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야근을 마친 후 밤 10시 반쯤 집 앞에 있는 구멍가게에 담배나 사려고 잠깐 들렸을 때. 마침 가게의 TV에서는 "이산"이라는 조선시대 영, 정조 시대의 사극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게 주인아주머니는 열심히 시청 중이셨고 이것저것 물건을 집어 들어 카운터에 올려놨을 때 주인아주머니의 한숨이 흘러나온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지..저것 봐. 왕이 뭘 좀할려고 하면 대신들이라는 것들이 저렇게 발목을 잡네 그려. 아마 노통도 똑같지 않았나 싶어." (내가 아는 슈퍼 아주머니는 결코 노빠가 아니셨다. 오히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의 부류 중에 한 분 이셨다.)

슬쩍 시선을 돌려 TV를 보고 있으니 때 마침 드라마의 장면은 정조와 훈구대신 중  한 명인 좌의정 장태우와의 설전 장면 이였고 장태우의 대사는 "조선은 왕의 나라가 아닌 사대부의 나라" 라는 심히 역모스러운 발언을 하고 있었을 때였다.

집에 들어오니 마님의 애청프로인 "왕과 나"라는 사극이 TV에서 흘러나온다.  즉위한 연산군은 왕권을 농락하는 사대부들을 능멸하는 그 첫 발걸음으로 자신의 아버지 (성종)의 실록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김종직의 "조의제문"을 빌미로 첫 번째 피바람(무오사화)를 일으킨다. 연산군은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를 한다.

"왕이 이리도 허약하고 꼭두각시 같아서야 이 나라는 저것들(조정대신)의 손에 놀아 나고 있구나"

과거의 나라 조선의 정치적인 현실이 수세기가 흐른 이 땅에서 다시 반복되는 듯 한 모습은 결코 반갑지 않게 느껴진다. 아무리 유행이 돌고 돈다 치더라도 정치만큼은 그 틀을 깨고 계속 긍정적인 발전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요즘 돌아가는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게 보인다.

견제자의 입장에서 날렸던 수많은 부메랑이 에누리 없이 돌아와 사정없이 뒤통수를 강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 내가하면 애국 남이 하면 매국" 의 분위기만 물씬 풍겨나고 있다.

백날 말하면 뭐하나. 그들을 뽑아준 건 유권자들의 선택 이였고 후회한들 뭘 어찌할 수도 없는 일. 제대로 뽑아야 하지만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으니 그것이 또 문제라면 문제.

결론은 누워서 침 뱉기, 케세러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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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8-03-05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라리 이번에는 허수아비였으면 좋겠네요. 누워서 뱉은 침은 자기 것인지도 모르고 무식하게 밀어붙이기만 하려는 삽질 정책이 심히 걱정스럽네요.

하늘바람 2008-03-05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통은 너무 심해서 하려던것도 제대로 못하고 그래서 시민들이 더 피봤죠. 요즘 이산도 그런 야그같아요

순오기 2008-03-05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민주주의라는 게 '우매한 다수의 민중'이 이끌어가는 것이니까요~ 쩝!

플레져 2008-03-05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메피님?
요샌 정말 안녕하다는 말이 귀하게만 들려요.

비로그인 2008-03-05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상에서 '차라리 그 때가 좋았다'는 따위의 말을 쩝쩝거리면 그런 분의 면상을 한 대 때리겠다는 노사모회원을 본 적이 있습니다. -.-

Mephistopheles 2008-03-05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 삽질도 삽질이지만 누워서 침을 뱉은 후 교묘하게 각도 수정해 엄한 사람들에게 침 튀게 할 가능성이 농후해요..이거참 입니다.
하늘바람님 // 그 때의 상황이 역전이 되버렸죠. 발목을 잡는 이들이 발목이 잡히는 입장이 되었으니까요. 역지사지 감정을 느껴야 하는데 하는 거 봐선 그럴리 절대 없다..입니다.^^
순오기님 // 엄청난 핸디캡이죠. 그 우매한 다수의 민중을 포섭하면 전제정권과 다를바가 없으니까요.
플레져님 // 그러게요. 뭘 봐도 뭘 들어도 다 속 끓는 이야기들뿐인지라..
단테님 // 말로는 사람도 죽였다 살렸다 합니다. 직접 가서 면상을 때렸다면 이야기가 틀려지지만요. 제가 그 시대 사회인이 아니여서 모르겠지만 나이드신 양반들은 통제가 일상화 되었던 박통시절을 그리워 하더군요. 일종의 향수병일까요. 현실에 적용시키면 바로 악몽이 되버릴텐데 말입니다.^^

씩씩하니 2008-03-05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번도 대통령을 제 손으로(!) 뽑은 적이 없어서...ㅎㅎㅎ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똑게(똑똑하지만 게으른), 멍부(멍청하지만 부지런한), 멍게(멍청하지만 게으른) 관리자(혹 대통령)중에서....멍부가,,가장 위험하단 말을..들었는데..
그런 대통령이 아니기만....

Mephistopheles 2008-03-05 17:56   좋아요 0 | URL
지금 막 시작하는 걸로 모든 걸 판단할 순 없지만..아쉽게도 안타깝게도 멍부의 가능성이 농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