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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ㅣ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5월
평점 :
* 추리 소설과 심리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서평 별점 ; ★★
(추리소설로서 ★★ 심리소설로서 ★★★★)
초등학교 시절에는 숙제로서의 독후감이 있었습니다. 문학적 소질이 없는 저에게 글짓기는 고문과도 같았습니다. 독후감을 예를 들면 간략한 줄거리와 느낀 소감을 쓰면 되는데, 줄거리 요약 2~3줄, 주제 포함 나의 느낌이 2~3 줄. 글의 분량이 반 페이지도 넘기 힘들었습니다. 친구가 이렇게 도와줍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어?”
“그래.”
“그럼 그것을 적어.”
“그것이 이미 적은 (2~3줄의) 글이잖아.”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 줄거리를 노출하지 않고 추리 소설의 감상문을 쓰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서한샘 선생님이 시詩를 강의하시면서
“우리가 과일을 먹을 때, 과일의 영양분을 일일이 계산하고 과일을 먹지 않는다. 맛이 있어 먹는다. 맛있는 음식을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 시도 마찬가지다.”
추리 소설을 포함한 소설도 마찬가지 설명이 적용됩니다. 소설을 읽고 재미있으면 되지요. 하지만 저는 추리 소설에 대해 몇 가지 요건을 더 요구합니다. 제한 조건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야 합니다. 판타지 소설이나 SF의 소설은 이 요건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지만 이런 종류의 글 역시 초반에 제시한 조건은 글 마지막까지 일관성을 가져야합니다.
두 번째 요건은 목적( 추리 소설의 경우 범인)을 가리키는 다양한 자료들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제가 좋은 추리 소설이라는 평가하는 것은 이 다양한 자료들이 그 부분을 읽을 당시에는 결말의 근거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영화 ‘식스 센스’의 경우 지속적으로 결말에 암시하는 자료들이 반복적으로 제시됩니다. 반면 ‘스팅’의 경우 마지막 반전이 멋있고 신선한 충격을 주지만 반전의 실마리를 미리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으면서 떠오른 영화가 또 있는데, ‘극락도 살인 사건’과 ‘아이덴티티’입니다.
먼저 ‘극락도 살인 사건’의 경우 ‘퍼즐 자체가 맞지 않아 (생기는) 찝찝한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라는 긍정적인 평도 있지만 ‘그러한 퍼즐들로 가득한 ’극락도 살인 사건‘은 애초부터 잘 짜여진 스릴러이기를 포기한다. 오히려 끝으로 가는 과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물에 걸려들게 하는 함정의 구조로 되어 있다. 관객들이 실마리를 찾아 하나둘씩 범인을 찾아가는 탐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순간부터 잘 짜여진 거미줄에 걸려든 파리 신세가 되어버리는 것이다.’라는 평가처럼 우연을 극복하고 필연이 되기 위한 자료/근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덴티티’의 경우는 그 내용상 ‘우연’이 개입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은 그림 찾기는 매우 많다.)
결론적으로 추리소설은 ‘레고 블록 만들기’가 아니고 ‘직소 퍼즐 맞추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10건의 희생자 중에서 한 건은 나머지 9건과 다르게 표현합니다. 이것이 결말을 암시할 수 있지만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느낌은 초반부 1/3에서 긴장감, 2/3까지 읽으면서 눈에 띄지 않는 실마리와 이에 발생하는 의구심 아니면 내가 조금도 눈치를 채지 못한 복선에 기대감, 다 읽고 난 후에 어이없음, 왜 편지가 에필로그에 있어야 하나? 직소 퍼즐 맞추기보다 레고 블록 만들기에 가까운 추리 소설에 대한 실망감. 추리 소설이 아니라 서스펜스 소설이었다면 별4개 정도.
(극락도 살인 사건 영화평은 구글 검색으로 찾은 것 - 무단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