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니어의 출국 예정일은 8일 이였으나 아직 집에 있다. 이유는 여권의 생일과 비자의 생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11월생인 주니어가 졸지에 6월생이 되버린 것을 연휴 시작하는 전날 5일 날 저녁에 발견해버린 것. 비행기 티켓은 다행스럽게 연기를 시켰다지만 대사관 업무는 마감된 까닭에 어쩔 수 없이 8일 출국을 못하게 돼 버렸다. 만에 하나 잘못되면 그 나라 입국 수속에서 빠꾸 먹고 비행기 표값 날리고 다시 돌아올 뻔 했다는..
그러다 보니 연휴 같이 보내고 오늘 아침부터 나는 사무실이 아닌 대사관으로 출근을 하게 돼 버렸다. 일찌감치 도착해 대사관 들어가 사정 설명 하니 그쪽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24시간 걸린다고 한다. 결국 내일 아침에나 수정된 비자가 박힌 주니어 여권을 챙길 수 있게 되었다. 그나저나 티켓 연기로 붙어버린 수수료 10만원을 어떻게 대사관에 청구해야 할까나..분명 지들 실수거든..
2.
대사관에서 사무실로 향하는 길은 비극적인 문화제 화재로 인해 그 쪽 코스는 재끼고 강남 쪽을 관통하는 시내버스 471을 이용하게 되었다. 바로 앞에 470이 도착하였으나 심하게 구겨져 있는 버스 안의 승객들을 확인하고 다음 차를 기다리기로 하였고 결국 471번을 타게 되었다.
다섯 정거장쯤 이였을까 중앙차선을 달리던 버스가 이상하게 꼼짝도 하지 않는다. 다른 차선 차들은 신나게 달리는데 왜 그런가 잠시 기다려 보니, 앞서 가던 470번이 정거장에서 추돌사고가 나버렸다. 뒤에서 받친 형상이고 뒷좌석 쪽이 심하게 손상된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한대 걸러 타버렸더니 재수가 좋았나 보다.
3.
주니어의 출국일이 잠시 연기되었기에 연휴 내내 마님과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8일에는 코엑스에서 하고 있는 레고월드를 9일에는 광화문에서 출발하는 시티투어버스인 2층버스를 타게 되었다. 주니어는 좋아라 했다지만. 글쎄다. 레고월드는 꾸며 논 규모에 비해 표값이 지나치게 비쌌고 2층 버스는 서울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들이라면 한 번은 타겠다지만 두번까지 탈 이유를 느끼진 못하겠다. 그나마 연휴기간동안 청개천을 통과하는 코스를 지나치지 않기에 그 위선적인 몰골을 목격 못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제 값을 하는 문화상품을 언제쯤이나 맘껏 누리며 살지 미지수다.
4.
토요일 버스 타고 광화문에서 코엑스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오는 노선을 마치고 배고프다고 찾아간 곳이 명동교자 칼국수집이였다. (깐따삐야님 웬디양님 메롱!) 명동 길바닥은 연휴를 끝내고 수많은 인파가 도로를 가득 채웠고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한 칼국수집도 역시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사람들로 넘쳐났다. 20여분 기다렸을까. 정말정말 간만에 그 집 칼국수를 먹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칼국수와 만두. 그리고 서비스로 나오는 고슬한 공기 밥까지 그 옛날의 맛을 변함없이 간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음식 맛은 변함없이 좋았으나, 문제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다보니 잠깐의 여유도 없이 부리나케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 때문에 조금은 불편했던 것..그리고 어렸을 때 어머니 손을 잡고 처음 찾아가 3000원에 먹었던 칼국수는 이제 두 배를 넘어선 7000원의 가격이 붙어 있더라.
서울시 물가가 살인적이다. 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순간이었다.
5.
숭례문이 전소되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판은 가장자리가 약간 그슬린 것으로 소실은 막았다 손 치더라도 어마어마한 비극임이 틀림없다. 숭례문이 국보 1호이기 때문이 아니다. 강원도 산불로 잃었던 낙산사가 떠오른다. 충분히 그것도 수도 없이 경고를 주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시스템은 소 잃고 외양간도 제대로 고치지도 못하는 지경인 것 같다.
산타님 생각이 제일 먼저 나버렸다. 맘고생도 심하실 테고 그리고 많이 바빠지실 듯하다. 그래도 건강은 챙기시면서 바쁘시길 바랄 뿐..
6.
홍콩이 어느 찌질이 남자배우 하나로 인해 난리가 났다 보다. 그러니까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는 "섹스"라고 공공연히 떠들었던 진관희라는 연예인이 자신과 연인관계 혹은 엔조이 관계에 있던 여자 연예인들의 누드 및 삐리릭 장면 사진들을 차곡차곡 쟁여 논 것이 외부로 유출이 돼 버렸단다.
다 큰 성인들이 본능에 충실한 것을 뭐라 할 순 없겠지만 진관희 라는 남자에 대한 생각은 피해자라기 보단 잠정적인 가해자라는 판단이 앞서버린다. 왜 그런 사진들을 차곡차곡 쟁여놨을까. 아무리 봐도 이건 컬렉션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안 된다. 한마디로 미친놈인 것이다.
요즘이야 주변에 저런 인간형이 없다지만 한참 혈기왕성한 시기 술만 조금 들어가면 실명까지 거론하며 자기와 하룻밤을 보낸 이성에 대해 주절주절 떠드는 인간들을 자주도 접했었다. 그 인간들 입장에서야 자신의 무용담 내지는 일종의 우월감의 표현이라고 할 순 있겠다지만, 내 앞에서 그런 류의 말은 쓰레기 취급만 받을 뿐이었다. 한참을 조용히 듣다 그냥 저냥 입을 다물게 하고 싶다면 다른 말 필요 없이 " 그거 아냐.. 그 여자도 친구들 만나 니 얘기 할 거야. 지가 참 잘하는 줄 알아.. 라면서 운을 띠겠지...낄낄"
그쪽 분야로 유명한 어느 선배의 명언이 생각난다. 엔조이도 좋고 연애도 좋아 하지만 상대방을 존중해 줄려면 둘 만의 추억은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로 삼아야 한다고..
가장 기본적인 매너도 지킬 줄 모르면서 본능에만 충실한 찌질이들은 죄다 전립선염에 요로결석이나 걸려버리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