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종기 다세대, 다가구(원래 다 단독주택 이였다.)가 모여 살고 있는 내가 사는 동네는 눈이라도 한번 모질게 와서 쌓이기라도 하면 꽤나 골치 아픈 동네가 된다.
등판각도 30도를 자랑 하는 산동네이다 보니, 내려가다 꽈당 이고 올라오다 꽈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하거니와 실행하기도 한다. 나 역시 과거 된통 넘어졌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현장을 목격한 증인에 따르면 무슨 황비홍 무영각 날리는 것 마냥 내 몸이 1미터 이상 붕 떠버렸다고 한다. 물론 그 다음 효과음은 철푸턱이였지만...
그러다 보니 얼마 전처럼 쌓이는 눈이라도 오게 되면 알게 모르게 동네 비상이 걸린다. 눈이 한참 ING로 오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빗자루 들고 쓸기 바쁜 동네 이웃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하며 출근길을 서둘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모든 동네사람들이 부지런하다는 확률적 계산이 나오지 않는 관계로 자기 집 앞 눈을 쓸지 않아 결국엔 해 떨어지고 봅슬레이 경기장 마냥 빙판화 되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주택 붐이라고 단독주택 까부수고 원룸 식으로 만든 집 앞에는 어김없이 스케이트장이 되곤 하는데. 주인은 그 집에 살지 않고 반지하부터 꼭대기 층까지 세입자들만 득시글거리니 그 이유가 첫째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집 주인 양반이 엄청 게으를 수도 있겠고... 한번은 언제였던가. 세입자 하나가 아침 출근길에 차를 끌고 나가겠다며 빙판길에서 발악을 하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사필귀정이리라. 그러기에 아무리 세입자의 위치라고 하지만 다음날 출근 생각했으면 눈이라도 좀 치웠으면 아침에 그 고생을 하진 않았을 텐데...
자기 집 앞 눈을 안 쓸어 그 눈으로 인해 자빠져 상해를 입었다면 집주인이 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례도 있고 법도 있다고 하니, 이젠 깽값 안 물려면 열심히들 쓸어야 할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