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함께 160824
≪플란다스의 개≫
아이의 독후감을 봐 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 책을 읽게 된다. 이번에 고른 책은 ≪플란다스의 개≫이다. 아이의 독서 편식이 꽤 있어, 문학 계열의 책을 잘 안 읽는다. 당연히 독후감도 어렵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에게 <플란다스의 개>는 책이 아니라 TV 만화 영화 (후지TV 애니메이션)로 각인되어 있다. 첫 번째 시청은 TBC 방송으로 아마 전회를 봤을 것이다. 두 번째 시청은 1980년 초반이었데, 볼 수 있으면 봤고, 못 본 회도 꽤 되었다. 마지막은 1990년대 초반이었는데, 대학생 때이었다. 이 세 번째 시청은 마지막 회만 봤다.
대학생 시절 친구가 자신의 집에서 밥을 먹자고 했고 다른 친구와 함께 초대한 친구 집에서 맛있는 것을 실컷 먹었다. 배부르게 먹고 나니,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베개를 베고 누었고 TV를 틀었다. TV의 소리는 자장가 같았고, 두 친구는 잠이 들었다. 나도 잠에 들려할 때, <플란다스의 개> 마지막 회가 방영되었다. 비몽사몽간 만화 영화 시작을 들었는데, 점차 잠에서 깨면서 정신이 들었고 만화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
2~3주 지나서 몇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얼마 전 집으로 식사를 초대한 것이 화제에 올랐다. 나는 이야기 말미에 두 친구들이 자고 있을 때, 만화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친구들이 ‘무슨 대학생이 만화를 보면서 우냐, 무슨 남자가 만화를 보면서 우냐’라는 빈정거림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외로 그 자리에 있던 친구들 모두 진지하게 어쩌면 숙연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대학생 시절 그 마지막 회를 보지 못했다면 (울지 않았을 테고), 아마 어른 되어 <플란다스 개>를 보면서 울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나는 대학생 시절에 그 마지막 회를 보고 울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 다시 그 만화 영화 <플란다스의 개> 마지막 회를 보면서 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그 이후로 다시 보지 못했지만.
(링크된 책은 아이와 함께 읽은 책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