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즐겨보는 채널 중에 하나인 NGG(내쇼날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하필이면 일찍 들어온 날 편성된 다큐멘터리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 대한 내용이였다. 국내에서 제작된 것이 아닌 내쇼날 지오그래픽사에서 세계의 대참사 씨리즈 중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제작된 토종이 아닌 외국산 다큐였기에 비교적 더더욱 객관적이였을 것이다.
삼풍이 무너졌을 때 나는 마침 아는 형님의 차를 얻어타고 잠수교를 지나 삼각지를 막 지나치고 있었을 때였고 라디오를 통해 속보를 접하고 엄청나게 놀란 나머지 급브레이크를 밟고 서둘러 차를 돌렸던 기억이 난다. 그 부근에 사는 그 당시 그곳과 매우 가깝게 사는 지인이 오전 통화를 통해 잠시 삼풍에 들린다는 이야기를 접해 들었기 때문이였다. 다행히 어렵게 연락이 되었던 그 분은 버스가 막히는 바람에 들릴려던 삼풍에 늦게 도착한 것이 기적이 되어 그 지옥같은 아비규환에 포함되지 않았었다.
그 후로 뉴스를 통해 속속들히 밝혀진 사실을 좀더 세밀하고 기술적으로 다큐는 붕괴사고의 원인을 풀어주고 있다. 붕괴 당일 오전부터 조짐이 보였으나 백화점 경영진의 영업강행으로 인해 결국 이 엄청난 인재가 발생했다는 사실과 함께 기술적인 측면과 삼차원 영상으로 붕괴의 원인에 대해 전문적인 해설까지 첨부해주는 섬세함을 보여주었다.
붕괴원인을 정리해보면 이러했다.
설계상의 도면의 문제점은 발견하지 못했으나 구조계산서와의 비교를 통해 설계도면상의 부재 크기와 구조계산서의 부재크기의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구조계산서보다 설계상의 부재가 두껍지않았다는 것. 그러다 보니 들어가는 부재에 주철근의 양도 반으로 줄었다는 내용이 흘러나온다.
허나 허용되는 구조강도의 3배의 강도로 구조계산이 작성되었기에 부재의 사이즈가 적거나 철근량이 구조계산서와 모자르다고 한들 그것이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사항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설계상의 문제점이 아닌 시공상의 문제점을 하나 더 제시한다. 바닥판에 깔린 철근의 피복두께(철근과 콘크리트사이의 간격두께)가 기준치보다 지나칠 정도로 두껍게 공사가 이루어졌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시공미스 역시 직접적인 붕괴보단 일차적인 균열이 먼저 발생하고 붕괴까지 이르기에는 수많은 세월이 지나야 한다는 가설이 나온다
결국 직접적인 붕괴원인은 관리상의 문제점으로 결론되어진다.
건축주는 실제설계도서보다 한개층의 증축을 요구했었다는 사실과 이러한 무리한 증축을 거부한 건설사를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자신들의 계열사로 증축을 시도했다고 한다. 아울러 원래 증축분은 롤러스케이트장으로 비교적 하중이 적은 시설물로 계획되었으나 막판에 결국 음식점으로 용도변경을 함으로써 실제로 증축된 부분에 대한 허용하중이 증가되었다는 것과 증축분의 냉난방을 위해 기존보다 많은 15톤짜리 냉각탑 3개가 추가로 설치되었다고 한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소음이 심하다는 민원으로 인해 기존의 냉각탑 3개를 들어서가 아닌 질질 끌어서 이동을 시켰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행동으로 인해 가뜩이나 취약한 구조체에 집중하중이 과도하게 전달되었고 구조체에 균열을 유도하며 붕괴는 순식간에 이루어졌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가장 무서운 사실은 이러한 기술적인 해설 뒤에 나오게 된다.
이때 일어난 붕괴사고에 대한 대대적은 검찰조사로 인해 수십명이 구속이 되었다고 하는데 대부분이 해당업무관련 공무원이였다고 한다. 하긴 저러한 무리한 증축이 관에 대한 전방위적인 로비가 있지 않고서는 결코 이루어질리가 없으니 그건 예상을 했다 치더라도....(당시에도 직장생활을 했던 나는 서초구청에 사무적인 일을 보러 갔다가 좌절했었다. 연락두절인 상태로 무단결근을 한 건축과 공무원들이 1~2명만 빼고 전부였었으니까.)
충격을 받은 정부는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대한민국의 전국에 존재하는 건축물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펼쳤다고 한다. 놀랍게도 대상 건축물의 98%가 즉각적인 보수와 보강이 필요하다는 결과치에 도달했다. 단 2%만이 지정된 건축적 구조적 기준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다큐를 다 보고 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비록 설계상 구조상 시공상의 문제점보다는 건축주의 탐욕과 관의 부패와 비리로 이루어진 인재라는 결론이 나왔지만서도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보니 말이다. 내일 출근하면 진행하던 프로젝트의 도면검토부터 해야 이 화끈거림이 좀 가실 것 같다.
뱀꼬리 : 지금 그 자리에는 엄청난 고액을 자랑하며 외장까지 번쩍거리는 주상복합건물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지나다닐때마다 쳐다보고 있자면 왠지모를 이률배반적인 느낌이 종종 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