 큼지막하게 글자 4개가 써있는 것이 아닌가..

`겸손관장(謙遜灌腸)'

잠시 후 복도에서는 그 실에서 나왔으리라 추정되는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려왔으며, 방금 그가 들어간 실의
문위에는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명패가 흔들거리고 있었다. 물론 명패에는

`겸손교수 마XXX  전공: 기생충학'

이라고 써있는 건 뻔할 뻔자가 아니겠는가..??

뱀꼬리1 : 절대 절대 절대...특정인물과는 상관이 없는 글임을 확실하게 밝히는 바 입니다...
뱀꼬리2: 조교의 명찰 역시 옷깃에 가려 안보였지만 항간에는 야~~ 로 시작했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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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6-06-28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바람처럼 날아가야하는 퇴근시간 직전단계에 웃다갑니다.

그린브라운 2006-06-28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추천 누르고 갑니다 ^.~

조선인 2006-06-28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기생충학 전공교수가 왜 관장을 하죠? ㅋㅋㅋ

물만두 2006-06-28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하다? 야아클? 야마다? 야야야~? ㅋㅋㅋ

Mephistopheles 2006-06-28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연우님 // 부럽네요 바람처럼 날라다니는 능력의 소유자라니...
다락방님 // 님같은 방문자가 많았으면 좋겠어요..ㅋㅋ
조선인님 // 그게 말입니다. 소설에서 이라부도 신경정신과가 전공이지만 별걸 다하지 않습니까..공중그네를 타지 않나...소설을 쓰지 않나..야구를 하지 않나...기타등등...
물만두님// 그거야....생각하기 나름이겠죠..ㅋㅋㅋ

날개 2006-06-28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절대 절대 절대...특정인물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도록 노력할께요...ㅋㅋ

건우와 연우 2006-06-28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근하느라 바빠서 다 못웃은 웃음과 더불어 추천 꾹.

비자림 2006-06-29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겸손관장, 겸손교수.. 큭큭큭
오우 오늘도 웃음 바이러스로 알라딘을 평정하는 메피스토님의 저력..

비로그인 2006-06-29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존께 또 한 번의 경외감을..^^

paviana 2006-06-29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관장이 효과가 있었나요? ㅎㅎ

Mephistopheles 2006-06-29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 그럼요...절대 절대 절대 특정인물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건우와연우님 // 다시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자림님 // 설마...평정까지야 하겠습니까..ㅋㅋ
별님//아 그게 안경만 눈에 띄어서....^^
사야님 // 와 정작 사야님 자신이 지존이면서..넘 겸손하신것....헉 설마....!!
파비님 // 픽션입니다 파비님...픽션이요..!!

2006-06-29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6-29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 // 비~~~ 밀~~~

2006-06-29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6-30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대담관장...아프기는 마찬가지일것 같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