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 숫자의 기억력은 바닥을 치지만, 사람 얼굴과 이름..그리고 사물의 생김새 만큼은
남들보다 탁월한 기억력을 소유하고 있는 나...
어제 퇴근길 집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에 주차되어 있는 하얀차는 분명 낯이 익은 차임에
틀링없었다. H사의 구형 A뭐시기 차종이며 차안의 카 오디오는 시퍼런 발광 다이오드 4개를
달고 있는 자동차.. 더군다나 그 차의 탑승자는 더더욱 또렷이 기억할 수 있었다.
작년 가을이였나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매우 소란스런 소리를 듣게 되었다.
좁은 골목길에서 두대의 차가 대치하면서 서로 비키지 못하겠다고 아둥바둥거리는 소리 였었다.
그때 내가 목격한 차안의 두 남녀는 비교적 젊은 나이의 사람들이였고 (20대 추정)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던 또 다른 차의 탑승자들에게 흔히 젊은 것들이 열라
싸가지 없는 행동을 해대고 있었던 것이였다. 반말 찍찍하며 육두문자 적당히 섞으면서..
사건의 발단은 차 한대 겨우 빠져 나갈 길거리에 떡 차를 대놓고 차안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나
보다. 두 차량의 대치는 결국 싸가지 없어 보이는 젊은 것들이 투덜거리면서 자리를 비켜주면서
해결되었지만, 그 싸가지 젊은 남녀의 대화로 보아 남자는 여자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 이러한 일이
발생한 듯 싶었다.
그 남녀가 타고 있던 그 하얀색 차를 어제 집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에서 목격을 하게 된 것..
하지만 차안에는 그때 그 남자만이 운전석이 탑승한 상태였었고 여자는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과거 그 말다툼이 일어났던 위치와는 좀 떨어진 거리에서 목격을 한 상태...
살짝 기억해내고 그때 그 싸가지...하면서 갈길을 가고 있었다.
작년 가을에 그 말다툼이 일어난 장소를 지나가고 있을 때 그곳에 브레이크 미등을 키고
서 있는 근래에 출시된 H사의 검은색 G차량이 눈에 띄게 되었다. 슬쩍 옆을 지나가면서 살펴보니
차안에는 한쌍의 남녀가 한참 연애삼매경에 빠져 있는 듯 했다. 운전석의 남자는 벙글벙글 웃고
있었고 조수석의 여자는 운전석쪽으로 몸을 90도 꺽은 상태에서 바싹 얼굴을 붙이고 운전석의
남자에게 연신 수다를 떨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여자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헉.....그 때 그 여자...그러니까.. 작년 가을 두대의 차량이 대치한 상태에서 그 싸가지 하얀차종의
조수석에 앉아있던 여자와 동일인물...!! 불과 몇분 전에 목격한 하얀색 차종의 운전석의 남자와는
연인관계로 추정되는 그 여자가 앉아 있는 것이다. .
시나리오 2~3개 정도가 순식간에 떠오른다.
1) 작년 가을 그 싸가지 커플은 이미 깨졌고 여자는 다른 남자를 만들었으나 과거의
그 하얀색 차량의 남자는 집착스럽게 여자를 스토킹하기 시작한 것
2) 여자가 남자 몰래 바람 피는 현장을 남자가 꼬리를 잡기 위해 잠복하고 있는 상태..
3) 원래 여자가 양다리...
어쩐지...그 하얀색 차량의 남자의 초초하면서 뭔지 모를 불안한 표정이 내심 걸렸는데........
뱀꼬리 : 어쩜 여자가 쌍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