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讀書日記 130208
<사도세자의 고백> 서평 별점 ; ★★★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사도세자에 대한 느낌이 <권력과 인간>을 읽었을 때와 비교하여 크게 다르지 않다. ‘사도세자의 죽음은 정치과 무관할 수 없고, 정신질환도 있었다.’라는 것이 나의 느낌이다.
정신질환 ; 이덕일씨는 정신질환이 없었을 것 같다는 추정의 이야기를 하나 일부 정상 생활을 했다고 해서 질환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대부분 질병이 증상이 있는 기간이 있고 없는 기간이 있다. 특히 발작적 증상을 보이는 신경/정신과 질환은 더욱이 그렇다. 빙애 귀인 박씨가 세자에게 맞아 죽었음은 이덕일 인정하는 데, 어찌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쟁의 역할 ; 내가 사료에 근거해서 세자가 친-소론인지 여부를 모르겠으나 영조와 긴장관계에 있다면 노론의 악의惡意 없이도 친-영조인 노론과 세자가 긴장 관계를 갖는 것이 자연스럽고 야당인 소론이 차기 정권인 사도세자에게 호의를 갖는 것 또한 자연스럽다. 이덕일씨의 주장대로 노론의 조작이 있었다고 해도 영조의 묵인이 있어야 하므로 나는 영조와 갈등이 우선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사도세자의 정치적 행위는 너무 어설펐다. 관서행, 무기고 등 정조의 노론 명문가 제거는 과거 행위에 대한 문책보다는 현재와 미래 권력에 대한 왕권 신권 다툼으로 보인다. (국사책에 기록된 만큼 탕평하지도 않았구나.)
경종/정조의 독살설 ; 경종의 게장에 독은 없이 배탈이 심하게 나서 이로 인해 죽었다면, 이는 독살로 볼 수 있나? 중국에 ‘마왕퇴’라는 미라가 있다. 어느 귀부인이 불로장생을 꿈꾸며 스스로 선단을 먹고 납과 수은에 중독되었다. (양의학도 마찬가지일 수 있고 한의학을 비하할 생각은 없으나) 선의로 사용한 음식/약물이 독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사도세자의 죽음에 가장 큰 원인은 권력 이양에 있어, 넘겨주는 아버지와 넘겨 받는 아들과의 관계가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개인적 경험을 이야기하면 어느 (대기업에 가까운 중소) 기업의 이사장님, 그리고 그의 아들과 며칠 업무를 하게 되었는데, 아들이 아버지를 대하는 느낌이 (공무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비서실장이 사장을 대한 느낌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다른 모임에서 이야기하니, 큰 기업의 가족 분위기는 다 그렇다고 하면서 웃었다. 그 기업의 임원이나 중견 사원들도 정치적 행동이나 줄서기가 두드려져 보인다. 하물며 왕조 국가에서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 밑줄 긋기
p 180 영조대에는 숙종, 경종 때처럼 당파간에 죽고 죽이는 살육전은 반복되지 않았다. 영조는 실로 여기에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영조가 주장한 탕평은 사실상 노론의 자리에서 소론을 포용하는 부분적 탕평이었다.
p 182 “그만한 일도 결단하지 못하고 나를 번거롭게 하니 대리청정시킨 보람이 없다.”/“그런 일을 알리지 않고 왜 혼자 결정하느냐?”
p 194 영조는 세자가 이러한 자신의 판단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따라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또한 그것이 세자의 효도이자 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자의 생각은 달랐다.
p 197 군주의 덕은 살리는 데 있지 죽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
p 320 그러나 권력은 눈물과 인정을 넘는 것이었다.
p 338 세손은 신중했다./세손은 절대로 자신의 소신을 밝히지 않았다. 또한 할아버지 영조의 뜻에 거슬리는 행위는 절대로 하지 않고 극진한 효성을 다 바쳤다. 영조는 이런 세손을 만족스럽게 여겼다.
p 375 이는 조선이 노론의 국가이지 국왕의 국가가 아니며, 노론의 나라이지 백성의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말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