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함께 160223
- 태권도
내가 어렸을 때는 유치원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내 친구들 중에 유치원을 다닌 사람은 없다. 그 대신 좀 잘 산다는 집에서는 남자는 태권도, 여자는 피아노를 배우는 것이 관례였다.
작년 이 때쯤, 아이는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고 했고, 한두 달 다니다 말 것 같으면 아예 다니지 말라고 했다. 최소한 1년은 다닐 것을 다짐 받고 태권도를 시작했다.
첫 번째 고비는 태권도장에 등록하자마자 왔다. 아이가 생각한 태권도 도장은 줄넘기나 음악에 맞춘 체조, 왕복 달리기와 같은 태권도보다는 생활 체육에 가까운 태권도장을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이 기대와 달리 나는 진짜로? 태권도를 가르치는 도장을 선택했다.
사부님의 큰 목소리만으로도 기가 죽었다. 게다가 집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위계질서가 위압감을 주었다. 아이가 타협을 해왔는데, ‘어떻게 3개월만 안 될까?’ ‘당연히 안 되지, 몇 번이나 다짐받은 것인데!’
두 번째 고비는 매월 말에 있는 승급시험이다. 승급시험에 탈락하기 싫고, 잘 하고 싶은데 자신감이 없다. 아이는 매달 있는 승급시험을 매번 통과하지만 응시할 때 마다 탈락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론적으로는) 연습만이 불안감을 극복하는 방법이지만, 이론은 실제와 격차가 있게 마련이다.
세 번째 고비는 ‘겨루기’다. 처음 배우는 누구나에게 해당되겠지만, 남자 아이, 높은 띠, 아니면 체격이 좋은 언니들과 겨루기를 하면서 내내 부담감을 가졌었다.
지난 1월에 1품(단) 승단 시험을 봤고, ‘품띠’를 얻었다.
‘노력하는 만큼 이룰 수 있다’, ‘노력으로 두려움을 극복한다’(는 보수주의적) 가치관은 딸의 삶에 좋은 자양분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분히 ‘태권도’는 나의 투사가 반영되었을 것이다.
뱀발 ; 나는 성취를 이루기 위해 대개 세 번의 고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위에서 언급한 아이의 작은 세 고비는 묶어서 한 고비로 생각할 수 있다. 두 번째 고비는 2~3년 뒤에 ‘지루함’으로 다가올 것을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