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몰 월드


* 책을 읽고 감상문(리뷰)을 써야겠는데, 추리 소설의 형태를 갖은 책은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잘 모르겠습니다. 일반 소설책은 간단하게 줄거리를 소개하는 것이 보통인데, 추리 소설에서 줄거리를 언급한다면 가장 중요한 재미를 빼앗아 버리게 되니까요. (- 그래서 페이퍼입니다.)


 줄거리는 한 노인이 방화를 일으키면서 시작하는 정도만 이야기하면 될까.^^ - 스포일러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책을 읽고 나서 떠오르는 단상들


*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가장 싫은 질병을 고르라면 그 당사자가 앓고 있는 병이겠지만 저는 두 가지 질병이 가장 두렵습니다. (각종 암?, 교통사고를 포함한 사고사?)

 그것은 중풍과 치매입니다. 두 가지 모두 나이가 들어서 발생하며 자식들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남에게 (자식이 남이지는 모르겠지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현대인의 정서에서 무엇보다도 불편함을 줍니다. 중풍의 경우는 정신은 멀쩡한데, 팔 다리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치매의 경우는 신체의 부자유가 없는 대신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는 것에서... 아마 정신과 신체의 부조화가 가장 불편한 감정을 유발하는 것 같습니다.


* 1984년 MBC에서 방송되었던 김수현작 <사랑과 진실>에서 동생 원미경이 언니 정애리의 신분을 훔쳐 부잣집의 딸(김윤경의 딸)인 양 행세를 하는데... 얼마 지나서 두 자매의 아버지(원미경의 친아버지, 정애리의 양아버지)가 갑자기 나타나 임예진에게 자신의 친딸은 둘째고 첫째가 양녀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런데, 자매의 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어 이 사람의 말이 진실인지, 지어낸 이야기인지 아리송하게 만들면서... 진실을 밝힐 실마리만 던져 놓지요. (당시에는 엄청 유행했던 드라마이자, 제가 탐닉했던 마지막 드라마...)


* <공각기동대>에서도 세뇌에 관한 에피소드가 나오지만, 제가 인상 깊었던 것은 어떤 외화 (‘스타스키와 허치’로 추정되는데 확실치가 않습니다.)입니다. 어떤 유명인사가 sniper에게 저격당하면서 살해됩니다. 경찰은 범인인 저격수를 찾았는데, 범인은 본인 그 인사를 살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담담하게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배후 인물을 찾기 위해 수사는 진행되었고 어느 아지트를 급습해 보니 많은 사람(대부분 납치되어 온 사람)들이 헤드폰을 쓰고 사진을 보면서 세뇌를 받고 있었습니다. 조작된 과거와 분노 그리고 훈련... 그 다음에 살인. 그 곳에는 살인을 사주했던 배후 인물은 이미 도망치고 없었습니다.

 그 저격수 범인은 자신의 기억이 조작된 사실이라는 것을 어렵게 받아들이고 경찰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깁니다. ‘유명 인사를 살해한 손가락은 찾았지만 진짜 범인은 찾지 못했다.’ 영화 <매트릭스> 이전에 자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TV 영화였습니다.


* 이 책에 대해서 ; 왜 제목이 ‘스몰 월드’지? It's a small world 또는 What's a small world 는 ‘세상 참 좁군!’인데, 별로 내용하고 어울리지 않고 인상적이지도 않네요. 기억만큼 존재해서 ‘스몰 월드’인가. 글쎄.

 책을 중간 넘어 읽을 때까지 추리 소설의 매력인 조바심을 일으키는 데는 매우 훌륭한데 생각보다는 복선이 없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 책을 저에게 선물해 주신 물만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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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5-11-13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페이퍼를 비롯한 글을 쓰지 않음에도 즐겨찾기가 한분 늘었습니다. 누구이신지는 모르겠으나 감사드립니다. 아는 것이 바닥이 나서 쓸것이 없지만 노력하겠습니다.
* 배우이름(자매의 아버지)도 영화제목도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이 치매에 걸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요즘 배우들만 나온다. ㅜ.ㅜ)

stella.K 2005-11-13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어요. 잘 지내시죠?^^

물만두 2005-11-13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께 어떤 책을 선물하나 고민하다가 의학적인 병이 나오면서 제가 좋아하는 추리 소설이기도 해서 골랐습니다^^ 이 책은 의외로 추리적인 요소보다는 인간적인 면에서 읽히게 되더라구요^^ 헤헤헤 퍼가요^^

마립간 2005-11-13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책,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아영엄마네 집에 못하신 것 아쉽게 생각하지 마시고 집으로 초대 한번 하시죠. 커피나 차 한잔 마시면서 잡담하는 것 정도는 부담없잖아요.

stella09님/stella09님도 씁쓸한 기분은 던저 버리세요. 한 동안 바쁘신 것 같았는데 시간있으면 만나서 잡담이나 하죠. 물만두님이 초대하시면 같이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요. 물만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