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참 시끄럽다. 제 2 금융권인 저축은행들이 그 소음의 중심에 서 있다. 지방의 저축은행 몇 곳이 문을 닫으며 시작한 이 소음은 갈수록 볼륨업이 되어가고 있다. 거기다 한 술 더 떠 3D 입체 사운드까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돈 없는 서민들 한 푼이라도 악착같이 모아 보려고 많이들 이용하는 것 같다. 리스크가 존재하는 대신 그만큼 고 이율을 미끼로 피 같은 돈들이 저축은행의 금고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나 보다. 그런데 그 피와 살 같은 돈들을 엄한 놈들이 죄다 곳간에 쟁여 논 곶감 빼먹든 솔랑솔랑 빼 먹다 이번에 제대로 걸렸다고 한다.
그 은행 경영주와 그의 가족들은 그 모뙨 작당 패거리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들을 감독하고 감사해야 할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해도 너무할 정도로 많이도 받아먹고 또 받아먹다 걸렸다고 한다. 신문 기사에 나온 내용을 살펴보면 이 인간들이 나라 녹을 먹는 사람들인지 길거리 초딩들 삥을 뜯는 동네 건달들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저축은행 직원 가족 명의로 된 신용카드를 받아 흥청망청 쇼핑을 하시고 (야식 통닭 값부터 백화점 명품 쇼핑까지) 집 사는데 돈 좀 보태라며 2억을 꿀꺽, 차량 구매 시 정확한 모델명과 옵션까지 지시하여 그 돈을 받아 챙기셨다고 한다. 이런 인간들이 자기 직장에선 모범직원으로 뽑히셨단다. ( 뇌물을 얼마나 받아 챙겼는가가 금감원의 모범직원의 기준일지도 모르겠다.) 정작 손톱이 뒤집어지도록 일하며 한 푼 두 푼 모아 예금한 서민들은 그 원금마저도 되돌려 받기 막막한 현실인데 말이다.
단죄는 당연한 것이며 이렇게 사리사욕으로 채운 모든 금전적 이득을 환수해야 함은 마땅하지만 실상을 그리 만만치 않다. 요즘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흔히 말하는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퇴직금 수급을 위해 여차하면 법적 구속 영장을 발부받기 전 사직서를 제출해버린다고 한다. 이러면 현실은 때려 죽여도 시원치 않을 뇌물 공직자이지만 실상은 두둑한 퇴직금 챙기고 민간 동종업계 비싸게 스카우트되는 악순환 반복의 상황이 발생한다. 이번에 구속된 금감원 직원도 일단 도주 후 자수를 했다고 하니, 그가 도주기간동안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을 리는 만무하다. 아마 이미 받아 챙겨 쌓인 재산을 어떻게 걸리지 않게 숨겨야 하나 궁리와 행동을 했을 것은 뻔하다.
옛날 옛적 참으로 무식하고 살벌한 형벌이 생각난다. 역적질을 한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삼족을 멸하고 그 처와 자식은 노비로 팔아버리는 무시무시한 형벌. 이미 죽었다면 관 속에서 끄집어 내 시체의 목을 처 버리는 부관참시. 살벌하며 야만적인 형벌의 전형이었지만 아마도 본보기로써의 효과만큼은 대단했을 것 같다.
21세기에 이런 형벌의 부활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 비슷한 강력한 단죄는 필요하다고 생각되곤 한다. 삼족을 멸하는 대신 삼족이 공직자가 될 수 있는 길을 막아버리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 내가 부정을 저지르면 내 처가, 외가, 친족까지 공직에 진출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제도. 내가 아는 기준에선 뇌물 수수 부패 공직자들은 반성은커녕 재수 없게 왜 나만? 똥 밟았다고 생각들을 하시니까 말이다. 때론 강력한 형벌로 다스려야 할 부류들이 존재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