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철없던 시절 많이도 받아 본 질문은 아마도 “커서 뭐가 되고 싶니?” 혹은 장래희망에 대한 것들이었다. 집에서 가족들에게 혹은 친척들, 학교에선 수업시간까지 할애하면서 글짓기 형태 혹은 발표의 형태로 수도 없이 여러 차례 자신의 장래에 대한 견해를 강요당해왔었다.
그 종류도 가지가지였다. 누구는 대통령, 누군 장군, 여자들은 미스코리아까지 나왔었다. 철 모르는 시절 단순히 동경의 대상을 맹목적으로 지껄인 것일 수도 있었을 테고 그걸 듣는 어른들 혹은 선생님들은 겉으로는 어린애들의 그 순진한 마음에 감히 상처를 줄 대꾸는 해주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속으론 현실감각이 떨어진 환상적인 그 장래희망에 대해 자신들의 경험을 비추어 회색빛으로 도배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내 장래희망은 “과학자”였었다. 어느 분야라는 구체적인 것까지는 무리였고 그냥 하얀 가운을 입고 보글보글 김이 올라오는 시험관을 가지고 연구에 몰두하는 모습이 근사하게 보여서 동경하곤 했었나 보다. 물론 지금이야 배 굷기 딱 좋은 직종이라는 오명으로 적어도 대한민국에선 천대받는 직종이긴 하지만 서도... (현재 청소년기 후반기의 장래희망대로 건축공돌이다.)
앞에서 주절주절 어린 시절 꿈과 장래희망을 지껄인 이유는 이런 유년시절의 조각을 떠오르게 해준 영화 한 편을 봤기 때문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93201143358615.jpg)
애스트로넛 파머 (The Astronaut Farmer, 2007)
주연 : 빌리 밥 손튼
철없는 늙은 어린이로 보이기도 하며 무모하게 혹은 이기적으로도 보이기까지 하는 영화 속 주인공의 직업은 표면적으론 “농부” 다. 애가 셋이나 딸리고 그리 넉넉지 못한 형편에 아버지가 물려준 농장을 겨우겨우 굴리는 수준의 무능함까지 겸비하고 있다. 언제나 그의 눈빛은 공허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에 시선을 주는 느낌까지 든다. 이 정도라면 분명 가족들에게 무시를 당하며 가장취급을 못 받는 것이 현실일 텐데 영화 속 그의 가족들은 지나치리만큼 화목하다. 창고에 비행기 폐기 부품들을 모아 지구궤도 순환 로켓을 만들어도 가족들의 신뢰는 여전하다.
여느 가정영화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 속 비현실적인 가정에게도 위기는 찾아온다. 로켓을 만드느라 써버린 돈으로 인해 집은 저당 잡히고 발사를 위해 주문한 엄청난 양의 연료로 인해 FBI의 감시, 황당한 로켓발사로 NASA의 견제까지 받게 된다.
한 번의 실패로 다시 뭉쳐진 가족들의 단합으로 두 번째 발사에서 주인공 “파머”는 꿈에도 그리던 “우주비행사”를 실체화한다.
영화의 기본 줄거리와 장르를 말하고자 한다면 이것 SF를 위장한 고밀도 가족영화라고 칭할 수 있다. 그리고 인생의 중반부에서 소멸돼버리고 지워진 꿈을 되살리는 어떤 남자의 분투기 정도로 봐도 무방하게 느껴진다. 영화가 유치하게도 혹은 지나치게 이상적으로도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꿈을 꾸지 않는 자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라는 다소 실천하기 어려운 확실한 진리만큼은 깊게 패일 정도의 감상은 남게 된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93201143358616.jpg)
로켓 이름 한번 근~~사하다~!
어쩌면 난 지나친 이상주의 혹은 감상주의자일지도 모르겠다. 파머의 이 황당한 로켓이 지구궤도를 벗어날 때 눈물이 찔끔 났으니까. 그게 영화 속 파머의 꿈이던 이미 바래져 흔적조차 없어졌을지도 모를 나의 또 다른 꿈 한 조각을 기억해냈기 때문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