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를 그닥 질기지 않으나 유독 에스프레소만큼은 시간이 되고
기회가 되면 즐겨 마신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두꺼운 머슴손에 들리기에는 에스프레소 잔은
지나치게 작다. 컵고리가 손가락에 꽉 껴버리는 듯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이 앙증맞은 소주잔 크기의 커피잔은 짙은 검은색을
내용물을 담고 있다.
작다고 무시했다간 큰 코 다치는 커피..
설탕을 첨가 안하고 단숨에 들이키면 가공할만한 커피폭탄이 식도와
위장에서 터져버린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마셨을
때 이야기)
내 경우도 무심코 한 잔을 들이키다가 "전하 억울하옵니다~"라는
사약원샷억울한충신 대사가 튀어나올 뻔 했었으니까.
허나 길들여지면 이것만큼 고소하고 맛깔난 커피도 없을 성 싶다.
특히 몽롱한 새벽에 혹은 느끼한 음식을 잔뜩 섭취하고 뭔가 개운한
건 없나 하는 아쉬움에 에스프레소는 나에게 가장 큰 원군이며 친구
가 된다.
설탕은 넣지 않은 쓰디 쓴 한 잔의 에스프레소는 때로는 인생의 쓴맛을
떠올리는 떱떠름함도 있겠지만 그 후에 오는 고소함과 부드러운 향기는
모든 것을 상쇄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