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정과 아이들
중년이 되니 성격도 많이 눅눅해지나 보다.
옛날같으면 으랏차 뒤집어버릴 일도 흥칫핏쳇. 단어 하나로 무관심으로 일관해버리곤 하니 말이다. 코딱지만한 사무실. 소장마마께 칭찬 좀 받고 지나친 오바를 하는 막내 여직원의 그 푼수끼에도 별 반 아무말도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냅두고 있고, 새로 들어온 직원 하나는 어떻하면 주말에 약속을 만들어 일찍 집에 들어갈까 잔머리를 굴리는게 눈에 파바박 들어와도 신경조차 안쓰이니 말이다.
기브 엔 테이크. 받은 만큼 줘라.는 어쩌며 내 모토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또 이게 그냥 밍숭밍숭해지기 일쑤라고나 할까. 적어도 내가 10번을 술을 사면 상대는 1번 정도 자판기 커피라도 사야 사람의 됨됨이로 인정하는 까탈스러운 면이 존재했으나, 이것도 역시 노상 실장님과 내가 사는 밥 혹은 술(이건 좀 그렇다. 사무실 여직원들은 술 못마신다.안마시는 걸지도 모르지만)과 안주를 좋다고 받아도 커피 한 잔, 간식 한 번 안사는 여직원들을 보고 있어도 역시나 흥칫핏쳇. 하고 무관심하게 신경을 끊어버리고 말곤 하니 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아마 이런 상황 발생하면 비비꼬고 가시 돋힌 언어를 동원해 이래저래 얼굴 벌겋게 만들고 앞에서 썩소 날려주는 비정한 상사의 역활을 충실히 수행했을텐데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약해진다기보단 왠지 유연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뱀꼬리1 : 그래도 언제 한번 확 뒤집어줘야겠지..??
뱀꼬리2 : 다른건 몰라도 털신에 무릎담요, 잠바떼기에 난로까지 지근거리에 모셔놓고 춥다고 생난리치며 환기 안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니? 왜 매일 난로와 제일 멀리 떨어진 내자리 창문 열어 환기시키게 만드는지 거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럼 내복을 입으시던가. 스타일 찾으면서 얼어죽지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