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공무원의 안타까운 죽음>
이학범 과기부 원자력방재과장 격무 속 급성간경화…생후 9개월 딸 남기고 직원들 "묵묵히 일에만 파묻혔는데, 모금 치료비가 장례비로 쓰일 줄이야…"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술과 담배도 즐기지 않고 묵묵히 일에만 파묻혔던 사람이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뜨다니…" 과학기술부 이학범 원자력 방재과장이 급성 간경화로 간 이식을 위해 중국으로 갔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과기부는 무거운 침통함에 빠져들었고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향년 40세. 한창 일할 나이였던 고인은 올 들어 간경화 증세가 심화되자 지난 4일 간 이식을 위해 중국으로 갔지만 장기 기증자와 혈액형이 맞지 않아 수술조차 받지 못한 채 사망, 현지에서 화장돼 2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유골로 돌아왔다.
고인은 지난해 과기부의 부총리 부처 승격을 앞두고 과학기술혁신본부 구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에 참여, 잦은 야근을 했고 지난해 10월 혁신본부 출범과 동시에 새로운 조직인 조사평가과장을 맡아 조직 안정화 등으로 격무를 계속했다고 과기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과기부 한 관계자는 "과기부 전직원이 성금을 모았는데 이것이 치료비가 아닌 장례비로 쓰일 줄 몰랐다"면서 "유능한 젊은 공무원을 잃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과기부는 당초 `과기부장(葬)'으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관련 규정을 검토한 결과 전례가 없는 등 규정상 어렵다고 판단, 직장협의회를 중심으로 빈소 마련과 장례절차 진행 등 장례식을 돕기로 했다.
최석식 차관은 "실질적으로 과기부장처럼 장례가 이뤄지도록 적극 돕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고인의 유골은 생전에 근무했던 과천 정부종합청사와 과기부 평촌 사무실을 들른 뒤 서울 근교의 납골당에 안치될 예정이다.
고인의 사망이 정부로부터 순직을 인정받을 경우 유족보상금과 자녀 학비 지급, 1계급 승진 및 훈장 추서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만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기부 한 간부는 "고인은 결혼을 늦게 해서 유족으로 미망인과 생후 9개월된 딸이 있다"면서 "이들의 장래가 걱정된다."고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