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로 구입한 S모사(건희 아저씨 회사 아님)의 MP3를 참 유용하게 쓰고 있다. 여러 잡기능은 재쳐두고 일단 음악 감상용으로는 안성맞춤인 제품을 구입했다고 나름 만족을 하고 있는 상황. 어학용도 아니요 그렇다고 보이스레코딩 기능도 없고 에X사의 휘황찬란한 뽀대나 재미있는 잡기능도 전무하지만 나름 이 제품의 경쟁력이라는 클리어 오디오와 노이즈 캔슬링(비슷한 소음을 이어폰에서 발생시켜 주변 소음을 경감시켜 주는 기능)을 첨부하여 기존 MP3 중에 내 귀엔 최상의 음질을 제공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줄 달린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모든 기기의 숙명이랄까. 줄 꼬임 현상만큼은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게 은근 사람 신경 거슬리게 한다. 어쩌다 돌돌 말아 보관하더라도 몇 번 꼬이면 이거 푸는 게 은근 짜증 유발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리하여 어디 줄 꼬이지 않는 MP3는 없나 하며 웹을 통해 심심풀이 땅콩으로 검색을 해보는 와중 제법 근사한 디자인의 물건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니까 유닛부분을 이어폰 일체형으로 만들면서 무게를 경감시켰다는 디자인 컨셉. 소빠나 소니덕후는 아니지만 디자인만큼은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더불어 운동 하는 사람들에겐 왔다 인 물건처럼 보인다. 액정화면이 없는 부분은 제핑이라는 기능 다시 말해 곡의 도입부만 4초씩 들려주는 편법기능까지 첨부했다고 한다. 가격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지만.(2G가 10만원이 넘어가다니.) 나름 출퇴근이나 운동할 때 쓰기 참 요긴하겠다 싶어 서브기종으로 하나 장만할까 생각하고 있었지만....지만...지만..
세상에 완벽한 물건을 어디 쉽게 만날 수 있는가. 이 디자인의 MP3는 분명 운동 시 사용하기 유용한 컨셉임에도 불구하고 "생활방수"기능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그냥 보통 물이 아니라 소금기 듬뿍 머금었을 땀에 대해 어느 정도 저항력이 있어야 하건만 생활방수 조차 안 되는 지경인데 땀에 대한 저항력은 얼마나 있겠는가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특정 일련번호 그러니까 특정기간에 생산된 제품에 대해 북미에선 대규모 리콜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역시나 문제는 땀과 수분에 대한 저항력이 턱없이 모자라 초기불량이 엄청나게 많았다는 것. 아마도 조만간 같은 일련번호 제품들에 대해 소코에서도 리콜이 실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같은 용량의 동종의 제품에 비해 비싸다면 비싼 물건이지만 획기적인 디자인과 기능으로 그만큼의 가격이 책정되었다면 수긍이 가겠지만 특정 기능에 사용되는 제품이 그 기능에서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 결여되었다면 아무리 간지나고 스타일 나는 디자인이라도 일단은 디자인 정책에서 실패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아마도 나중에 조금 더 가격을 올려 방수기능이 되는 기종이 출시되겠지만 일단은 달려들은 지름신을 안다리로 후려 쓰러트려 조르기로 제압하는데 성공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