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국내 자동차업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H사와 핸드폰 업계 S사와L사..그리고 통신사들 이야기다.
1.
꽤 오래전 그래봤자 올 가을이던가 막장카피로 열심히 선전하는 H사의 신차가 발표되었을 때, 예상보다 고가로 책정된 가격을 듣고 어느 신문사 기자는 발표회장에서 관련자에게 슬쩍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너무 비싸게 책정한 것 아닙니까?" 돌아온 답변은 가관이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선 팔립니다."
이렇게 호기롭게 고가를 책정한 H사가 요즘 똥줄 타는 모양이다. 다름 아닌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본의 준, 중형차들과 소형차들이 슬슬 국내에 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미 자동차 하나만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돼 버린 일본의 T사는 성능대 가격별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찻값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며 국내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고 소비자들 역시 근래 H사가 벌이고 있는 고가정책에 조금씩 불만을 터트리며 조만간 크게 하나 터질 것 같은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긴 과거 H사가 호기롭게 제작한 G로 시작하는 차종은 어찌된 것이 외국에 수출하는 차를 역수입해 관세를 첨부해도 국내에서 사는 가격보다 1~3백정도의 가격차가 나는 기현상을 벌이지며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던 적도 있었다. 정작 H사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은근슬쩍 넘어가긴 했지만...
이젠 국내 소비자들 역시 넓어진 안목과 시선으로 인해 같은 값이면 과연 H사의 차를 구입할 건지 의문이 든다. 심심풀이 땅콩마냥 사무실 직원들에게 던진 질문에선 만약 차를 구입한다면 T사의 캠리를 구입한다고 몰표를 나왔으니까. 혹시 모른다. 같은 차종이라도 외국에서 싸게 판다는 H사가 국내에서도 같은 조건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가격을 다시 책정하고 애국, 국산품 쓰기 운동이라도 벌인다면 모를까. 그런데 말이지 그 따위 것이 먹히기엔 우리나라 소비자들 눈이 꽤 높아졌다고 보고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왕국은 그동안 쌓아 논 축적 분으로 별 흔들림은 없어 보이긴 한다. 그 와중에 가장 만만한 블루칼라 계층들만 썩뚝썩뚝 구실삼아 잘라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2.
주변의 몇몇 사람들이 어쩌다 핸드폰 이야기가 나오면 핸드폰은 S사의 Any뭐시기가 최고고 나머진 다 쓰레기라는 소릴 종종 듣는다. 더불어 노키아, 모토로라..외국 핸드폰은 더더욱 수준이하라는 평가를 공공연히 말하곤 한다. 그냥 궁금해서 반문을 한 적이 몇 번 있다.
'노키아 핸드폰 써 본 적 있으세요?' 대부분 답변은 '아니요' 일색이다. 근데...수준이하라는 평가는 어떻게 나오죠? 란 말을 하면 인터넷에 간간히 올라온 사용기를 보면 하나같이 아니라고 하기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핸드폰 제조사 세계 시장 점유 1위는 다름 아닌 '노키아'라는 아이러니에 부딪친다. 어찌하여 세계 1위 업체가 국내에선 쓰레기 평가를 받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대충 이런저런 자료를 검색해보니, 노키아의 경우 국내 정식으로 출시를 한 핸드폰이 S사나 L사의 기기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다 그들이 한 달 열개에 가까운 기종을 선보일 때 노키아는 한대의 핸드폰도 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통신사의 조건에 맞추기 위해 밀고 당기는 협약이 있어야 하고 그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국내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S나 L사에서 만든 기기가 다분히 국내유저들의 입맛에 맞춰 출시된다면 국내에선 후발업체엔 노키아의 경우 그만큼 떨어지는 시장적응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현실 등등…….
이런 노키아가 무려 1년 전에 출시하여 대박을 친 핸드폰을 이제야 국내시장에 풀어놨나 보다. 어찌 보면 전 세계 시장에서 골동품 취급을 받는 기종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착한 가격과 안정된 성능으로 알게 모르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인가 보다. (꽤 놀라운 현상이다. 잘 나가는 젊은 연예인이나 걸 그룹을 수십억 들여 만든 CF도 전무하고 그냥 유저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퍼졌다.) 아마도 국내입지 탄탄하다는 S사와 L사의 시장을 조금씩이나마 잠식해갈 가능성은 꽤 높아 보인다.

재미있는 건 1년 전 모델이 현재 수십만 원에 달하는 국산 핸드폰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가 않는다는 현상이 목격된다. 핸드폰은 Any뭐뭐가 최고라고 떠들던 일부 유저들 심하게 뒤통수 맞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국내 핸드폰 업계는 호환 마마 보다 무섭다는 애플사의 아이 폰까지 출시된다고 하니, 이젠 그들도 편하게 놀고먹던 국내시장에서 피 튀기는 경쟁을 벌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에 외국에서 출시 될 땐 풀 패키지에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던 기종이 국내에만 들어오면 스팩다운에 고가로 팔아먹던 전략이 더 이상은 통하지 않게 되었다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은 무조건 Any뭐뭐가 최고! 라고 외치는 광파들이 존재하는 한 그들의 존재자체는 크게 흔들리진 않을 듯싶다.
사실 위에 장황하게 쓴 자동차와 핸드폰이라는 현대인의 첨단문명기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잡설을 들어 논 것일 뿐이다. 내가 말하고자 싶은 건 차하나 사더라도 10년 넘게 타고 핸드폰 하나 구입하더라고 몇 년은 사용하는 방법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보고 싶을 뿐이다. 그린경제, 에코프로젝트 말들이 많은데 이런 것들이 어려운 게 결코 아니라고 생각하곤 한다. 자신이 쓰고 있는 타고 있는 핸드폰, 컴퓨터 자동차를 보다 오래 쓰고, 타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보고 싶을 뿐이다. 일 년에 유행 따라 핸드폰 3번, 4번 바꾸면 속칭 간지는 좔좔 흐르겠지만 그게 전부이고 끝이라면 그런 간지는 별로 삐까뻔쩍해 보이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