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회식겸 송별회(여직원 한 명이 그만뒀다.)를 위해 사무실에서 비교적
떨어진 강남의 묵호집이라는 횟집을 예약하고 일찌감치 5시에 출발했다.
의외로 차는 안막혔고 불과 20여분만에 도착을 하니 그 벅적벅적하다는 횟집은
이상스럽게 썰렁하다. 우리가 첫 손님인듯하다. 일단 예약된 방으로 움직였고
앉자마자 주전부리(스키다시)가 쏟아져 나온다.
대게다리,오징어회무침,고등어초절임,석화, 새우구이 기타등등을 열심히 먹어
주고 있다보니 모듬회가 나와준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그나마 양질의 음식
을 먹을 수 있기에 선택한 집이지만 어찌 내가 마지막에 다녀갔던(결혼 전이며
이쪽동네에서 사무실 생활을 할때였으니 엄청나게 먼 옛날이다.) 그 때보단
왠지 모자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찌 내 앞에는 저리 빈약한 것들만 있었던 것이냐...사진으로 확인해보니 조금 아쉽네....
음식이 나오는 중간에 서빙 보는 언니에게 살짝 팁을 찔러주니 이런저런 주전
부리 서비스와 모듬회 한접시가 더 나와준다. 횟집에서 일단 사무실 사람들
그동안 못마신 술을 몰아서 마시기라도 하듯이 소주 10병이 비워져간다.
(그래봤자 술마시는 사람은 달랑 3명뿐이였다는...그중에 내가 포함된다는..)
2차를 호기롭게 외치며 이미 찍어놨던 호프집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두 블럭
위치에 있는 두산산업개발건물 지하에 있는 오비호프로 향했다. 유일하게 술을
안드신 이사님이 핸들을 잡으셨고 어렵사리 자리를 잡고 언제나처럼 맥주와
함께 타코셀러드와 부추김치를 시킨다. (여기 오면 꼭 시키는 안주.)

이 집 맥주는 참으로 오묘하다. 맥주파는 기업 사옥 지하에 있어서 그런지 이 집 맥주맛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울러 안주도 하나같이 맛깔나고, 특히 맵지도 짜지도 않은 부추김치는 예술....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피쳐를 비워갈때쯤 소장님은 이집 소시지가 맛있던데...
라는 말과 동시에 또 하나의 안주가 날라왔고 소시지 옆에 곁들여지는 샤워크림
발라진 감자구이에 다들 환장하기 시작.. 결국 감자와 고구마구이를 추가로
또 시키고 열심히 먹고 떠들다 보니 거대한 피쳐병 2병은 깜쪽같이 위장이라는
블랙홀로 사라져버린다.
워낙 일찍 시작한 회식이기에 호프집에서 2차를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10시가
채 안 된 상태. 뭔가 아쉬운 소장님은 근처의 bar로 고고씽을 외친다.
자리잡고 앉으니 어여쁜 가게 여직원이 메뉴판을 내온다.(단란한 곳 절대 아님)
양주 한병 골라 안주에다 지화자 마시다 보니 어느덧 한병을 쏠랑 비워버렸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12시 즈음을 가르킨다.
마님의 호출로 식빵과 커피우유를 사들고 택시잡아타고 들어가니 12시 30분...
아침에 일어나 후유증은 없는데 단지 졸릴 뿐이다.
상대적으로 후유증이 심각한 소장마마(연 3일째 술판) 덕분에 시원한 복해장국을
얻어먹고 나니 그냥저냥 견딜만한 11월 초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음...나 술 잘마시나 보다. 이참에 M모님처럼 술일기를 써 볼까나..???
뱀꼬리 : 심각한 야근 철야 후유증 하나. 음식 앞에서 예전엔 그래도 카메라를
꺼내드는 여유가 있었으나 요즘은 파블로프의 개마냥 음식나오면 바로 젓가락을
쥔 손이 먼저 튀어 나와 버린다. 아아 식탐에 지배된 가련한 인간이여..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