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함께 161105

- 아이 독후감 ≪왕자와 거지≫, ≪나이팅게일≫

 

아이와 함께 두 권의 책을 읽었다. ‘교원 월드에버명작동화 30권’ 중에 있는 ≪왕자와 거지≫와 안데르센의 ≪나이팅게일≫이다. 아이는 책을 읽고 뭐라고 느낌을 적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이에게 간단하게 줄거리를 정리하고 느낀 점이 없다는 것이 느낀 점이니 그대로 쓰라고 했다. 아이는 그렇게 독후감을 써도 되냐고 물었다. 나는 네 나이에서 ‘솔직하게 글을 쓰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독후감을 다 쓴 후에 ‘아빠의 도움말’을 말미에 붙였다.

 

아이가 ≪왕자와 거지≫의 줄거리를 정리하면서 줄거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왕자가 거지의 신분으로 고생하는 이야기는 생략했다. 그런데 내가 느낀 점은 왕자가 거지 신분으로 있을 때 겪은 경험이 왕이 되어 나라를 (바르게?) 통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말이 있다. 부자 1대는 밑바닥 생활을 겪으면서 부를 이룩한다. 그리고 부자 2대는 아버지가 어떻게 부를 이록한지를 어깨 너머로 보고 자란다. 그런데 부자 3대가 되면 밑바닥 생활을 경험할 수가 없다. 이미 다 이뤄 놓은 상황에서 아첨꾼에 둘러 싸여 생활을 한다. 월세나 전세와 같은 주거비, 아이들의 학원비, 비정규직의 차별 .. 이런 것들을 글자로만 접하게 된다. 부자 1대 창업자는 공장에 들어서 냄새만 맡아도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아챈다고 하는데 ...

 

≪나이팅게일≫ 역시 동화가 의미하는 바를 아이가 깨닫지 못했는데, 나는 짧게 이야기해서 원본 또는 생명의 아우라 aura라고 이야기를 주었다. 현대에 와서 영화나 핸드폰 사진 인화와 같이 원본이 불분명한 경우가 있는데, 이 동화가 써질 당시만 해도 원본과 복사본은 명확히 구분되었다.

 

당연히 아이의 표정은 .. ‘뭐라는 거야’다.

 

아이와 함께 독서를 하면서 자주 느끼는 것인데, 통상적으로 ‘동화’라고 부르는 이야기들이 과연 어린이에게 들려줄,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궁금증] 이 두 동화에서 (내가 놓친, 그러면서) 아이가 이해할 만한 다른 교훈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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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11-05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사건은 2대에서 말아먹은 것인데, 어깨 너머로 나쁜 것만 배웠나. ...

페크pek0501 2016-11-05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등학생 고학년의 학생들도 느낀 점을 못 써요. 느낀 게 없다고 말하는데 사실은 있는 건데 자기가 머릿속에서 못 끄집어 내는 경우가 많아요.(느낌이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거죠.)
다른 학생이 느낀 점을 발표하면 그제서야, 저도 그걸 느꼈어요, 라고 말하기도 하죠.
무엇을 느꼈느냐 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봐요. 문장의 구성, 이야기의 전개 방식, 각 인물들의 특성 등
알게 모르게 습득하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인상적인 문장 하나만 머릿속에 남아도 좋은 독서라고 봅니다.(저 개인적인 생각임.)

이것 저젓 읽다 보면 책에 대한 안목이 생기게 되니까 그때까지 기다리며 그냥 흥미롭게 읽을 책만 찾아 주는 게
부모의 (가장 중요한) 할 일이 아닌가 생각되어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1) 독서할 만한 집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
2) 지루한 책 말고 재밌는 책을 선정해서 책이 얼마나 재밌는 건지 알게 해 주는 것.(물론 유익한 책이어야 하겠죠.)
- 이것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생각되어요.
읽은 것에 대해 함께 얘기한다면 그건 더 좋겠지만요. - 이건 모든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듯.

저의 경우, 큰애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인 것 같은데, 해리포터 시리즈에 빠져 10권이 넘는 그걸 반복해서 읽더라고요.
저는 그걸로 됐다고 느꼈죠. 독서의 즐거움을 안 것이니까요. 그럼 다른 책도 저절로 읽게 될 터이니.
지금도 20권쯤 되는 그 시리즈를 버리지 않아요.(직장인이 되었는데도 말이죠.) 자기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책이라는 거죠. 해리포터 세대라고 하면서요.

만약 제가 그 책을 사 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죠. 그 책 덕분인지 큰애는 독서광으로 자랐어요.

마립간 2016-11-05 19:44   좋아요 0 | URL
저 자신을 돌아봐도 독후감 때문에 독서가 늦어졌습니다. 저는 대학 입학 후 독서를 시작했고, 독후감은 알라딘이 시작 후 쓰기 시작했습니다. (유일한 온라인 활동인 알라딘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이 독후감은 학교 활동인데 ; 세상 일을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없으니, 하기 싫은 것에 대해 얼마나 자기 감정을 조절하고 노력할 수 있느냐도 초등학교 때 익혀야할 덕목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딧불,, 2016-11-09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책도 시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하게 읽는 것도 중요한 것이라구요. 위인전이나 우리가 명작이라고 했던 책들을 읽히는 것이 옳은지 고민하던 시기가 불과 몇 년 전이라는 것이 까마득합니다. 한번도 강요에 의한 독서를 해본 적이 없는 저란 사람의 관점에서 책을 다 읽었다는 것만도 대단히 칭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용도 분량도 적지 않으니까요.
독후감은 강요하지 않고 그냥 두시면 됩니다. 다만, 한 달에 한 번이나 분기에 한 번, 반 년에 한 번이라도 자신이 읽은 책들에 대해서 적어놓은 것을 가지고 생각해보는 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냥 읽었을 경우에는 분명 타인의 생각이 강요된 부분이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아이가 독후감을 다 쓴 후에 ‘아빠의 도움말’을 말미에 붙였다.> 이 문장의 의의는 매우 크다고 봅니다. 지금은 읽히는 것만도 충분한 것이라고 보구요.
조금 더 자라서 조금 더 넓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면 독서토론 등을 시켜주세요. 이건 멤버에 따라서 상당히 많이 달라지는데 학교도 좋고, 도서관이나 청소년클럽, 혹은 몇몇 출판사의 독서토론수업도 상당히 좋습니다.

덧. 두 권의 책에서 말하는 교훈은 나이가 들어서 읽었더니 나이팅게일이 최초의(??) 여성의료인 ˝위인˝ 이었다는 것이 기억에 많이 남았고요. 전쟁의 참상, 생명의 존엄성, 위인전의 전형성이 기억에 남습니다.(전혀 도움이 안되시죠? 이전의 기억은 안납니다. 다만, 제가 어릴적에는 간호사와 선생님이 거의 모든 여자아이들의 꿈이었습니다.)
왕자와 거지는 통치라는가 내용이 어릴적에는 기억에 남지 않았습니다. 왕자의 자유로운 여행과 그를 도와줬었던 기사가 마지막 장면에 의자에 앉는 장면만이 아주아주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게 제가 어른이 되어서 왕자와거지를 읽었을 때 생각나던 것이었는데 어른이 되어서 아이들과 같이 읽으니까 그때 놓쳤던 것들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참, 어릴적에 읽었을 때는 거지가 무척이나 부러웠습니다. 지금 보면 ˝권력의 무게˝에 대한 통찰이 더 눈에 들어오지만요.
주저리주저리 참 그렇네요.

결론은 그냥 읽힌다입니다. pek0501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마립간 2016-11-10 08:0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반딧불 님. 오래만에 댓글을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반딧불 님의 조언은 아이의 독서에 적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덧 ; ≪나이팅게일≫은 위인전이 아니고 안데르센 동화로 생명이 있는 나이팅게일 새와 장남감 나이팅게일 (지금의 의미로 로봇)을 비교한 것입니다.

반딧불,, 2016-11-26 16:39   좋아요 0 | URL
제가 로그인을 잘 안해서 댓글을 늦게 답니다. 책을 오해한 것은 죄송하구요.
음..한때 책을 무척 좋아했던 노랑양이 중학생이 되고 나니 책을 멀리하게 되어 많이 아쉽다고 하네요.
꾸준한 독서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같은 책을 읽는다는 것이 참 좋은 일이더라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버지와 언니들의 영향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지금은 아주 많이 감사하거든요.

마립간 2016-11-28 12:13   좋아요 0 | URL
오해하신 것 죄송할 것은 없구요.^^

저는 독서를 진학의 부담이 없어진, 대학 입학후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여행이나 사람과의 대화가 적절한 조건만 주어진다면 독서보다 더 깊은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자녀에게 독서를 권장하는 수순을 넘지 않습니다.

다만 저의 경우 주어진 조건이 ‘독서‘를 할 수 밖에 없었지요. ‘노랑‘양의 경우 제 예상은 적절한 시기에 다시 독서로 돌아올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