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하고 가혹하며 전체적인 사회에서 인간으로써 신념을 지켜나가기란 힘든 일일 것이다.
인류의 역사과정 중에 이러한 선구자들을 많이 접하게 되지만 오늘은 22살의 가녀린 독일여성이였다.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
(Sophie Scholl - The Final Days, Sophie Scholl - Die letzten Tage, 2005)


2차세대 대전 말 독일내 반 히틀러 단체인 백장미단의 여성멤버였던 "소피 숄"의 단 5일동안의 삶은 미화되었을지언정 충분히 감동적이다.

독일이 스탈린그라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을 2차대전 말 뭔휀대학을 기점으로 활동하던 백장미단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났다. 그 중 여성단원이였던 "소피 숄"의 불꽃같은 삶을 엄청난 연기를 보여준 "줄리아 엔체"라는 여배우를 통해 투영된 모습으로 마주치게 되었다.

그녀의 오빠 한스와 함께 후일 "뮌휀학생선언문 혹은 독일국민에게 고함"으로 유명한 반나치,히틀러의 문구가 가득한 전단지를 살포하다 체포된다. 게슈타포 조사관 모어 와의 신문과정에서 그녀와 그녀의 오빠는 협의를 인정하면서도 신념을 버리지 않아 결국 단 5일만에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다.

이 두 사람의 대화내용이 어쩌면 영화의 핵심 포인트..

영화의 대부분은 소피 숄과 조사관 모어의 심문과정이 많은 부분을 할애하게 된다. 밀고 당기는 심문에 결코 밀리지 않던 소피는 결국 명백한 증거 앞에서 자백과 동시에 자신의 사상과 신념을 강변하고 주장하게 된다. 영화는 흠뻑 몰입할 수 있게끔 배우들의 호연으로 진행되어진다. 소피의 표정과 심리상태 그밖의 모든 행동은 마치 환생이라도 한 듯한 완벽한 모습으로 진행되어진다.

과거 인혁당 사건때도 영화에서처럼 비논리적이고 편협적인 법원이였을까?

영화의 마지막 단두대를 향해 다가가는 그녀에게 잠깐 비춰지는 햇살에 희미하게 미소짓는 모습을  끝으로 그녀의 신념은 무참히 단두대의 칼날로 두동강이 나버리는 듯 하나, 연합군의 폭격기를 통해 그녀와 그녀의 오빠가 대학 내에 뿌렸던 선언문이 베를린 시내를 뒤덮으며 그녀의 마지막 소원이 이뤄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감옥 안에서 그녀는 따듯한 햇살과 푸른 하늘에 동화되어간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한켠이 아려오기 시작한다. 1943년의 이러한 무자비한 사건이 이 땅에서
30여년이 지난 후 똑같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무참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던 시간..
제네바 국제법학자협회는1975년 4월 9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하였다.

1975년 유신의 시대 반공법 위반으로 체포된 도예종, 여정남, 김용원, 이수병,하재완, 서도원,송상진, 우홍선 등 8명 유죄판결을 받은 직 후 18시간만에 사형이 집행된 비상식적이며 무자비한 "인혁당사건"을 떠올렸다.

독일의 백장미단 사건과 인혁당 사건의 차이점을 생각해보자면 당시 소피 숄을 비롯한 백장미단원
들을 단두대에 세웠던 나치인물들은 대부분 종전 후 전범재판을 거쳐 처벌을 받았다지만 인혁당사건에 관련된 법원인사들과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들이 처벌을 받았단 소리는 듣도 보도 못했다. (아마 그 반대로 호의호식할지도....)

소피 숄의 누이인 잉게 숄의 저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자의 죽음"이란 책을 통해 과거 백장미단
의 행동과 용기는 세계적인 찬사를 받는 반면 인혁당 사건의 유가족들은 그 수많은 시간동안 "빨
갱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었다. 그나마 2007년에 와서야 그들의 명예가 회복었을 뿐....

시간차를 두고 벌어진 이러한 무지바한 사건속에서 나약한 인간으로써 신념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금 현재진행 중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잊어서도 안되고 잊혀져서는 안될 사건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행동으로 옮기진 못하더라도 어느것이 옳고 그른지를 느끼게 해주는 일종의 잣대의 역활은 충분히 할 수 있기에..


독일인이여!
당신과 당신의 후손들이 유태인과 같은 운명을 감수하기를 바라는가? 당신들은 자신이 당신들의 유혹자와 동등한 범죄자로 간주되기를 바라는가? 우리들은 모든 세계 인류에 의해서 영원히 저주 받고 부패한 민족으로 낙인 찍혀야 한단 말인가? 아니다! 우리는 나치와 같은 하등 인간들과 같이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당신들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밝혀라! 자, 이제 새로운 해방전쟁은 시작되고 있다. 상당수의 국민이 우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당신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던 무관심의 껍질을 벗겨라. 결심하라! 비겁하게 주저하면서 숨어버린 자들에 대한, 준엄한 그러나 정당한 재판은 언젠가 닥쳐올 것이다.
- 백장미단의 다섯번째 전단, "독일 반나치 운동 전선의 선언문-독일 국민에게 고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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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0-29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피 숄, 감동적인 이야기이겠어요. 티비에서 했나요? 메피님?
잘 읽고 갑니다.^^

chika 2007-10-2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라는 책은 숄 남매의 막내가 쓴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기회가 되면 그 책도 읽어보시기를.
정말 속상한일은, 잉게 숄이 쓴 그 책은 독일 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학생들이 내용을 학교에서 배우는데 우리는... (이건 어쩌면 우리 자신들의 탓일수도 있지요. 그죠? .......)

잉크냄새 2007-10-29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없이 추천만 꾸욱!

웽스북스 2007-10-29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백합니다) 스쿨이라고 읽었습니다 ㅠㅠ

미즈행복 2007-10-30 0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자성어들의 나열에 잠시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너무 좋은 말씀이예요. 그런데 왜 흑흑, 감동대신 한숨이 나올까요?

Mephistopheles 2007-10-3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 늦은 시간 일요일 그러니까 월요일 새벽에 우연히 마주쳤다 그냥 채널 고정하고 끝까지 봐버렸습니다.
치카님 // 말해봐야 소용없잖아요. 독일과 우리나라의 경제력이나 국민성의 차이는 다른 것에서 나오지 않다고 보고 싶습니다. 저런 지나간 과거의 사건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접근하는 방식이 판이하게 틀리니까요. 가끔 사대문 안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반공과 뺄갱이를 외치는 나이드신 양반들 모습에서 근대화나 민주화는 아직 멀었다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잉크냄새님 // 그래도 가끔 말씀 좀 남겨주시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
웬디양님 // 뜨끔...저 같은 분이 또 한분 계실 줄이야..
미즈행복님 // 한숨은 커녕 눈꼬리 치켜뜨고 서재에 테클거는 분보단 바른 모습이라고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