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 하는 일을 하기전에 몇번의 전혀 상관이 없는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이 난다.지금이야 이분야에서 10년 가까히 일을 하다보니 다른일을 한다는
것이 솔직히 두렵고 무섭기 그지없고 지금하는 것 만큼 잘해낼 자신이 없다고 하는
게 정답일지 모르겠다. 20대에 주로 했던 알바가 뭐가 있나 하나하나 챙겨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1. 테마파크 곰돌이..는 아니지만..

대학시절 방학때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몇번 있었다. 그것도 방학때마다 싸돌아
다니면서 돈을 쓰면 썼지 돈을 벌어오는 알바를 안하는 나를 보면서 한심하셨는지
`용돈 좀 벌어서 엄마 빨간내복 한번 사줘봐라..!' 라는 말씀과 함께 행동으로
보이신 결과 난 잠실의 유명테마파크인 LW 테마파크에서 시간당 돈을 받으면서
알바를 한적이 있었다.

말이 알바지 그곳에선 협력사원..이라는 명칭이 붙더라. 방학기간동안 계약서도
쓰고 2시간 소양교육도 받고 일하는 부서에 따라 배치를 받았다. 생각보다 다양
했던 걸로 기억이 난다. 티켓을 담당하는 부서. 놀이기구를 담당하는 부서 게임을
담당하는 부서. 청소를 담당하는 부서... 난 게임쪽에 배정을 받았다.
그런데 말이다. 각 부서마다 각자의 유니폼을 받고 실무교육에 들어가야 하는데
내유니폼은 안주고 기다리란 말만 하는 것이다. 잠시후.. 난 정말 이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한 유혹을 받았다.
         
           왜 내 유니폼만 아랍인 복장인 것이냐..!!

유니폼을 전해주는 직원의 설명은 이러했다.. 게임도 테마파트 내 각 조닝별로
나라의 테마가 정해지는데 그 매장 앞에는 언제나 그나라의 전통복장을 입는 게임
룸이 첫번째를 장식한다고...아프리카 존이 아닌게 다행이라고 속닥거리기까지 했다.
(후에 그 테마파크에는 아프리카 존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내심 분개했었다)

아마도..난 이 아랍복장을 입고 흔히 말하는 손님들을 향해 야바위와 썰을 풀다 보니
비교적 소심했던 내가 대범해지기 시작했던 시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되어 진다.

2. 곰돌이는 아니지만....PART2

여름때 아랍인 복장으로 얼굴이 두꺼워진 나는 다음학기 겨울방학때 또 그곳에서 아르
바이트를 했다. 이유는 벌이가 생각보다 짭잘했고...밥이...참 잘나왔다..초복 중복
말복에는 어김없이 반계탕을 주는 알바자리는 흔하지 않다.

2번째 가니 배정을 지정하는 직원이 어 아랍인~! 하면서 반가워 하더라.. 난 이미 아프
리카 존이 없다는 걸 확인한 상태에서 그 직원에게 한번만 더 아랍인 시키면 안한다고
무언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고 그걸 눈치 챘는지 다른 부서로 배정해줬다.

            청소부..... 청소부를 시키더라......!!

사실 말이 청소부지 부서내 유니폼 중에선 제일 이쁘다 하얀 멜빵바지에 파스텔톤의 노란
셔츠를 받쳐입고 하얀 모자를 쓰고 테마파트를 누비면서 청소를 하는 부서이다. 그리고
다른 부서에 비해 시간연장이 가능하고 시급이 600원 정도 비싼걸로 기억된다. 하지만
일이 엄청 고되고 힘들다. 남이 흘린 오물이나 음식물 찌꺼기..처리는 기본이고 제일
늦게 테마파크를 빠져 나오는 협력사원 중에 하나였다.

알다시피 그곳은 실내 테마파크이긴 하지만 예외로 석촌호수에 있는 부속테마파크는 실
외이다 보니 가끔 그곳에 배정받으면 여간 곤란하기 그지 없다. 눈이라도 오면 눈치우고
손님 미끄러지지 말라고 본 건물과 연결된 브릿지에 한장에 200만원 넘는 빨간색 메트를
깔아 주느라 엄청 땀을 흘렸던 기억도 난다. 한번은 결혼할 커플이 야외촬영을 눈오는
날 그곳에서 했는데 빨간 매트를 까는 우리를 보고 지들을 위해 깔아주는 줄 알고 엄청
감격하는 표정을 지은 것이 생각난다.. 기념으로 사진도 같이 찍었었다..

3. 음하하하하 나도 관리직이 되었다...

다음해 여름방학은 과제하느라 재끼고..겨울에 또 짬을 내서 그곳에서 알바를 했다.
이번엔 그 담당이 그 건물 12층 관리직으로 가버렸기에 누굴 빽으로 쓰나 하면서 그 직원
전화를 걸었다..(소문이 좋게 나서 알바할려는 사람이 넘쳐서 신청하고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홍보실에서 일해보지 않을련...하더라. 얼씨구나 좋구나 하면서 12층에 올라갔다.
내가 하는 일을 설명받고 난 또 얼굴이 굳어졌다.

             하루종일 밖에 내보내는 일이더라.....!!

하는 일은 간단하다 홍보실에서 작성한 홍보기사를 서울시내에 있는 각 신문사에 보도자료
를 보내주는 일이다. 아침 10시에 출발하면 오후 4시나 5시까지 서울시내에 있는 10개도
넘는 신문사 담당기자를 찾아가 일일히 보도자료를 건내주는 것이였다. 난 그때 서울에 신문
사가 이렇게 많다는 걸 알았다...그리고 지금도 신문사의 위치는 이 알바덕인지 훤히 꽤차고
있다.

그래도 좋은 점이 있었다. 관리직이다 보니 일단 일반 협력사원과 명찰이 틀렸다. 그들은
타원형이지만 난 직사각형의 명찰을 달고 다녔다..일반 사복을 입고. 그리고 그 명찰을
차고 있으면 L테마파트는 그냥 통과였다. 오죽하면 정문을 지키는 경비직 직원이 나에게 경례
를 붙이기까지 한다. 직사각형 아크릴 명찰이 위력을 발휘했다.

그 이후 과제에 치여서 알바다운 알바는 한적이 없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난 학창시절 남
들과는 좀 틀린 엄청나게 튀고 얼굴 팔리는 아르바이트를 했던 건 아니였나 생각되어진다.

그 이후 간간히 했던..아르바이트 역시 파란만장했다고 생각되어진다. 아 기구한 내 인생아..

뱀꼬리  관리직으로 있으면서 연예인을 처음 봤다..     고현정..
       테마파크 내에서 촬영이 있었는지 그곳에 있었고 난 한눈 팔다 그녀와 부딪칠 뻔했다.
       정말..이쁘고 아름답더라는.. 싱긋 웃으면서 괜찮아요 하는 그녀는 정말 근사했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6-03-0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 전 압구정에서 김소연이 삔 떨어뜨린거 주워 준적 있는데, '고맙습니다!' 하면서 고개를 꾸벅 숙이는데, 느므 예쁜 여자가 그러니깐 황송해서 같이 꾸벅 숙였다는;; 생각이 문득. 아, 전 미녀에 너무 약한게지요. 예나 지금이나. 곰돌이옷입고 하는 아르바이트는 왠지 낭만적이에요.( 물론, 하라면, 별로 많이 안 하고 싶지만)

Mephistopheles 2006-03-03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거기가서 알았는데요..^^
곰돌이 복장같은 건 일반인을 안쓰고 특별계약직이라고 따로 계약을 하더라요...^^

이매지 2006-03-0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는 여름에 곰돌이 복장입고 알바하다가 더워 죽는 줄 알았다고 하던데 ㅋ
전 그냥 쭉 사무알바만 해와서 실내에서 형광등 빛을 쐬가며 ㅋ

Mephistopheles 2006-03-03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득 그거..땀띠나기 딱 좋은 알바입니다...

물만두 2006-03-03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르바이트하면 약값이 더 드는 약골이라 해본적이 없습니다 ㅠ.ㅠ;;;

Mephistopheles 2006-03-03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값이 안드는 알바도 있을지도 몰라요...음. 뭐가 있을까나...^^

2006-03-03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3-03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 별말씀을 입니다...ㅋㅋ

비로그인 2006-03-03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포님 책임지세요
이 페이퍼를 읽고 나서 오후내내 완전 심란 모드.
저 장소 혹은 회사에 제 옛 사랑이 다녔습니다
메피스토님이 저리 오래 알바를 하셨다면 얼굴도 보셨을지도..^^;;

Mephistopheles 2006-03-0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그렇단...말인가요..무슨부서였나요..^^

날개 2006-03-0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있자... 그러면 거기 놀러가서 메피님을 봤을지도 모르겠군요!^^

Mephistopheles 2006-03-03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게임점수가 형편없이 나왔는데 미모에 반해서 큰인형 덥석 드렸던 그 미녀분..??

비로그인 2006-03-0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리카존에 아니라는 것에 동감하고 있었는데.. 테마파크에 아프리카 존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분개했었다 라는 말에 피식.ㅋ_ㅋ

Mephistopheles 2006-03-0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있었다면 아래만 가리고 우가차가 했을지도...

로드무비 2006-03-04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세무서 무슨 주간 동안 아르바이트한 주옥같은 내용의
페이퍼를 올린 적 있는데.=3=3=3

Mephistopheles 2006-03-04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찾아봐야 겠군요 그런데 어떻게 찾을지 막막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