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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자살 여행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평점 :
요즘이야 목격이 잘 안된다지만 어쩌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꽤나 소란스런 버스가 옆을 지나칠 때가 있다. 뭐가 그리들 신나는지 꼭꼭 닫혀진 창임에도 불구하고 아싸아싸 띠리리리리 하는 고속도로 카셋트 도롯도 메들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지고 버스안의 승객들은 죄다 통로에서 흥겹게 춤을 춘다. 어디 그뿐인가 한때 "묻지마 관광"이라는 요상한 여행상품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대명사처럼 인식되어지기까지 했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여행을 하면서 주변 경치나 풍경 혹은 그 지방의 특징을 살펴 보는게 아닌 그냥 산좋고 물좋은 곳으로 향하는 이동식 주지육림의 세계를 선사하는데 있다고 보고 싶다.
여기까지가 우리나라 이야기이고..핀란드로 날라가보자 휘리릭~~
자기 전 그것도 양치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일리톨이라는 껌을 권장사항으로 씹게 만든다는 이 나라의 버스여행은 제법 심각하다. 놀러 가는게 아닌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충분히 예상스런 결말로 진행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책임에 분명하다. 더군다나 책 제목부터 살펴보면 눈치 빠른 사람은 대번에 결말이 예상되니 말이다. 자살 여행 앞에 "기발한"을 붙였으니 말이다. 또한 책 표지그림은 추락하는 버스 안의 인물들은 낄낄거리고 있으며 술병이 날라다니고 권총까지 날라다닌다.
하지만 지구상 대부분의 소설 혹은 영화등이 결말이 단번에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간다면 읽혀지고 관람하게 만들지 않던가. 다행스럽게도 낄낄거리게 만들어주는 책 내용의 기둥을 살펴보면 이러하다.
그들에겐 숭고할진 몰라도 일반적인 생각으론 매우 심각한 이 여행단이 집단 자살이라는 유토피아를 꿈꾸며 유럽의 이나라 저나라를 싸돌아 다니는 이야기이다. 얌전히 싸돌아다닌다면 싱거운 내용이겠다만 가는 나라마다 사건이란 사건은 죄다 일으키고 다니다 보니 책 속의 내용을 풍성하게 만든다.
수많은 농담따먹기와 돌발사태 몇차례를 거치며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던 여행단은 일부 몇명을 제외하곤 삶의 지속성에 관한 필요성을 느끼며 자살이라는 유혹을 이겨낸다. 몇몇 남녀는 눈까지 맞아버리니 금상첨화..그렇다고 우리나라 묻지마 관광마냥 하룻밤 화르륵은 아니고...
완독을 하고 나니 빈번하게 접하는 뉴스의 자살기사가 생각난다.
인간사회가 발전하는 만큼 자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성적을 비관한 어린 학생들이 그러하고 강변의 비싼 고층 아파트에서 하루죙일 한강을 바라보다
무심코 몸을 던지는 경우도 있으며, 생활고를 비관하고 또는 변심한 애인때문에.. 모 개그맨의
유행어마냥 "아무 이유없어~"인 경우까지 있다고 하니 꽤나 다양성을 띄고 있다.
오죽했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라는 동성심도 들긴 하지만, 남겨진 친구과 가족에겐 평생 멍울을 안겨주는 참으로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행위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죽을까 살까 고민하기 앞서 현실가능할지는 모르겠다지만 좌충우돌스런 이러한 버스여행을 무리하게라도 시도하여 생을 연장한다면 그것 역시 인생은 아름다워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