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讀書記錄 160809
≪누운 배≫
1980년 초반으로 기억하는데, TV 방송(어쩌면 뉴스 특집 시리즈)에서 독특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소개되었다. 다른 직업은 모두 잊어버렸는데, 조선소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던 중년의 여성만 기억에 남아있다. 그 당시는 나는 조선소 용접공이 육체적으로 힘이 드니 여성이 잘 하려 하는 직업은 아니나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1987년 6월 시민 항쟁이 있은 후, 노동계에서는 임금 인상 협상을 포함한 노동쟁의가 빈번하게 있었다. 대개 대기업 임금 협상이 봄에 있었고, 이를 계기로 노동쟁의가 발생하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춘투 春鬪’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그런데 업종마다 노동쟁의의 느낌이 달랐다. 예를 들어 기업 A는 치약과 비누를 만드는 회사, 기업 B는 TV, 세탁기를 만드는 회사, 기업 C는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 기업 D는 큰 배를 만든 회사라고 했을 때. 노동쟁의의 극열함은 기업 A에서 기업 D로 가면서 더 심해졌다.
대학생이었던 나와 내 친구, 그리고 교수님까지 그 이유를 자연스럽게 직관에 의해 이해했는데, 기업 A에서 기업 D로 가면서 노동환경이 비인간적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조선소에서는 ‘밀어 붙여’라는 구호와 노동자를 기계 부품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판단했다.
‘우리 모두는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페미니스트를 선언한 여성이 조선 造船 회사의 회장이며, 페미니스트를 선언한 여성이 이 회사 사장이며, 페미니스트를 선언한 여성이 상무이자 팀장이고 페미니스트를 선언한 여성이 용접공이다. 이런 회사를 상상할 수 있는가. (당연히 상상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므로.) 그런데 이런 회사가 지금의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하고 현존하는 조선 회사와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시점에서 나의 상상력의 한계를 느낀다. 나는 상상이 안 된다.
1980년 초반에 TV에서 봤던 조선소의 여성 용접공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나는 대학 입학 후에 알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 기억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