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도로 위에서 핸들을 잡은 사람들은 어쩌면 “폭주 바이러스”에 공통적으로 일시나마 감염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뉴스를 보고 있으니 크고 작은 교통사고도 많았고 어느 지역에서는 버스 기사와 승합차 운전자가 난폭운전으로 시비가 붙어 치고받고 싸우다 그만 버스 기사가 중태에 빠졌다고 한다. 맞은 사람은 회복가능성은 없어 보이며 아마도 시비가 붙어 주먹을 휘두른 승합차 운전자는 바로 형사입건 되버렸을 것이다. 도로에서의 난폭운전이 사람 생명 하나 가져갔고 또 다른 한 사람의 미래에 먹장구름을 드리워버렸다.
하긴 나 역시 어제 퇴근길에 길바닥에서 진상 진상 상진상을 하나 만났었으니까. 더군다나 아침엔 추돌사고까지 날 뻔 했으니 분명 어젠 기후든 바이오리듬이던 핸들을 잡은 사람들을 광폭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대기에 퍼진 게 아닐까? 라는 공상과학소년 시나리오 쓰고 앉아있는 헛생각을 하게 만든다.
2.
어제 퇴근길에서 마주친 진상을 잠깐 설명하자면 그냥 웃음이 나온다. 미어터지는 길바닥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가겠다고 브레이크 마찰음을 요란하게 울리며 내 앞으로 충돌직전까지 끼어 들은 것이 시작의 발단 이였고 틈을 안주는 나에게 상욕에 난폭운전을 공갈협박을 일삼은 것이 진행과정이였고, 멀티엔딩으로 꾸며보자면 진상의 차를 막고 차에서 끄집어 내 바닥에 패대기를 치는 것이 첫 번째 엔딩이고 두 번째 엔딩은 썩소 한 번 날려주며 가운데 손가락 살짝 올려주는 것이겠다.
중년의 중후함과 노련함이 익숙해진 나는 상대방에게 심리적인 데미지를 입히는 두 번째 엔딩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로 우회전하여 내 갈 길 가며 백미러를 보니 그 놈 참 난리 났더라.) 아마도 20대였다면 난 분명 첫 번째에 접근하는 엔딩으로 진행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여러 번 경험해 본 바 차 안에서 상욕하며 소리 지르는 놈 치고 차에서 내리면 순하디 순한 존댓말 잘 쓰고 선생님 호칭이 입에 붙는 어린양이 돼 버린다. 오히려 도로상의 저런 대치상황에선 그냥 조용히 웃으면서 살벌하게 쳐다보는 사람이 진짜 무서운 사람일 꺼다. 그리고 차에서 내리는 사람..보통내기 아니니 그냥 무조건 항복해야 한다. 번호판과 얼굴 사진 찍는 사람은....그냥 다음날부터 차를 집에 놓고 나와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앞에 말했던 버스기사와 같은 상황이 될 수도 있을테니까. 방법이야 따로 있겠는가 그냥저냥 안전운전하는게 제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