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액션스타 형님인 “아놀드 슈바제네거”라는 배우가 총 쏘고 사람 죽이는 액션 영화만 찍었던 건 아니었다. 그도 배우인지라 한 가지 장르에 집착하지 않고 여러 장르의 영화에 출연을 하며 발군의 연기력(?)을 뽐내곤.......흠흠..
그 중에 인상적인 영화가 하나 있었으니, 표면적으로는 훈훈한 가정애가 주제인“솔드 아웃(Jingle All The Way 1996)”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대충 내용은 이렇다.
일에 빠져 사는 아빠(아놀드 슈바제네거)는 언제나 가족(부인, 아들)에게 소홀히 하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영화 설정 상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터보맨” 장난감을 선물하기로 한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액션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흔한 가족영화이지만, 이 영화는 제법 살벌한 느낌이 들곤 한다. 장난감 가게 앞에서 진을 친 아빠부대들이 하나 남은 터보맨을 쟁취하기 위해 아레나 안에 들어 간 검투사마냥 치고 박고 물어뜯는 전투력을 선보인다. 결국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겪은 후 가족의 사랑과 평화를 지켜낸다는 조금은 하품 나오는 결론에 도달한다.
20여년이나 지난 이 영화가 갑자기 생각난 이유는 이게 그냥 영화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닌 요즘 현실로 벌어지는 상황이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사무실 30대 중반의 유부남 직원은 요즘 고민이 깊다. 5살, 7살 아들 때문이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아이들이 지목한 선물품목은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였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옆 나라 일본에서 만든 전대 특촬물로써 알록달록 쫙 붙는 각각의 유니폼을 입은 5명 혹은 그 이상의 용사들이 지구를 침범하는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다. 1년에 한 시즌을 진행하며 해가 바뀔 때 전년도 레인저와 금년 레인저의 콜라보를 이루는 극장판을 선보이고 해마다 새로운 설정과 새로운 인물로 수십 년을 이어 온 장수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설정 상 초반 인간끼리 싸우다 마지막 거대화된 악당과 맞서 싸우기 위해 소환되어지는 주인공의 로봇들이 존재하는데 이걸 장난감으로 만들어 저 연령 사내아이들의 마음을 지배하고 그 부모들의 지갑을 비워내는 막강한 파워를 선보인다.
그까짓 장난감 얼마나 한다고...하지만 문제는 반다이라는 일본 유수의 완구회사가 제작한 이번년도 파워레인저의 로봇들이 물량부족으로 일명 생난리가 나버렸다. (로봇이 하나가 아니라 이것저것 다 합쳐 거의 10종에 육박한다. 심지어 합체까지 된다.) 품목 하나당 5만원을 넘어가는 이 애들 장난감을 위해 대형마트, 장난감 전문점에는 수량이 확보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다음 날 아침 몇 십 미터 술 서기는 기본이며, 일부 몰지각한 소매업자들은 초반 물량을 대량 사재기해 2배~3배로 인터넷에 되파는 치졸한 상술을 선보인다.
오늘도 출근길에 보이는 장난감 전문점 앞에 이른 아침부터 발을 동동 구르며 30미터 넘게 줄 서 있는 아빠들을 보고 있자니 영화 솔드 아웃에서 보여줬던 아빠들의 전투력 상승 상태가 떠오른다. 아이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플라스틱 쪼가리 장난감으로 아빠들의 능력을 검증받는 시대가 서글플 뿐이다.
뱀꼬리 : 얼마 전 모 어머니의 TV인터뷰 장면도 떠오른다. “또봇 만드는 회사를 찾아가 폭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