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끌고 경기도 저쪽아래 환승 주차장에 차를 댄다. 국철을 탄다. 지글지글 타들어가는 열기는 국철 안에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빵빵하게 돌아가는 에어컨, 그러나 딱딱한 의자에 앉아 1시간 45분을 견뎌내기엔 내 척추와 꼬리뼈는 노쇠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도착한 광화문은 변함이 없다. 엄청나게 몰려다니는 인간들. 빌딩이 그늘을 만들고 그 그늘이 시원할리는 만무하다. 열심히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며 마주치는 건 일명 닭장차와 정복을 입은 경찰들. 그리고 뭔가를 시작하는지 여기저기서 확성기를 통해 울리기 시작하는 피를 토하는 구호와 외침. (혹은 M님의 저자와의 행사에 몰려들지 모를 인파를 통제하기 위한 공권력의 동원?)

 

목적지인 광화문의 G문고에 도착하니 엄청나게 많은 인파들과 마주친다. 빌딩을 세우면서 100번이 넘게 디자인과 색채를 바꿨다고 해서 일명 고약하고 못돼 먹은 건축주의 전형을 보여줬던 G빌딩 지하에 위치한 이 장소는 언제나 그렇지만 사람들이 넘쳐난다. 언제나 느끼지만 참 이상하다. 이렇게 대형 서점 안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몰려있는데 왜 독서량은 최저수준일까. 수많은 인파가 한순간 염소들로 보이기 시작한다.

 

시골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 마냥 간만에 광화문에 출현하여 여기저기 구경해보니 낯설음과 동시에 살짝 멀미가 동반된다. 공기는 왜 이리 무겁고 탁한지. 내가 사는 동네가 시골 깡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대문 안 서울의 공기는 확실한 차이를 보여준다. 시간이 흘러 오늘 서울 상경의 목적과 이유인 행사장에 들어간다.

 

 

예상은 했으나 참석자 대부분은 여성이며 미녀들... 

 

아 역시. 인기인은 피곤하다는 걸 간접체험하게 된다. 물밀 듯 밀려오는 인파와 이어지는 사인공세, 화환과 꽃다발 만발. 역시 M님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행사였다. 거기다 연령층이 다양한 미녀들로만 가득 매운 행사장의 모습을 보고 확실히 남자보단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구호에 맞춰 . . . . .X. X. .... .X. X.스를 외칠 뻔했으나 중년의 아저씨라는 안전핀이 제때 작용하여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것만큼은 참아낼 수 있었다.

 

어느 열혈팬이 보낸 꽃다발.

 

저자와의 강의와 사인회가 끝난 후, 미녀들에게 휩싸인 M님을 뒤로하고 가까운 집맥주 파는 집으로 자리를 옮긴다. 나를 제외한 D님과 M님과 A님이 일행이다. 해가 졌음에도 여전히 후덥지근한 날씨로 인해 시원한 맥주를 먼저 주문 한 후 식전이므로 요기가 되는 안주를 선택한다. 첫 번째 고기안주가 등장한다. 그리고 두 번째 고기안주가 등장. 세 번째 역시 고기안주의 등장. (D님 때문이 절대 아님을 밝힌다.)

 

 

이름하여 독일식 족 to the 발..... 

 

두 번째에서 세 번째 안주로 넘어갈 즈음 등장하신 오늘의 주인공 M님은 흡사 팬 사인회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돌의 모습처럼 피로함이 엿보인다. 그러나 팬 하나하나의 소중함, 특히 팬들이 미녀라면 더더욱 알뜰살뜰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신다. 각자 서식처가 멀리 떨어져 있는 이유로 비교적 일찍 자리를 파하고 이렇게 오늘의 행사는 마무리를 짓는다.

 

또 다시 1시간 45분의 메텔도 차장도 없이 무료하기 짝이 없는 국철여행을 격은 후 집으로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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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8-05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제가 잊고 말 안한 게 있었어요. 메피님 목소리 완전 좋아요! 음, 울림이 있어요.^^

아무개 2013-08-06 08:19   좋아요 0 | URL
옳소!

Mephistopheles 2013-08-06 10:47   좋아요 0 | URL
아...짜고치는 고스톱이 들통나면 않되는데.....ㅋㅋㅋ

야클 2013-08-05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흠다운 미녀 열혈팬이 보낸 꽃바구니인가 봅니다. 고기와 기생충과 맥주와 미녀가 어울어진 주말밤이었군요 ^^

Mephistopheles 2013-08-06 10:4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초절정 미녀의 꽃바구니임이 확실해 보입니다.. 자태가 남다르더라고요.........(장단 맞추기..)

아무개 2013-08-06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기, 고기, 고기...한자리에서 이렇게 먹은거였군요. ㅋㅋㅋ

Mephistopheles 2013-08-06 10:49   좋아요 0 | URL
세번째 고기는 A님의 주도하에 이루어졌음을 밝힙니다...ㅋㅋ

다락방 2013-08-06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 님 때문이 아님을 저도 강력히!! 주장하고 싶어요. 킁킁.

Mephistopheles 2013-08-06 10:49   좋아요 0 | URL
하지만 그 분의 남다른 고기 포스와 아우라를 무시할 순 없죠...

무해한모리군 2013-08-07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기 사진이 너무 아름다워요 ㅎㅎㅎ

Mephistopheles 2013-08-07 14:01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도 육식파 셨군요..

moonnight 2013-08-12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저 자리에 함께 있고 싶어요. 흑. ㅠ_ㅠ;

Mephistopheles 2013-08-13 10:38   좋아요 0 | URL
부러우면...진거라죠...ㅋㅋㅋ 오셨으면 미녀 사총사였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