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雜記 121115

 

* 본질과 현상

 저는 스스로 플라톤주의자라고 하지만, 플라톤주의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느 책 서문에서 ‘수학은 발견되는 것인가 아니면 발명되는 것이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데, 저로는 답하기 쉽지 않습니다. 단지 저는 발견되는 것으로 여길 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떠한가. 대부분은 발명한다고 생각합니다.

 

* 초등학교 학생 갑돌이와 을돌이가 싸우고 있다. 싸움의 시작은 같은 반 아이를 돕는 것에서 시작했다. 을돌이가 자신의 것을 기부하면서 갑돌이의 물건을 자기 물건인 줄 알고 기부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을돌이는 남의 것을 기부해 놓고 미안한 기색도 없다. 어이없는 갑돌이는 을돌이에게 새것으로 물어내라고 했다. 을돌이는 갑돌이에게 남을 돕는 일에 훼방을 놓는다고 비난을 했다. 그리고 막말이 오고 같다.

 

이 사건에 대한 가치평가는

1) 남을 돕는 것은 옳은 것이다. (이론이 없을 듯)

2) 남의 물건을 자기 물건을 착각하고 기부한 것은 잘못이다. (거의 이론이 없을 듯)

3) 잘못을 했음에도 반성이 없는 것은 잘못이다. (이론이 없을 듯)

4) 이 사건에서 새 물건으로 물어내는 것 ; 정당한가, 과한가? (논란이 있을 듯)

5) 막말이 오고 갔다는 것은 나쁜 것이다. (거의 이론이 없을 듯)

 

묻고자 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이 싸움의 본질은 무엇인가? 1) ~5) 사이에 싸움의 본질이 있나요?

 

* 토끼兎의 본질(이데아)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진화론자는 토끼의 본질은 원래부터 있는 것이 아니고 현상이 본질이다라고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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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16 조선인님

제가 이해한 식으로 예를 일부분 바꿔 보겠습니다.
1) C를 돕는 것은 옳은 일이다.
2) A가 C에게 물건을 기부하는 과정에 B가 C를 위해 만든 물건을 함께 기부했고, B의 물건까지 기부했다고 명시했다.
3) B는 자기가 아니라 D가 C를 위해 만든 물건이었으므로, 잘못 표시한 A가 책임을 지고 모든 기부품을 회수하라고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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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2-11-15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르지만, 저도 수학은 발견한다고 믿는 쪽입니다.

갑돌이와 을돌이의 사례는 글쎄요. 본질이 무엇인지를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이 사건에서라면 후에 일어난 갑돌이의 태도로 볼 때 "그 기부가 과연 무엇을 위한 기부인가"를 묻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반 아이를 돕는다고 할 때 '돕는다'는 행위 자체가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가?라는 질문이라고 볼 수도 있구요. 예를 들어 돕는다는 것이 철저하게 본인의 즐거움이나 혹은 자신이 그보다 낫다는 우위를 맛보기 위한 도움일 때 그 도움은 좋은 것인가의 문제 같은 것.)

개인적으로는(개인적이라는 말이 좀 웃기기는 한데) 이 사건의 경우라면 새 물건으로 물어내는 것이 정당하다고 봅니다.

(아마도 이런 댓글을 원치는 않으신 것 같고) 뻘소리지만 그저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습니다.^^

마립간 2012-11-15 15:45   좋아요 0 | URL
맥거핀님, 훌륭한 댓글입니다.

저도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 잘 모르면서 습관적으로 쓰는 용어입니다.
저는 글에서도 밝혔듯이 수학을 발견한다고 생각하지만, 일반적으로 교양인들은 수학을 발견하는 쪽으로 (수리철학에서 절대주의), 수학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발명(상대주의)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갑돌이와 을돌이의 싸움은 (토끼의 비유처럼) 본질이 없다고 (또는 모두가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각자의 가치관에 의해 중점을 둔 것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중점을 달리한다면 본질이 없는 것이죠.)

물건의 보상의 경우, 역시 개인에 따라 지나치다, 적당하다고 판단하겠지만... (ㅋㅋ)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맥거핀님의 댓글을 통해 기부의 본질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니까 뻘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조선인 2012-11-16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이해한 식으로 예를 일부분 바꿔 보겠습니다.
1) C를 돕는 것은 옳은 일이다.
2) A가 C에게 물건을 기부하는 과정에 B가 C를 위해 만든 물건을 함께 기부했고, B의 물건까지 기부했다고 명시했다.
3) B는 자기가 아니라 D가 C를 위해 만든 물건이었으므로, 잘못 표시한 A가 책임을 지고 모든 기부품을 회수하라고 요구한다.

마립간 2012-11-16 10:42   좋아요 0 | URL
기본적인 사실판단에 차이가 있으니, 다른 사실에 기초한 가치판단이 다른 것은 당연한 것 같고요.^^ 그러나 이 논쟁에 본질이라고 삼을 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인님의 댓글 이전에 건조기후님의 댓글을 통해 불명확한 것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본질과 현상 이외에 유래, 촉발, 단면, 본류, 가치충돌 등의 측면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 세상이죠.

조선인님의 사실판단으로 미뤄 저의 가치판단은 '가장 잘못한 사람은 B'네요. B가 D에게 알렸어야 했습니다. (경황이 없었겠지만.)

마립간 2012-12-06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굳이 본질이라고 한다면 불신과 오해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