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늦잠을 잤다. 그러다 보니 출근시간에 집에서 나오는 만행을 저질러버렸다.
(한 사무실에 오래 다니다 보니 아주 간이 배밖으로 나왔다.)
한참 출근때보다 한가한 도로에 한가한 버스를 타고 사무실을 향하고 있었는데....
두 정거장 지나 어떤 여자분이 버스에 올라타신다.
화려하다.
스타킹도 범상치 않은 문양과 뭐가 막 달려있었고 스커트며 걸치고 있는 코트도
평범한 옷이 결코 아니다. 거기다가 반 뽀글 파마머리는 어깨까지 치렁치렁...
압권은 얼굴의 반을 가리는 짙은 썬그라스...
하나하나 따져보면 확 깨는 패션이지만 묘하게 조화롭게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예상되는 나이는 결코 젊어보이지 않으셨다. 선그라스가 채 가리지 못한 얼굴의
부분부분 주름이 감지되었으니까.
두 정거장 더 지났을까. 아마도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는지 버스 뒷문쪽으로 가깝게
이동을 하신다. 나는 그 뒷문 바로 앞에 앉아 있다보니 그 여자분의 가장 지근거리에
위치하게 되었다.
신호대기 중 정차해 있는 버스에서 범상치 않은 부~~~ 소리...출처는 그 분의 핸드백.
오른손에 들고 있던 핸드백을 왼손으로 뒤적거려 전화를 받으신다.
"네 여보세요~~"
목소리는 굉장히 맑다. 하지만 곧이어...
"잘못거셨네요~~"
아침부터 잘못걸린 전화라니...참 기분 좀 거시기하고 더렵진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찰라...
"좋은 하루 되세요~~~"
그러니까 범상치 않은 퍠션을 하신 범상치 않은 그 여자분은 생판 모르는 사람이 잘못
걸은 전화에 짜증은 커녕 되려 아침부터 "좋은 하루 되세요" 라는 덕담을 던져주셨다는 이야기..
누군지 모르겠지만 잘못 걸고 꽤나 당황했을텐데...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아침부터 꽤나 기분 좋았겠다.
다음 정거장에 하이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버스에서 내린 그 여자분의 전화매너에
아침부터 괜히 기분좋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배워야 하고 실천해야 할 매너라고 보고싶다.
(단 대출 받아라 투자하라고 전화거는 것들은 예외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