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오기님의 페이퍼 "태그 주제가 예쁜 우리말로 되는 게 내 로망이야!"라는 페이퍼가 올라온 후 바로 위를 차지하는 페이퍼는 순오기님의 페이퍼를 심히 뻘쭘하게 만들 수도 있는 "징크스"라는 마을지기님의 태그공지 페이퍼였다.
난감하다.
남들 흔히들 가지고 있는 징크스는 나에겐 없다. 그렇다고 내가 조자룡 쌍창 휘두르는 용맹함 따위나 주사위 이미 던져버렸어 라며 운명을 개척해나간 카이사르 같은 결단력 따위가 존재하는 강력한 인간형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자아의 강인함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일수도 있는 개념인 이래도 흥, 저래도 흥 같은 어찌 보면 심히 무사태평 안일한 사고방식 때문일지도 모른다. (낙천적은 성격이 결코 아닌데 말이다.) 다시 말해 그때그때 다른 징크스 상황 때문에 아예 이런 쪽 사항에 대해 내깔겨뒀다라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면, 아침 출근길에 온몸에서 빛이 나는 절세미녀를 봤다고 그날 종일 운수가 언제나 끝발나는 하루였냐면 그건 아니기 때문이다.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고의 차이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언제나 돌변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알아도 이미 예전에 알아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30이 넘어가는 시점에 로망은 내 속에서 꿈틀꿈틀 살아 숨쉬는 걸 느끼면서도 인생 곁가지 같이 생각하면 엄청 신경써야할 징크스의 징조들을 열심히도 가지치기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렇게 몇 개의 문단과 단어들로 장황하게 표현할 필요도 없다.
"그런 거 신경 쓰는 거 귀찮아!"
이렇게 한 줄로 써버리면 그만인 것이겠지만, 그래도 알라딘에서 주최한 회심의 이벤트에 열심히 일수도장을 찍는 유저의 입장으로써 성의정도는 보여야 하기에 장황하게 늘어놓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