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아직까지 MP3라는 물건을 한 번도 산적이 없다.
내가 음악을 들으면 얼마나 듣는다고 길거리에서까지 이어폰을 꽂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꼭 이동 중 아님 길에서 버리는 시간에 귀를 막기보단 그냥 주위의 소음에 귀를 기울이자는 생각이기도 했지만, 이런 생각이 수년이 지나다 보니 이젠 밖의 타인들의 소음도 조금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늙었다는 증거일수도)
그리하여 장장 3개월에 걸쳐 뭘 살까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도 하고 지냈다. 더군다나 나름 MP3의 역할을 해주는 기기는 마님에게 졸지에 빼앗겨 버렸고..(요즘 쉬는 기간이라고 거들떠도 안보지만, 다시 발레단 나가기 시작하면 강탈해 갈 것이 뻔하다.)
그 기간 중 주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이런저런 디지털 기기들을 구입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사무실 여직원은 O사의 DSLR을 구입하고, 또 다른 직원은 네비를 그리고 소장마마 역시 등산시 이용하기 위해 MP3를 구입하는 모습을 봐왔다. 특히나 소장님의 구입기는 나름 내가 쓸 기계를 구입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여러 가지 갈등에 갈등을 했더랬다. 문화 트렌드라고 일컬어지는 사과 제품군을 살까. 그런데 이리저리 귀를 팔랑거리며 풍문을 들어봤더니, AS 개판 오 분 전이고 가지가지 여러 별별 희한한 기능들이 있는 반면 음질은 영 꽝이라는 소문이 들린다. 국내 제품으로 눈을 돌려봤더니 한참 잘 나가는 S모 그룹의 제품은 불매의 차원(나는 늬들이 MP3 시장에 진입하면서 했던 일들을 알고 있다.)으로 애당초 탈락시켰고 전문 업체 I사를 보니 그 사이 많이 컨셉이 바뀐 듯 성능보단 디자인 위주 그러니까 외피간지작렬 컨셉으로 제품을 찍어내기에 그다지 눈길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눈에 들어온 제품이 국내 K업체의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평가를 보니 무난하고 특히 음질 부분에선 장점이 두각 되는지라 내심 이 회사 제품으로 구입을 하자라는 생각으로 맘을 정하고 모델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동영상이냐..아님 오디오만 이냐에 갈등을 했고 사과제품의 독주를 견제한다는 신 모델의 아리따운 자태에 침 좀 흘렸는데 보기보다 비. 싸.기. 에 애당초 눈 딱 감아버리고 오디오만 제품군으로 확인을 해보니 출시된 지 조금 지난 제품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이때 소장님의 MP3 구입 의뢰가 들어왔더랬다. 가뿐하게 내가 찍은 모델을 소장님께 구입시키고 옆에서 실사용자의 장점과 단점을 눈으로 확인했다. (죄송합니다. 소장님. 소장님은 마루타셨습니다.)
괜찮고 쓸 만한 물건임에는 틀림없는데. 왠지 모르게 눈에 차지가 않는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래저래 갈등 좀 하다 눈에 화악 띄는 물건이 들어왔다. S(국내업체 아님)사의 모델 이였고 조목조목 특징을 따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잡스런 기능은 과감히 삭제하고 음질을 위한 기능들만 가득 채워 놓았고, 2인치 작은 액정은 동영상까지 구동이 가능하다고 하고,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재미있는 기능인 '노이즈 캔슬링'이 눈에 들어왔다
대충 설명하자면 이어폰에 달린 마이크에 외부의 소음과 비슷한 음역대의 음파를 흘려보내 내부의 소음을 상쇄시켜준다는 기능이란다. 그니까 이어폰을 끼고 이 기능을 on시켜버리면 아주 시끄러운 공간에서도 70~80%의 소음을 상쇄시켜준다는 것.
얼씨구나, 좋다구나 주문을 하고 일주일이나 걸려 받아 본 물건을 써 온지도 이제 일주일이 되어온다. 배터리 시간까지 초강력 지루라고 하니 지화자 좋다며 사용하고 있다. 오늘 아침엔 기어이 내 물건 본 소장마마는 시큼털털한 목소리로 '니께 더 좋아 보인다.' 란 스리슬쩍 '나 낚인 거야' 성 발언을 하신다.
그런데..
마님의 눈길이 심상치 않다. 어제는 묵직한 PSP와 MP3를 양손에 견줘보시며 무게를 가늠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아마도 조만간 강탈의 액션이 들어올지 모르겠다. 이번엔 뺐기지 말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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