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퍼 ‘무인도’에 관하여


* 친구 청우제 서재 주인장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의견이 들어왔습니다.


  우선 논제 7)에서 네가 논하는 것은 문제를 너무 단순화 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구나. 난 네가 샘물을 마실 것인가 마시지 않을 것인가를 논하기에 앞서 언제 샘물을 마시게 될 것인가를 논해야 된다고 본다.


 조선인님은 “왜 꼭 샘물을 마셔야 하죠? 다른 방법으로 물을 만들면 되지.”라고 하였습니다.


* 대학 시절 친구와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친구가 저한테 “너는 왜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하여 이야기를 하냐?”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근본적인 가치관 또는 철학적인 판단을 위해 극단적인 경우 가치판단이 좌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교육제도에 관한 투표도 극단적인 답가지만 있었습니다.) 성장과 분배 중 어느 것이 중요하느냐의 질문에 모든 정치인이 모두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 어느 한 가지만 중요하다고 하는 이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적용에 있어서는 선택을 합니다. 자유와 평등, 두 가치 중 어느 하나를 다른 것 우위에 둘 수 없으나 실제적으로 한 가지를 택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 혹시 영화 크루서블 The Crucible을 보신 분은 이 이야기의 논제가 무엇인지 눈치 챘을 것을 생각됩니다. 영화 크루서블의 줄거리를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한 똑똑한 여자아이가 있는데, 카리스마가 뛰어나 동네 여자 아이들을 휘어잡습니다. 유부남을 좋아합니다. 성관계까지 요구하였지만 어느 정도의 선을 넘지 않습니다. 이 아이는 동네에서 마녀 소동을 일으키고 진실을 이야기하려던 친구 아이조차 마녀로 몰아 부칩니다. 마녀 사건이 일어나자 교회에서는 조사를 하게 되고 더불어 자신의 욕구대로 움직이지 않는 유부남을 비롯한 부부를 마녀 사건과 얽히게 만듭니다. 교회에서는 마녀에 관한 사실을 인정하면 목숨을 살려 주겠다고 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형입니다. 사실관계를 알고 있는 부부를 비롯한 연류가 된 사람은 진리를 지키고 목숨을 구할 것이냐 아니면 진리에 대한 위증을 하고 목숨을 구할 것이냐? 제가 알고 있기로는 (오래 전에 보아 줄거리도 헷갈리고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요. 모두 죽었습니다.


* 그러나 저의 고민은 위증을 하였더라고 하여도 다른 사람이 처벌받거나 위해를 가해지는 상황이 아니고 단지 자신의 양심에만 위반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융통성이 없는 것이죠. 오히려 갈릴레오 갈릴레이야 말로 재판에서 위증을 하고 나와서 한다는 말이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하는 어의가 없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 일화도 과학사에서는 사실이 아닐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 가족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증명할 수 있으면 양심도 보존하고 목숨도 보전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마녀라는 자체가 말도 안 되지만 그 당시에는 절박했습니다. 크루서블의 인물들이 2-3백년을 살 수 있었더라면 누명을 벗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친구는 샘물을 마시는 시점을 문제 삼았는데, 무인도 이야기에서 이미 탈진된 상태를 상정하였고, 이미 도착한 사람도 탈진해서 사망하는 여유가 없는 상황입니다. 막다른 사황입니다.


* 이야기의 주제는 사소한 일에 관해 양심을 지킬 것이냐 문제부터 목숨을 걸만한 중대한 문제에 양심을 지킬 것이냐(샘물을 마시지 않는다.) 말 것이냐(목이 말라 탈진해서 죽는다.)를 묻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야기는 제가 만들어 낸 것이고 주제를 제대로 표현한 이야기인가 관해서는 이의가 있겠지만.) 어느 것이 좋은 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이벤트의 논제로 낸 것 이구요. 언뜻 생각하면 무조건 양심을 지키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한나라 고조 유방을 도와 나라를 일으켰던 한신의 경우에는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않았지요.


* 조선인님은 (이전에는 잘 몰랐는데,) 꽤 낙천적인 가치관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무인도 이야기와 같은 사정에서도 새로운 물을 찾는다는 발상을 하시다니요.^^ 참고로 제가 읽은 책<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는 만화로 되어 있어 점심시간에 심심풀이로 읽을 수 있습니다. 구해서 읽어 보세요. 무인도에서 물을 구하는 법, 불 피우는 법등이 나와 있습니다.


 조선인님의 글 ‘생명의 문제일까’는 사실 주제에서 벗어나는 글이었습니다. 낙태, 사형의 찬반에 관한 글이 아니라 “왜 보수는 사형제도 찬성에 낙태 반대의 성향을 갖고 왜 진보는 사형제도 반대에 낙태에 찬성의 경향을 갖느냐?”입니다. (실제로 잘 몰라서 논제로 낸 것입니다.) 사형제도에 관한 저의 기본 과학 지식은 ‘고상한 야만인은 없다.’입니다. 낙태에 관해서는 사형에 비해 관련된 것이 너무 많아, 한 가지 과학 지식으로 설명이 곤란한데, 기본적으로 개별화된 여성의 입장을 존중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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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5-12-21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말씀드리지만 책의 추천과 더불어 페이퍼는 해설이 있은 후에 올려 주셔도 됩니다. 잘~ 써주세요.

2005-12-21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05-12-2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13:35/그 책 읽었습니다. 님의 댓글을 보고 나니 그에 대한 글이 있었군요.^^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 논제를 낼 때 무엇인가 설명이 곤란한 보수,진보의 성향을 상정하고 낸 것인데, ...... 이제는 치매가 오려나 봐요.^^)

코마개 2005-12-2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형제에 대해서 추천한 글은, 대표적 보수인 조갑제씨의 사형제에 관한 르포인데, 그 글을 읽으면 다들 사형반대론자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말씀하신대로 생명의 문제인가에 관한 기사는 아니지만 대표적 우익의 사형에 대한 시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 자본주의와 헌법을 읽어보실 의향이 있으시면 제가 복사본으로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헌책방에서도 구하기 쉽지 않은 책이고, 복사본이 저작권 침해아닌가 걱정 안하셔도 되는 책이라서....

조선인 2005-12-21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낙천적인 사람이라는 건 맞습니다. *^^*
그리고 페이퍼의 경우 찬반론으로 쓰려고 했다기 보다는 궁극적으로 2문제가 궁극적으로 생명의 문제와 닿아있다고 할 경우 그 입장은 유사할 수 있으나, 낙태는 여성의 몸 결정권에 대한 문제로, 사형은 형벌주의에 대한 문제로 이원화되기 때문에 상반된 성향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던 거에요. 다만... 점심시간에 급히 써놓고 옮겨 붙인 글이다 보니 충분한 기승전결이 이루어지지 못했어요. 다시 손본다고 하고선 방치해놔서 미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