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身邊雜記 170421

 

- 악어와 북한

 

지인과 짧게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지인은 문재인대통령 후보에 대해 부정적 감정이 있었다. 그 이유를 물으니, 대북 문제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대화는 그 이상을 지속하지 않았다. 지인과 같은 반응을 처음 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악어 프로젝트의 감상평 ‘(일부인 성폭력범과 그렇지 않은 남성과의 구분이 안 되기 때문에) 모든 남성을 두려워하는 여성을 이해하자고 한다.’ 또는 의심해서 미안한 것보다 의심해서 안전한 것이 낫습니다.’ 등과 같은 심리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북한은 주로 이리에 비유되곤 했다.

 

궁금증] 확률이 낮지만 그 결과가 중대하기 때문에, 성폭력범을 두려워하는 여성은 이해하지만, 확률이 낮지만 그 결과가 중대하기 때문에 북한을 두려워하는 보수층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공감능력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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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4-21 0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는 그런 일이 벌어져왔고 또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는, 결과를 통해 확증된 것에 대한 두려움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벌어지지 않았지만 벌어질 수도 있다는 추론에 기한 두려움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오히려 확증된 것은, 그 두려움을 이용해 권력을 취득한 놈들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니까요. 공감의 심도에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보는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실제로 북한을 두려워하는 보수층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기보다, 그 두려워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 보수가 제시하는 방법에 공감하지 못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syo 2017-04-21 0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달아놓고 보니, 제 스스로가 전쟁을 겪은 적이 없어서 전쟁이 없었던 것처럼 생각하고 살고 있었군요. 전쟁을 직접 겪으신 분들의 불안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 전제를 무시했네요..... 이건 결국 내가 직접 겪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의 성폭력 피해가 없었거나 미미하다고 여겨버리는 관점과 크게 다를바가 없군요. 헐.

전 아직 멀었네요......

마립간 2017-04-21 09:53   좋아요 2 | URL
첫 번째, 댓글에 대한 제 의견을 syo님 스스로 제시하셨네요.

과거에 사회에 성폭행이 있었고, 지금도 주위에서 일어나며 미래에 자신에 닥칠 일을 두려워하는 것은
과거에 한국전쟁(6 25 남침)이 있었고, 지금도 휴전 중이며, 미래에 닥칠 일을 두려워한다 ; 는 점에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수가 제시한 방법을 반대하는 점에 비유하자면 남성을 일반화하여 비난하는 것에 외에 다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 이해는 하나 동의 못하는 점에서 제 입장은 동일합니다.

syo 2017-04-21 10:40   좋아요 1 | URL
논의의 바깥에 있는 이야기지만, 남성을 일반화하여 비난하는 것은 방법을 제시하는 측면보다는 방법 이전의 문제를 말하려 하는 쪽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거의 모든 남자들은 스스로 남녀가 평등해야 한다는 대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저희의 논의에서 많은 이들이 서로 겪지 않은 것들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것과 유사한 이유로, 남성이 말하는 성평등과 여성이 말하는 성평등은 정의 자체가 다릅니다. 그것은 그 성평등이라는 가치 자체에 대한 천착의 차이에서부터 시작되어, 남성이 평등을 계량하는 방식 자체가 남성의 기준에서만 이루어지는, 평등을 논하는 준거가 불평등한데서 벌어지기도 합니다. 당신이 말하는 평등이 당신의 평등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제대로 평등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고 나서야 거기로 가는 방법을 서로 논의할 수 있는 문제인데요. 그 방법 이전의 논의를 위해서, 혹은 그 논의가 되지 않는다는데 분노해서 마립간님이 말씀하신 ˝비난˝이 이뤄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뭉텅이로 싸잡아 비난듣는 것은 남자인 제 입장에서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고, 모든 형태의 비난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지만, 대체로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렇게 나올까 하는 생각이 더 큰것 같아요.

마립간 2017-04-21 10:57   좋아요 1 | URL
(여성과 보수세력을) 이해는 하지만 동의는 못하겠다는 동어반복을 하고 말씀드리면,

방법 이전의 문제 제기 ; 문제 제기 방법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논의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 이후의 비난 ; LPG 할아버지들의 행동도 자신들에 무관심에 대한 감정의 표출입니다.

syo 2017-04-21 11:16   좋아요 2 | URL
결국은 방법에 대한 허용치 문젤까요?? 이것 참, 제가 공부가 부족해 논점을 잘 짚어내지를 못하는 것 같아요.

기반이 같은 문제라고 해도 그 기반이 같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오늘 또한번 느꼈구요. 마립간님은 자기 입장에만 너무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싶어하신다고 이해했습니다.....

말씀하신 공감능력은 정말 생각해봐야겠어요. 여성을 이해하면서 보수를 이해하지 못하는 쪽, 보수를 이해하면서 여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쪽, 여성과 보수를 모두 이해하지 못하는 쪽도 있을거고..... 어휴, 갈 길이 머네요.

마립간 2017-04-21 11:32   좋아요 1 | URL
(제 판단에 의하면) 대부분의 결론은 ‘방법의 허용치‘에서 이뤄집니다. 그리고 기준은 인간적이고, 임의적이죠.

제가 알라딘 대화에서 책 잡히는 경우가 적은 것은 (기반과 같은) 본질을 언급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알라딘을 유지하는 이유는 제 자신이 검증받기 위함이며, 페미니즘은 딸아이 육아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 글을 통해 syo 님처럼 무엇을 얻어가신 분이 계신다는 것 (그래서 공부가 부족하다고 보기 어렵죠.)은 제게 복이구요.

syo 2017-04-21 12:19   좋아요 1 | URL
제가 밥 먹으면서 죽 생각해봤습니다만, 마립간님 이런 건 어떨까요.

어제 저희 어머니가 큰 이모를 만나고 왔는데, 큰이모가 홍준표를 찍어야 된다고 말씀했다고 하셨어요. 안보 이야기를 하셨다고 했는데, 큰 이모가 평소에 그런 데에 관심이 많으신 분은 아니에요. 그리고 가족사 관련해서 여성으로서, 아내로서 옳지 않은 대우를 받은 일도 있었구요. 그런데, 설거지는 여성의 일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한 후보를 지지하는 걸 보고 저와 제 동생은 꽤 충격을 받았습니다. 물론 홍준표 후보의 말 한마디로 그 후보의 여성정책을 모두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안보에 관한 것도 아직은 홍준표의 말을 통해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일 뿐인데, 큰이모는 여성 문제 같은 것은 고려하시지도 않으시더라구요.

지금 우리의 논의가 꼭 여성과 보수를 대립각에 세운 것처럼 보이는 면도 있지만, 그게 본질이 아니라는 것은 마립간남과 저 둘다 아니까 그냥 논의된 내에서만 이야기해보면, 보수이면서 여성인 분들의 공감지점은 왜 안보쪽에 있는 걸까요? 큰 이모는 실제로 전쟁을 겪으신 것도 아닌데요. 평소 마립간님이 쓰신 글을 보면, 직접 경험하신 바에 따라 일부 페미니스트들을 비판하시듯이, 저도 제 경험에 따르면 여성의 문제를 제대로 공감하는 제 어머니 세대, 할머니 세대의 어르신을 만나본 적이 없어요. 당신들의 문제이기도 하고, 살아오신 시대의 환경을 생각해보면, 피해자의 입장이었던 적이 꼭 있을것도 같은데도 말이지요. 그분들께 여성 성폭력은 ‘성‘범죄보다는 성‘범죄‘에 한없이 가까운 것 같았습니다.

당사자가 양 방향 모두의 피해자인데도 한 쪽만 공감하거나, 오히려 겪지 않은 일들에 공감하는 경우를 보면, 사실 개인이 어떤 일에 공감하는 것은 관심사는 물론, 경험, 교육, 집단 압력이나 사회적 분위기 등에 따라 편향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마립간님이 제기하신 ˝여성의 두려움에는 공감하지만 보수의 두려움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마립간님이 상정한 가상의 캐릭터였다면, 저는 또 여느 때처럼 마립간님의 검증도발의 그물에 성마르게 걸려 파닥거리다 두 시간 넘게 하던 공부를 접고 딴 생각을(그러나 할만한 가치가 있는 생각을) 해 버린 것이고, 실제 겪으신 거라면, 그것은 그 사람의 개인의 생각일 뿐이고 마립간님 또한 비판을 원하실 뿐 일반화를 하실 생각이 없었던 문제에, 저 혼자 또 섣부르게 일반화하고 이야기하다 보니 논의가 사방팔방으로 튀었던 것은 아닐지요.

결국, 조금만 생각해보면 개인의 관점이나 경험에 근거하는 문제에 가깝고, 크게 논의할 부분이 없었던 것을 이렇게 끌고 온 것은, 주제넘게 여기저기서 말 섞고 싶어하는 제 성마른 성격 때문에......ㅠ

마립간 2017-04-21 13:18   좋아요 1 | URL
저도 식사하고 와서 답변을 드립니다.^^

저에 대한 판단 맞는 것 같습니다. (그물에 악의가 없고,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이 내 글에 공감(예를 들면 역지사지)해 주길 기대한다는 것이 전혀 없지 않다는 수식어를 붙이면.)

보수이면서 여성인 분들의 공감지점은 왜 안보쪽에 있는 걸까요? ;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도덕의 정치≫나 몇 진화심리학 도서들이 답( 또는 가설)을 제시했다고 봅니다.

하시는 공부에 성과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조선인 2017-04-21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쟁이 날까 두려워요. 그래서 대북강경책을 쓰려고 하는 보수세력이 역으로 이해가 안 가요.

마립간 2017-04-21 09:56   좋아요 1 | URL
보수세력을 이런 식으로 유추-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왜 (자칭 페미니스트인) 여성들이 ≪악어 프로젝트≫에 환호 - 열광하고 지지했을까요?

남성들을 일반화하고 남녀 이분법을 사용한 (오히려 유해 도서일 수 있는) 이 책에 대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