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들과의 첫 만남의 기억은 아마도 작년 여름의 끝자락쯤 이였을까. 앳된 목소리로 냐옹거리는 것이 전부였는데 다행히 이번 겨울을 무사히 버틴 것 같다.

처음에 봤을 땐 그렇게도 경계하던 녀석들이 어느 집 반 지하 창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서 실눈을 뜨고 앉아 있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더랬다. 아마도 그 집에 사는 아주머니 한 분이 때맞춰 녀석들의 하루 한 끼를 챙겨주시기 때문일 것이다. 사무실 여직원도 가끔씩 출근 퇴근길에 고양이들이 먹을 만한 음식들을 주곤 했었다. 녀석들도 몇 달째 자기 밥 챙겨주는 사람을 아는지 이젠 제법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음식을 들고 다가가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사람 옆에 바싹 붙어 갸르릉 거린다.

아침 출근길에 마주쳐도 제법 눈도 마주쳐 주며 어 자네 출근하는가? 란 느낌이 들 정도로 실실 눈웃음을 친다. 이렇게 가깝게 접근하여 사진을 찍어도 쳐다만 볼 뿐 도망가거나 자릴 슬쩍 피하지도 않는다.   



 이런 길냥이들이 그래도 자신의 생존본능보단 주위 사람들의 일종의 관심과 배려로 주택가 골목길에서 나름 안락하게 사람들과 섞여 사는 모습을 보면 짠한 느낌이 든다. 이 땅에 사는 모든 것들이 한정된 수명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그것이 사람들의 이기심에 의해 좌우돼지 않고 편안하게 살다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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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09-02-03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양이를 매우 끔찍하게 싫어하고 무서워하는데, 가끔 지나가다 길냥이들에게 아는체 하시는분들을 뵈면 그마음이 괜히 좋아지더라구요.
그러게요 찍을라면 쏘시지라도내놓으시지요.ㅎㅎ 초상권 침해했어요. 메피님!!

Mephistopheles 2009-02-03 21:03   좋아요 0 | URL
저도 옛날엔 그닥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미용실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보고 생각이 확 바뀌었죠. 이 녀석이 앞발로 손님들과 장난을 치는데 의도적으로 발톱을 감추고 장난치는 거에요..솜사탕같은 앞발이 어찌나 깜찍하던지..^^

그러게요 저 사진 찍을 때도 짜샤 모델료는? 이란 표정이 그냥 보이잖아요..ㅋㅋ

보석 2009-02-03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델료를 원하는 고양이군요.ㅎㅎ

Mephistopheles 2009-02-03 21:03   좋아요 0 | URL
표정을 보십시요 저 사진만 찍고 갔더니 아주 무시를 하더군요..ㅋㅋ

마노아 2009-02-03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네 출근하는가...라는 표정. 고양이는 도도해야 더 어울려요. ^^

Mephistopheles 2009-02-03 21:15   좋아요 0 | URL
그래도 너무 도도하기만 하면 안되요. 저기 저 동네에 고만고만한 길냥이가 4마리가 있는데요. 저기 저 오른쪽 녀석이 제일 사람을 잘 따라요. 그래서 언제나 먹는 음식도 노른자위만 챙겨 먹죠..일단 도도하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적어져요..길냥이들에게 치명적이죠..^^

무해한모리군 2009-02-0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뻐예뻐요..
근데, 뭐 잘못하셨습니까? 님을 바라보는 냥이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은데요?

Mephistopheles 2009-02-03 21:15   좋아요 0 | URL
그거야 태그에 다 써 있습니다. 왜 재네들이 저런 표정을 지었는지는..

비로그인 2009-02-03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 있을 때 부대내에 있는 고양이들을 짬타이거 라고 부르며 먹을 것을 주던 생각이 나네요.

Mephistopheles 2009-02-03 21:16   좋아요 0 | URL
아니..남자분이셨군요..털썩.(농담입니다.) 크크 군대에서 더불어 사는 고양이를 짬타이거라니...네이밍 센스 죽입니다..ㅋㅋ

노이에자이트 2009-02-04 17:21   좋아요 0 | URL
고양이 좋아하는 여군출신이라는 소문이...

하얀마녀 2009-02-03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아부지가 줏어온 길냥이가 한 마리 서식하고 있는데 어찌나 저를 경계하는지...
그래서 저도 같이 무시합니다.
왠지 집에서 키우는 짐승이 도도하면 기분이 나쁘단 말이죠.

Mephistopheles 2009-02-03 21:35   좋아요 0 | URL
으흐..고양이가 개와는 좀 틀리죠. 상하구분이 존재하는 서열이 아니라 좀 건방지긴 하지만 동등한 입장을 주장하죠.^^ 그래도 고양이는 고양이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도도한 것이 아주 가끔 애교부리면 깜빡 죽죠 그냥..^^

하이드 2009-02-03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길냥이만 보면 '고양아~' 그러면서 쫓아가는데, 말로냄새가 나서인지(라고 일단은 믿고 있습니다만;) 다들 도망가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09-02-04 00:38   좋아요 0 | URL
저기...하이드님..대부분의 길냥이들..그러니까 99%는 고양아~ 하면서 쫒아 가면 다 도망가요....

새초롬너구리 2009-02-04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식빵굽나요, 양이들? 모양으로 봐서 호빵같은데. 저도 이젠 기분나빠하지않아요. 재작년 일본 동물원 사건 이후에.. 같이 사는 지구라는 생각이 들어서.

Mephistopheles 2009-02-04 00:39   좋아요 0 | URL
녀석들은 아침에 보면 저렇게 모여 식빵자세를 취하고 있죠. 그리고 오후쯤 볕이 들면 따뜻한데 배깔고 똑같은 포즈로 저러고 있다는..영감탱이들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