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폭설의 조화가 낭만으로 느껴지지 않는 나이다. 그것도 급작스럽게 저 멀리 이틀에 걸친 목포 출장이 겹쳐진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하루의 2/3을 도로에서 보내는 23~24일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서해상에 내린 폭설주의보를 실물로 마주친 건 일을 마치고 올라오는 고속도로에서였다.

 

내가 지나가는 곳이 전라도인지 대관령이 헷갈린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상쾌할지 몰라도 트럭을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섬뜩하다. 앞서가는 4륜구동 차가 10분후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앞이 반파된 모습으로 비상등을 깜빡이는 모습을 봤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길에서 만난 사고는 총 7건 정도 되는 것 같다. 논두렁에 처박혀 꼬리를 한껏 치켜 든 화물차, 옆구리가 열려 있는 화물을 다 길바닥에 쏟아낸 택배차량, 미끄러진 이삿짐 트럭 등등 그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모습은 중부에서 만난 4중 추돌 사고 현장이었다. 엄청나게 막히기에 사고를 직감했으나 막상 그 현장을 지나칠 땐 꽤나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승용차 3대와 화물차 한 대의 조합으로 일어난 사고였고 그 중 승용차 한 대는 차종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앞, 뒤가 심하게 파손된 상태였다. 이미 갓길로 경찰차 한 대와 구급차 3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고 달려갔을 때 직감했으나 그 실상은 더 처참했다. 더군다나 파손이 가장 심한 차의 차종은 차바퀴 휠에 새겨진 로고를 보고 성공의 상징과도 같은 독일의 수입차라는 사실에 만감이 교차된다.

 

그 운전자는 아마도 부유한 삶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근사한 시간을 보낼 생각으로 가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지금 병원으로 급히 달려가는 구급차의 차가운 응급침대에 눕혀 생사의 기로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그건 중요치 않다. 고속도로에서 만나는 대형 사고는 그 모든 것을 소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임팩트가 상당하다. 인생. 한방에 훅 가버리는 건 식은 죽 먹기다.

 

뱀꼬리 : 내가 지나친 고속도로에서 두 시간 후 40중 추돌사고는 집에 와서야 뉴스로 접하게 되었다. 다음 주는 부산과 군산을 가야 한다. 눈만 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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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12-25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저도 큰사고 날뻔 했는데 아무튼 겨울철 빙판길 운전은 조심 또 조심해야 되지요.

Mephistopheles 2012-01-02 22:37   좋아요 0 | URL
빙판길 사고는 한 번 된통 당한 적이 있다보니 조심 또 조심하게 되더군요.

마노아 2011-12-26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요일에 어디였더라? 안개랑 눈길에 100중 추돌 사고가 났더라구요. 무서버요. 메피님 길 조심하셔요!!!

Mephistopheles 2012-01-02 22:37   좋아요 0 | URL
아마 제가 지나온 길일 껍니다. 논산가는 고속도로. 전 눈으로 만들어진 안개는 처음 봤다니까요.

조선인 2011-12-26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안전이 최고. 무엇보다 무서운 건 졸음운전! 또또 새해 복!!!

Mephistopheles 2012-01-02 22:38   좋아요 0 | URL
안전이 최고임에도 시간의 촉박함으로 인해 때론 속도를 낼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지요. 안전운전...이런건 거래처에 따라 전혀 무관한 곳도 있곤 하다보니까요..ㅋㅋ

bookJourney 2011-12-26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안전하고 건강하게 출장 다니시라고 추천 꾸욱~ 누르고 갑니다.

Mephistopheles 2012-01-02 22:39   좋아요 0 | URL
좀전에도 부산 찍고 왔습니다. 헥헥. 아주 이젠 전국구입니다.ㅋㅋ

무스탕 2011-12-2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부권보다 호남권이 눈이 더 많이 내리지요. 눈길은 조심 운전을 해도 나만 잘 다닌다고 사고 안나는게 아니라 옆에서 와서 들이 받는데 방법 없지요 ㅠㅠ 항상 서로 조심해야죠.
메피님도 조심조심 다니세요~~

Mephistopheles 2012-01-02 22:40   좋아요 0 | URL
옆에서 들이 받아도 대부분 쌍방과실이라는게 문제라면 문제에요. 아니 냅다 들이 받는데 무슨 수로 피할 수 있다고 방어운전 안했다고 쌍방과실 처리가 대부분이더라고요. 보험사의 짜고 치는 고스톱 같긴 하지만...

마녀고양이 2011-12-26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너무 섬뜩합니다.
겨울에는 특히 운전 조심하셔야죠,,, 조심조심 다니시고..

새해에는 즐거운 일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Mephistopheles 2012-01-02 22:42   좋아요 0 | URL
고속도로는 분명 인간의 거리폭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하긴 하지만서도. 이 도로에만 들어서면 영화찍는 인간들이 제법 많습니다. 허리우드 액션영화는 차라도 근사하지 이건 뭐 잘나가봐야 국산차 가지고 아주 레이싱을 합니다.

moonnight 2011-12-2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ㅠ_ㅠ 메피님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진짜, 나만 조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더 걱정이에요. 기도. 기도. ㅠ_ㅠ

Mephistopheles 2012-01-02 22:43   좋아요 0 | URL
딴거 다 필요없습니다 규정 속도와 차선만 지키면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확실히 줄어드는데......그렇기에 한국사람들 성격이 매우매우매우 급하죠.

노이에자이트 2011-12-29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원도와 호남지방 적설량이 거의 비슷합니다.일기예보에서 폭설 내린 곳으로 제일 많이 나오는 곳이 강원 산간지방과 호남서해안 및 내륙이지요.직접 호남의 폭설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 모두 놀랄 정도입니다.

Mephistopheles 2012-01-02 22:45   좋아요 0 | URL
옛날 대관령에서 한 번 폭설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그에 버금가더군요. 도로에 쌓인 눈과 더불어 차량에 밀려 갓길에 수북히 올려진 눈덩이들을 보니 많이 오긴 많이 왔다는게 실감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