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등급제

- balmas님이 페이퍼에 올린 <‘고교등급제’는 한국사회를 요약하는 한마디>라는 한겨레 신문 기사와 관련하여


 사회현상에 대한 글은 아는 바가 없어 되도록 안 올리려고 했지만 알라딘 마을에는 고수高手분들이 많이 계시니 저의 생각의 흐름에 오류가 있는지를 점검하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


-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대입시험(학력고사)을 준비하던 중에 친구와 나눈 대화입니다.


마립간 : 왜 이렇게 공부를 해야만 되는 것이지?

친구 : 대학 가려고, 그리고 조금 더 좋은 대학에 가려고.

마립간 : 왜 대학에 가야 되지? 모든 사람이 왜 S대를 가려고 하지?

친구 : 그것은? 음.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저는 지금도 그 친구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 어느 시민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학부모의 말...

 ‘고교 등급제를 이야기하면서 대학이 좋은 학생만 선발하는 생각을 버리고 좋은 학생으로 배출하려는 노력해야 한다.’ 좋은 이야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그 학부모의 아이는 S대에 진학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요. S대 진학하려 한다면 S대가 평범한 학생을 교육시켜 우수한 학생으로 졸업시키는 훌륭한 대학으로 인정한다는 뜻일까요? 그 학부모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임의 대학에 진학해도 아무 문제가 없겠네요. 어떤 학생이 어느 대학에 입학을 하든지 입학 후에 열심히 하면 되니까?


 제가 생각하는 교육제도는 사회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상태에서 해결책이 없다고 봅니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전문직을 갖고 충분한 수입이 보장된다면 왜 굳이 대학에 입학하려 모두 애를 쓰겠습니까? 왜 비강남에 사는 학생들은 S대, K대, Y대, E여대에 입학하려 할까요. 이미 존재하는 학벌의 우위advantage를 갖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적절한 표현은 기득권이 갖고 있는 것(학벌)을 비기득권이 나눠 갖는 것이라고 하겠지만 본질적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한겨례 신문 기자가 언급한 '역 고교등급제'를 주장하는 것, 역시 대학의 서열화과 학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학벌


 생물체가 아닌 것이 마치 생존을 위해 투쟁을 하고 자신을 확장하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천문학에서 은하, 별이 될 수 있고, 생물학의 종이나 유전자가 될 수도 있고, 사회학의 국가, 문화, 종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없는 학술적 용어가 없었는데, 최근에 읽은 책을 통해 meme이라는 용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meme으로서 자신을 확장하려는 학벌을 고교등급제의 거부, 역 고교등급제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 기사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특권층의 카르텔의 해소가 핵심인데, 이것은 사회제도를 개선함으로 자연스럽게 교육제도가 정상화되는 것으로 생각되며, 저는 입시의 공정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겨우 고교 성적 우수 학생을 좀더 얻고자...’ 이것이 별것 아니라면 왜 온 국민이 이와 같이 들끓는가?

 어느 분들은 교육제도의 개선이 계급과도 같은 계층의 해소에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신 분이 있을지 모르나 (저 역시 이 생각에 동감하지만), 저는 대학입시제도가 교육제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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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10-13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강북 변두리에서 고등학교를 나왔고, 지방대학을 졸업했고, 경기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주의 가족에 대학시험을 보는 사람이 없어 한동안 대학입학제도에 관해 무관심하게 지냈지만 또 다른 한 이유는 사회갈등의 한 주제인 대학입학 선발제도가 결코 사회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있기도 했습니다.

마태우스 2004-10-1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한겨레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겠더라구요. 대학 서열화가 문제의 핵심인데, 그걸 놔둔 채 고교등급제만 비난하는 건 과녁이 잘못된 비판인 듯 싶어요.

갈대 2004-10-14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교서열화가 중등교서열화, 초등교서열화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이미 어느 정도는 현실화된 일이긴 하지만요. 교육이 돈벌이로 전락한 현실이 대학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balmas 2004-10-18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이 지난 번에 답글을 부탁하셨는데, 여태 답변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서재에 퍼다놓은 [메인스트림 교육의 패권주의]라는 제목이 붙은
[한겨레] 이흥동 편집부국장의 칼럼은 제 생각이랑 거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군요.
제 생각이 궁금하시다면 이 글로 대신하고 싶습니다. 양해해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