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일단 팍스 아메리카의 첨병으로 지긋지긋한 미국만세와 미국패권주의를 스크린에서 풀어낸 대표적인 가상의 캐릭터라는 표면적인 정의가 먼저 떠오르게 된다. 사실 이 말도 틀리지는 않다. 람보 2편과 3편에서는 영화 내내 “죽어라 소련, 미국 만만세”를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혹은 무대뽀 또는 안하무인의 독선적인 사람을 지칭할 때 부정적인 의미로 “람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행여 주변사람들에게 람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면 찬찬히 자신의 생활을 뒤돌아 볼 시간은 충분히 가져봐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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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차근차근 살펴보면 “람보”라는 영화 속 가상의 인물이 위의 표현대로만으로 정의하기에는 너무 한쪽 면만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마치 지구상에서 바라보는 달은 언제나 앞면이고 뒷면은 우주선을 타고 달 궤도에 진입하지 않고선 관측이 불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사실 람보 1편은 정말 잘 만들어진 “반전영화” 였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전직 특수부대원인 람보는 고향에 돌아와서도 전쟁의 후유증으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낙오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편견적이며 우월주의자같은 마을의 보안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옛날의 전쟁의 상흔이 다시 나타나 회복 불가능한 현실을 과거의 전장으로 만들어버리는 비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원작소설에서는 결국 람보의 자살로 끝을 맺지만 영화 속 람보는 매 편마다 베레모를 쓰고 등장하는 대령의 회유로 투항을 하며 2편 3편..그리고 이번에 만들어진 4편까지 오게 되는 끈질김의 동기부여를 해준다.
이미 환갑이 넘은 나이로 다시 액션의 전장으로 돌아온 “실버스타 스텔론”은 4편에서 나이에 걸맞지 않는 팽팽한 얼굴로 스크린을 누빈다. 양심은 있었는지 아님 몸매만큼은 과거의 그 모습으로의 회귀가 힘들었는지 영화 내내 웃통을 벗어재끼는 노출 따위는 존재하진 않는다 치더라도 영화 자체는 람보 시리즈로만 따진다면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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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에서 찍은 가족사진.
다분히 현실적인 미얀마 사태를 배경으로 삼았다는 것과 우리나라와도 연관이 있을 분쟁지구의 선교사들 이야기. 그리고 아마도 람보 시리즈의 마지막을 의미적으로 표현한 부재 “Last blood"(람보 1편의 부제가 ”First blood"였다.)처럼 영화의 엔딩도 긍정적이며 비폭력으로 의미있는 안식을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네타성이 짙긴 하겠지만 역대 시리즈 중 가장 리얼하게 잔인하다.
한물 간 배우일지도 모르고 스크린에 기본 몇 드럼통의 피바다를 쏟아 붓는 영화라 할지라도 실베스터 스텔론의 “람보”를 단순한 오락영화나 팍스 아메리카로만 치부하기엔 그 족적은 무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단순히 생김새와 극중의 캐릭터만으로는 뇌까지 근육일 것이다. 라는 선입견을 가지기에 배우 스텔론은 여러모로 평가절하 되지 않았나 싶다. 살짝만 살펴봐도 그가 자신의 출연한 영화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며 예술적 활동도 남달리 뛰어난 어떤 의미로는 예술가적 기질이 높은 배우인데 말이다. “람보”와 “록키” 로 흥했을 진 모르겠지만 족쇄적인 의미의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았기에 연민의 감정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한물간 액션배우의 발버둥이나 어설픈 과거회귀라는 표현보다는 현역복귀, 나이를 떠나 넘처나는 활동력쯤으로 보고 싶기까지 한다.
뱀꼬리1 : 록키, 람보의 스텔론이 아닌 영화중에 좋은 영화도 존재한다. “캅랜드”나 “탈옥”, “승리의 탈주”같은 재미있고 좋은 영화들도 분명히 있다.
뱀꼬리2 : 그럼에도 불구하고 람보 4를 극장에서 봐야한다고는 절대 말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