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讀書記錄 160808
≪누운 배≫
초등학교 방학 때, 학교에서 나눠주던 학습 도움 도서가 있었다. (≪여름 방학≫인지 ≪겨울 방학≫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 읽을 거리에 우리 민족 역사에서 건국자로 가장 긍정적인 사람이 ‘왕건’이라는 것이다. 꽤 오랫동안 이 글로 말미암아 왕건을 다른 건국자 예를 들면 고주몽이나 이성계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사람 상당수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란다. 아마 KBS 드라마 ‘태조 왕건’ (1999)의 영향도 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역사를 접하면서 왕건에게서 여성 편력을 포함한 탐탁지 않은 점이 눈에 띠었다. 인터넷 강의를 보면 (강사의 개인적 의견이겠지만,) 건국자로 과대평가된 자가 ‘왕건’이고 과소평가된 자가 ‘이성계’라고 한다. 나는 이분의 의견에 동감한다.
영화 <베테랑>의 명대사 다음과 같은 대사가 있다. “이 사람아 장사꾼이 보이는 것을 팔고 사업가는 보이지 않는 것에 투자를 해 . 난 지금 금쪽같은 내 시간을 여기에 투자하고 있는 거야.”
나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불변이나 또는 장기적 안목의 가치관을 선호한다. 그런데 이런 가치관이 단기적 안목의 가치관보다 항상 우월한 결과를 낳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평소에 예습 복습을 잘한 학생이 시험 성적이 좋아야 하지만, 평소에 전혀 공부를 하지 않다가 벼락치기 공부, 초치기 공부를 해서 성적만 좋은 학생도 있다. 왕건이 궁예나 견훤과의 권력 투쟁에서 이기고 고려를 세웠다는 것 자체가 사업가와 같은 장기적 안목이 아닌 장사꾼과 같은 임기응변이 현실적으로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는 보통의 많은 사람이, 특히 우리나라 대개 사람이 단기적 안목, 임기응변의 가치관(, 즉 아리스토텔레스-장자주의 가치관)을 가지고 산다고 말했다. 구한말에는 친親-세도정치로, 일제 식민지 시대에는 친일로, 군부독재 시대에는 친-독재정권으로, 민주화 시대에는 친-민주세력으로, 재벌공화국 시대에는 친-재벌세력으로. 아마 단기적 안목이 (적자)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알라디너가 내 글에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기셨다.
지난 페이퍼에 문화는 남성이 만들었다고 한 페미니스트 글 올리셨던데.. 부분적으로 맞아요. 협업의 성공이죠. 카밀 파글리아의 말도 어느 정도는 수긍해요. 남자들이 이룬 게 맞긴 하죠. 대신 본인들이 여성을 제외하고 그 가진 권력으로 만든 문명이라... 엄청 늦게 문명이 발전된 거잖아요. 만약 남녀 차별이, ㅣ신분차별이, 인종 차별이, 학벌 차별같은 모든 차별이 없었더라면 아마 우리 인간의 문명은 더 빨리 진행되지 않았을까요? 남자들 때문에 문명이 만들어졌을 지 몰라도 지금과 같은 문명이 만들어지는데 기득권 권력을 가진 남성 권력때문에 늦어진 거죠. 저는 얼마나 많은 재능있는 사람들이 차별속에서 수 천년동안 사라졌을까하고 생각하곤 해요. 그게 신분 낮은 남자든 여자든 간에 말이에요.
나는 위 댓글에 동의할 수 없었다. 남녀 차별이, 신분 차별이, 인종 차별이, 학벌 차별과 같은 차별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인간의 문명은 더 빨리 진행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것, 전칭을 의미하지 않는다.) 차별이라고 할 수 없지만 비행기 항공 산업이 발전된 결정적인 계기는 제2차 세계 대전이라는 전쟁 때문이다. (전쟁이 없었다면 5배 정도 더딘 100년이 이상이 걸렸을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우리 인간의 문명이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모든 차별을 철폐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