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와 진보

 제가 어렸을 때 즉 청소견기에 진보와 보수는 젊은 여성(진보)과 장년 남성(보수)으로 대변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듣는 순간 저는 ’남성이고 아직은 어리지만 언젠가는 나이를 먹게 될 테니 나는 보수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보수라는 것이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는 것인데, 그 당시 저희 집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이 아니었습니다. 친척 분들 중에 어떤 분은 우리 남매가 실업계 고등학교를 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지만 부모님이나 우리는 당연히 인문계 고등학교를 갈 것이라는 생각을 할 정도의 경제적 사정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보수가 아닌데... 보수로 분류되는 젊은 여성과 중년 남성이외에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은 진보와 보수를 무엇을 기준으로 나누시나요. 고향이나 살고 있는 곳 같은 지역, 아니면 지지하는 정당이나 인물? 아니면 고전적으로 성별과 나이?


 저는 사회를 움직이는 큰 동력이 경제력임을 알게 되었고, 모든 사회 현상에 경제의 관점에서 고찰하는 습관이 들었습니다. 경제적인 면을 생각한 중요한 관점은 성장과 분배입니다. 성장의 동력은 처음에는 자연환경에서 주어집니다. 그러나 2차적으로 교역을 통해 성장이 가능한데, 상품 생산에 있어서 우위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아담 스미스Adam Smith - 절대 우위론) 꼭 그렇지 않아도 교역은 이루어 질 수 있습니다. (리카도David Ricardo - 비교 우위론)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비교 우위론에 의한 교역은 쉽게 이야기하면 부자는 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좀 덜 가난하게 살게 되는 win-win 효과를 단기간에 가져옵니다. 그러나 이 효과는 빈부에 격차를 벌리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부자가 더 부자가 됨으로써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빈부격차를 막는 방법은 부자가 더 부자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며 이는 비교우위론에 의한 교역을 막는 것인데, 이는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될 가능성을 안고 있습니다. 부자가 생김으로 인한 부수 효과로 가난한 사람은 아주 조금의 경제력을 얻음으로 해서 덜 가난하게 됩니다.


 (개인적 생각이고, 혁명과 같은 급변하는 상황은 예외로 전제하고 위와 아래 계층의 뒤 섞임이 교역을 비롯한 사회제도, 법에 의한 것을 이야기하면.) 내가 아는 빈부격차의 해소는 저성장, 즉 상대적 가난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제도 변경도 사회적 비용이 듭니다. 예를 들면 재벌 개혁이라 불리는 것들. 이런 개혁은 사회적 비용이 들고 경제적 파급 효과는 아래 계층에 더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다시 말을 바꾸면 개혁은 서민에게 경제적 부담을 더욱 지우게 하고 이후 재벌에게 부담을 주고. 그 고비를 넘게 되면 새로운 균형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그 고비는 위 계층의 반발에 의해서도 좌절되지만 아래 계층의 반발 때문에도 좌절됩니다. 제가 하는 진보(내가 아는 범위에서 녹색당을 제외하고)들은 왜 가난해지자고 이야기하지 않을까요?


 보수는 성장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 격차가 벌어지다는 모순을 받아드리는 것입니다.

 진보란 분배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것으로 인한 저성장 즉 상대적 가난을 받아들여야 하며 이것은 보다 아래 계층에 보다 큰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드리는 것입니다.

 개혁은 아래 계층의 사람들이 현재보다 더 어려운 상태를 겪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열매는 대가없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cf : 중국이 고구려사를 도둑질해 가는 것에 대해, 라디오에서 한 시민이 과격한 발언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한 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중국의 역사 도둑질에 의해 외교 단절, 무역 중단 같은 강력한 대응는 중국이 최대 교역국인 우리나라에 경제적 영향이 더욱 클 것입니다. IMF때 보다 더 어렵다는 현재보다 절반, 1/4, 아니면 1/10 정도로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무너져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감내할 의지를 갖추었냐고. (현세대가 굶어도 역사를 도둑질 당할 수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고 많은 우리 국민의 생각이지만, 희생을 감당할 굳은 결심은 어느 정도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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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마녀 2004-08-24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갈대 2004-08-24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현재 상태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지금보다 낮은 경제수준으로 향하려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저성장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란 불가능에 가깝죠. 자본주의를 꺾기 위해서는 어떤 강압적인 외부 요인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심각하게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오염, 부익부 빈익빈 심화에 따른 국민 대다수의 빈곤, 석유 고갈 등이 있겠죠. 이 중에서 석유고갈이 가장 시기적으로도 근접해 있고 세계적으로도 파장이 클 것 같습니다.

마냐 2004-08-2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의 전망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슬프군요.
과연 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언제나 비교적 고성장 국가이긴 합니다만. 그것조차 성에 안찬다고, 다들 '경제적 공포'에 시달리던데...

진/우맘 2004-08-25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어설프게 알아서 잘 설명은 못 하겠지만....우리나라의 보수는, 사실 보수의 허울을 뒤집어 쓴 기득권층에 불과하다는...그 사실이 슬픈거죠, 뭐.TT

마립간 2004-08-25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수와 진보의 비교는 정의와 불의의 비교와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에서는 보수를 추구하는 사람이 정권을 잡았던 것과 독재라는 촉매에 의해 부패하였고 수평적 정권 이양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개선될 여지가 없었지요. 진보도 권력이라는 연못에 탐닉하면, 흐르지 않는 물이 썩듯이 부패하게 될 것입니다.

2004-08-25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