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인터넷 포탈에 걸린 C일보를 살펴보니 '조폭떡볶이'라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제목만으론 조폭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 길거리에서 떡볶이 좌판을 펼치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입에 강압적으로 떡볶이를 쑤셔 넣고 돈을 갈취하는 기사인가 했었다.

들어가 살펴보니 홍대 앞에서 오랜 세월 떡볶이 노점을 했던 어느 사장님의 이야기를 싣고 있었다. 조폭떡볶이라고 불리게 된 유래도 술에 취한 손님이 순서를 안기다리고 자기 먼저 달라는 시비에 주먹다짐까지 하며 경찰서까지 가는 불상사가 생긴 사건 때문에 사장님의 전직이 조폭이 아닌가 하는 손님들의 의구심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닉네임 같은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었다.

그런데 기사를 계속 읽어보니 이런 내용이 쓰여 있었다. 분위기 탓인지 손님은 고분고분해지고 무뚝뚝하고 불친절해도 불만이 없다고 한다. 노점으로 돈을 모으셨는지 이제 번듯한 점포까지 내셨다고 한다. 더불어 가게 분위기도 '조폭스럽게' 운영을 한다고 한다.

종업원들이 손님보다 높은 위치에 앉아서, 손님들을 내려다보며 음식을 내준다. 어묵 국물도 직접 떠먹고, 식기반납도 해야 한다. 그는 “위에서 내려다보며 제압하면 손님들이 끌려오게 돼있다”고 했다.

이런 내용 뒤에 맛을 강조하는 부분을 첨부한다. 활자로만 보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떡볶이인가 보다. 더불어 가게를 내면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지금 직원들과 의리를 바탕으로 지금의 떡볶이 맛을 지켜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하며 기사를 끝맺는다.

아마 이런 콘셉의 가게들은 그 유명세 때문인지 여기저기 소문들이 자자하다. 들어오는 손님에게 냅다 욕부터 날리는 걸로 유명한 어느 포장마차 할머니는 그 유명세 때문인지 대통령 선거 유세 홍보영상에도 등장하셨다. 경기도 인근의 어느 초계탕 집은 불친절로 유명하다고 한다. 과장 되었을 진 모르겠지만. 초계탕 먹으며 수다 떨다 쫓겨났다는 소문도 들린다. 양재동 어느 개고기집 사장님은 고질적인 무릎 관절염인데도 불구하고 직접 고기를 썰어주신다. 전골을 시켰을 때 궁금증에 냄비뚜껑 열고 고기를 살펴보다 걸리면 그냥 내쫓긴다. 이런 코드를 가지고 있는 가게들이 부속적으로 따라오는 필수적 요소는 ‘맛’이 언급된다. 대충 공식을 따지면 이러하다.

-불친절 < +맛X3 으로 맛만 있다면 불친절쯤은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공식이 성립된다. 절대적인 맛만 있다면 손님대접 못 받고 핍박받고 욕을 먹어도 대수롭지 않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반대로 생각하면 어쩌다 가는 패밀리 레스토랑 종업원의 과도한 친절과 미소에도 살짝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이런 거부감은 계산할 때 따라붙는 봉사료 10%를 확인하며 쓴웃음을 지었던 기억에서 비롯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밥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업종인 대중음식점은 아시다시피 서비스업으로 분류가 된다. 1차 산업의 재료를 가지고 2차 산업으로 분류 가능한 조리라는 제조를 거쳐 3차 서비스로 마무리되는 직종으로 분류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모든 과정은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건 당연하고 뻔한 상식이기도 하다.  

내가 내 돈을 내고 음식을 사서 먹는데 정작 내 돈을 받는 업주의 마인드가 손님을 제압하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이라면 나는 그 집 떡볶이가 제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가고 싶지 않다. 세상에 맛있고 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손님 대접을 해주는 맛 있는 떡볶이 집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파스타라는 드라마에서 쉐프를 연기하는 이선균이 주방에서 그렇게 버럭버럭 스텝들에게 고함을 지르다가도 손님이 있는 홀에 나와서 조용조용, 사뿐사뿐한 이유가 달리 있는 건 아니다.    

 

뱀꼬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나옵니다.


 


댓글(3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0-01-06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6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10-01-06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무척 좋아라 하는....가끔씩 한밤중에 들어가 침 질질 모드로 보는 블로그가 있는데 이분의 까칠한 눈에 비친..홍대 조폭떡볶이...글 아주 인상적이었죠. 저도 버럭을 '컨셉'으로 장사하는 분은 좋아하지 않슴다. http://kr.blog.yahoo.com/igundown/9023

Mephistopheles 2010-01-06 12:44   좋아요 0 | URL
근데 기사를 읽다 보니.. 노점상은 정리하고 가게를 정식으로 오픈한 것 같은데요..? 아닌가..가게는 가게대로 노점은 노점대로인가.. 말씀하신 블로그를 가서 봤는데. 와...심각하네요. 노점음식이 청결이나 위생과는 좀 거리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타업소보다 정도가 더 심하다면..좀 그렇네요..^^

하이드 2010-01-06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맛만 있으면 불친절은 그러려니 하겠는데, 드러운건 좀 NG네요 -_-;;
그러니깐 어느 정도 맛이 있어야 어느 정도 불친절을 감내할 수 있는지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보통 그런 곳이 가격은 또 저렴하잖아요, 비싸면서 그러면 또 용서가 안되기야 하겠지만, 역시 그것도 다 상대적인거겠죠.

저 조폭(?) 아저씨 인터뷰를 이상하게 했네. 난 몇 번 가봤지만, 그런 인상 못 느꼈는데 ^^; 그나저나 마냐님 댓글 링크 가보니, 만정이 뚝 떨어지긴 하누만요.

Mephistopheles 2010-01-06 12:45   좋아요 0 | URL
이 기사가 난 건 C일보이고 인터뷰를 한 기사는 J일보 기자. 모든 걸 그대로 믿을 순 없지만 그래도 뼈대는 사실일 것 같아요. 전 다행인지 한 번도 안가봤어요. 홍대라는 동네를 안가본지도 벌써 몇년째 되가는군요.

레와 2010-01-06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밥집 마인드가 그런한 곳은 가지 않아요. ;;

Mephistopheles 2010-01-06 12:46   좋아요 0 | URL
좀 그렇죠. 그냥 먹는 것도 아니고 내 돈내고 먹는 건데..굳이 찾아가 욕을 먹으면서 밥을 먹고 싶진 않아요.

보석 2010-01-0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오래 전부터 유명한 집이죠. 저야 맛있다는 말에 끌려갔다 먹어보고 생각보다 맛이 없어서 그 뒤로는 안 가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 좋아하더군요.
저도 불친절한 집은 싫어요. 음식점 음식이야 오십보백본데.

Mephistopheles 2010-01-06 12:47   좋아요 0 | URL
마냐님 말씀하신 블로그를 보니 화학조미료 맛으로 사료되나 봅니다. 소비자의 입장으로써 뭐 딴거 있나요 내 입맛에 맞는 집만 가면 되는거죠. 이왕이면 단골되서 아는 척도 해주시고 서비스로 이것저것 챙겨주면 그것도 금상첨화.

메르헨 2010-01-06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마디로...오호호호 맛 좋고 친절하고 깨끗한 곳이 좋아요....

Mephistopheles 2010-01-06 12:48   좋아요 0 | URL
근데 말이죠 찾기 참 힘들어요. 친절하고 깨끗한데 음식 맛이 좀 안맞거나. 다 좋은데 너무 비싸거나. 어느정도 만족도가 높은 집은 찾기 힘든 것도 사실이에요.

다락방 2010-01-06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뱀꼬리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카툰 [추리닝]이군요! 저 단행본 6권까지 다 샀어요. 아 추리닝은 넘 매력적인 만화에요~ 완소에요. ㅜㅡ (본문보다 뱀꼬리에 치중한 댓글)

Mephistopheles 2010-01-06 12:49   좋아요 0 | URL
키득키득. 저도 추리닝 좋아해요. 막판 기발함이 아주 사람 뒤집게 해주죠.

2010-01-06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6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6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6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1-06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친절하고 더러운 음식점은 정말 가고 싶지 않은데, 장사가 잘 되는 걸 보면 특이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Mephistopheles 2010-01-06 12:51   좋아요 0 | URL
자주 가시는 분들도 뭔가 만족할만한 뭔가가 있겠죠. 어디까지나 제 기준에선 아니올시다일 뿐이니까요..^^

개인주의 2010-01-06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십원짜리 두개 섞어 냈다가 욕 한 번 먹고 나니까 (천지에 쓸 데 없는 오십원짜리라고;) 거친 음식점은 정말 갈 곳이 못되는구나 싶어요..ㅡㅡ
그냥 분식집이었는데..흠..
맛도 조미료맛이두만 성질만 오지게 거칠어서 ㅠ0ㅠ

Mephistopheles 2010-01-06 12:51   좋아요 0 | URL
푸학...너무하다..오십원짜리...그 집 나중에 가서 계산할때 10원짜리 쏟아내버리고 싶은 생각이.....

카스피 2010-01-06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불친절이 일종의 컨셉일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이런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면 오래 못가지 않을까요.
이런 불친절이 몸에 베이면 사장부터 직원까지 소님을 뭐처럼 생각할수도 있지요.맛+서비스가 되어야 손님이 지속적으로 올텐데 맛때문에 소비자가 많이 몰릴수는 있지만 서비스가 개판이라면 맛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아마 조만간 문을 닫을 겁니다

Mephistopheles 2010-01-06 12:53   좋아요 0 | URL
근데 참 이상한게...불친절을 넘어서서 손님에게 버럭버럭 하는 밥집이 장사가 여전히 잘된다는 거죠. 소비자가 메조키스트라서......라기 보단 아무래도 만족할만한 뭔가가 있기 때문이라고도 보고 싶어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호불호와 관련된 문제이다 보니까요.

전호인 2010-01-06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글쎄 강남구 삼성동 대형식당 방안에서 허기져 보이는 쥐를 보고 말았습니다. 어찌 징그럽던지.....ㅋㅋ

Mephistopheles 2010-01-06 15:46   좋아요 0 | URL
왜 하필...쥐...랍니까...하필이면 말이죠..그 놈의 쥐때문에 정말이지..어휴...

[해이] 2010-01-06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선균이 그렇게 행동했군요. 얼른 봐야지.

Mephistopheles 2010-01-06 19:40   좋아요 0 | URL
2편 부주방장과 그 무리들이 런치타임에 반란 일으킬 때 제압하는 장면에서 나옵니다.

L.SHIN 2010-01-07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쟁이 할머니 카툰 보다가..내용을 까먹어서 다시 보다니.ㅡ.,ㅡ

저는,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직원들이 불친절하면 다시는 안 갑니다.
'기본적인 서비스 마인드도 없는 것들은 장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생각이거든요.
할머니야 정감 있게 군다고 치지만, 소득이 어디서 나오는 건데.
어떤 사장은 직원들에게 '월급은 내가 주는 게 아니다. 손님들이 주는 것이다'라고
가르친다더군요. 저는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맛은 좀 부족했어도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거나 친절하면 용서가 됩니다.
불친절한 곳과 맛이 별로인 곳 둘 다 다시는 안 가지만, 적어도 후자는 기분이라도 상하지
않으니까요.

Mephistopheles 2010-01-07 12:26   좋아요 0 | URL
전 저 집 떡볶이 집에 진짜 조폭이 들어와 진상을 떨면 어떻게 될까..상상도 해봤습니다..^^

L.SHIN 2010-01-07 18:51   좋아요 0 | URL
그것 참 볼만하겠군요.^^;

딸기 2010-01-09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그 근처에 살았기 때문에 자주 갔었어요.
근데 불친절하고 조폭 분위기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때는 십여년 전...
그게 '브랜드'가 되다보니, 나중엔 일부러 그런 분위기로 갔나보네요 ㅎㅎ
한번 먹었을 때엔 흔한 포장마차 떡볶이 맛이었는데, 먹다보면 맜있었어요. :)

Mephistopheles 2010-01-10 14:10   좋아요 0 | URL
다행인지 불행인지...전 맛보진 않았어요. 아 압구정동에도 제법 맛있게 가래떡으로 만든 떡볶이 트럭이 있습니다. 4년만에 우연히 그 길을 지나치는데 여전히 장사를 하시더군요. 아저씨는 많이 나이가 자셨고요..^^

DK 2010-01-21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묵이랄지 떡볶이랄지.. 맛이 다 거기서 거기죠. 정말 맛있게 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러려면 재료가 좋던지 (비용이 들죠), 조미료 범벅이 되던지 해야 합니다. 뻔한 사실인데, 가서 욕 먹으면서 먹겠다는 건, 메조키스트 맞다고 봅니다.

Mephistopheles 2010-01-21 09:48   좋아요 0 | URL
예전에 부산에서 직접 만든 유기농(굳이 이름을 붙이자면)어묵을 받아 오뎅국을 끓여먹은 적이 있는데요. 국물이 어찌나 뽀얗고 구수하게 나오는지.. 꽤 비싼 오뎅이었거든요. 그런데 한꼬치에 500원을 받는 길거리 어묵에선 이런 국물이 나올 수가 없겠죠..^^ 메조키스트라 말씀하시니 어묵꼬치로 막 찌르고 떡볶이 떡으로 구타탕하는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